[Review] 그녀 손에 묻은 피는 무얼 말해주나 - 오페라 '토스카'

인간이 하늘을 바라볼 때
글 입력 2021.05.2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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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토스카>는 일련의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인간 생에 놓인 여러 감정을 추적한다.

 

이 극은 순간순간의 달콤한 행복 뒤에는 처참한 사건만이 따를 뿐이다. 거대한 정치적 상황에 휩쓸린 발단부터, 극은 알맞은 기승전결에 따라 가장 큰 비극을 향해 달려나간다. 이는 모두의 파멸이다.


극에 등장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자의든 타의든 목숨을 잃게 된다. 누군가는 제 긍지를 위한 것이었지만, 누군가는 욕정에 달뜬 몸이 차갑게 식어가는 정도이다.


오페라는 총 3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전반부는 카바라도시가, 후반부는 토스카가 극을 끌고 간다고 말할 수 있다. 줄거리는 정치적 소용돌이에 휩쓸린 카바라도시가 자신의 신념을 위해 투쟁하다 사망하는 것이자 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토스카의 절절한 사랑에 대한 것이다.


자신의 신념을 향한 굳은 심지, 암담한 상황 속 절망과 무력감,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까지. 곳곳에 등장하는 주연 배우들의 아리아를 듣고 있자면,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배가 되어 우리에게 넘어온다. 오페라 <토스카>는 1800년대 로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감정이 우리에게 멀리 있지만은 않다.

 

 


인간이 하늘을 바라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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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은 거대한 시대적 상황을 뒤로하고 있지만, 극이 끝난 후 남는 건 실로 한 여인의 삶 그 자체이다. 깊은 신앙심을 가지고 있어, 예배당에서 사랑하는 이와 입맞춤까지 꺼리던 토스카는 자기 앞에 닥친 절망적인 상황에, 신에게 절규한다.

 

이러한 절규가 마치 오랫동안 기고 지순하게 믿어 왔던 이의 배신에 원망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극의 배경이 되는 시대상을 고려했을 때 더욱 잘 다가온다.

 

인간은 나약해지면 바닥이 아닌 하늘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자기가 뻗을 수 있는 한 가장 높이 있는 이에게 말한다, 도대체 왜 이런 절망을 자신에게 주느냐고 말이다.


아마 오페라의 가장 극적인 순간은 이런 토스카가 자신을 탐하려는 백작을 살해한 때일 것이다. 순순히 자신의 몸을 내어줄 것 같은 극의 전개에서, 그녀가 스카르피아를 무자비하게, 그것도 여러 차례 칼로 찌르는 장면은 앞서 신 앞에서 절규하던 신앙심 깊은 그녀의 모습과 비교했을 때 관객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전달해주기 충분했다.

 

두 손에 살인과 신을 동시에 품은 여인 토스카는 그 자체로 인간을 대변한다. 인간은 본디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존재이다. 극의 배경이 성당인 것 역시 이러한 이중적인 인간의 본성을 극화하는 효과가 있다.

 

아득히 먼 곳에 있는 신을 믿는 행위, 그 신을 모시기 위해 지은 성당, 이는 어쩌면 모두 ‘선’을 추구하기 위한 인간의 부단한 노력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페라 <토스카>의 모든 종교적인 것은 가장 인간적인 것과 맞닿아 있다.

 

 

 

오페라 <토스카>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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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살해하는 끔찍한 광경을 보고 있으면, 모순적이게도 토스카의 사랑은 더욱 깊어진다.

 

사실 오페라 <토스카>의 사랑은 그런 식이다. 죽음을 앞두고서야, 그리고 정말 죽음을 마주한 순간에서야 그들의 사랑은 더욱 깊어지고 애틋해진다. 공백을 통해서 사랑을 말하는 오페라 <토스카>의 사랑법은 다른 것들에 비해 농도가 짙고 깊게 파고든다.


극은 카라바도시가 사망한 것을 알게 된 토스카가 강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오페라 <토스카>의 줄거리는 주인공들의 소멸을 그려가는 과정이라고 집약적으로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극의 여운은 더 오래간다. 죽은 후에 더 깊어지는 사랑처럼, 모두가 죽은 후에 끝난 극은, 오히려 그 감정을 더 짙게 만든다.

 

 

[신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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