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 개막전의 성공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앤디 워홀 : 더 비기닝

글 입력 2021.04.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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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전시를 보러 가는 이유는 뭘까?

 

전시를 보고 돌아오면서 마음에 남았던 물음이었다. 전시의 좋거나 싫었음을 염두에 두고 던진 물음은 아니었다. 이런 질문이 생겨난 이유는, 나에게 이 전시가 아쉬웠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전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무엇이 아쉽게 했을까?


 

사본 -사진2_게티이미지코리아 (1).jpg

 

 

일단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 줄 것이다.

 


앤디 워홀의 명언으로 유명한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앤디 워홀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이런 해프닝이 생겨난 이유에 대해 여러 의견을 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이 문장이 앤디 워홀의 작품, 더 나아가 현대 미술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해주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런 게 어떻게 작품이 되지? 슈퍼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프 캔, 상품 박스, 유명인의 얼굴. 지극히 일상적인 대상을 미술관에서 마주했을 때 어쩌면 당연히 관람객의 머릿속에 떠오를 수밖에 없는 질문일 것이다. 내가 앤디 워홀에 대한 전시에서 기대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왜 이런 대상이 세계적인 명성과 다수의 인정을 한몸에 받는 작품이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기대하게 된다.

 

앤디 워홀이 선택한 '평범한'소재들은 그만큼 획기적이었기 때문에 작품이 되었다. 기존의 예술이 추구하던 대상과도 달랐고, 만들어 내는 방식도 달랐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만들어내는 작품들은 예술의 유일무이한 가치에 대한 생각을 뒤집는 것이었다. 이러한 모든 과정이 절대 작품이 될 수 없을 것 같았던 대상을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이번 더 현대에서 이루어졌던 앤디 워홀의 전시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변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렇게 느껴졌던 첫 번째 이유는 전시의 구성 때문이었다. 전시는 앤디 워홀의 작품에 등장하는 대상에 따라 구분되었다. 그러나 단지 어떤 대상들을 그렸는지를 보고 따라가는 것만으로 앤디 워홀의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다. 단순히 작가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게, 작가의 작품활동에 대한 모든 생각과 과정을 대변하긴 어렵다고 생각해서다.

 

전시장 자체의 설명도 그런 아쉬움을 달래기엔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도슨트 투어를 들어보지 못한 것이 상당히 아쉬웠다. 투어의 충분한 설명과 함께했다면 전시에 대한 만족도나 이해도가 확연하게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랬다면 관람객으로서의 아쉬움을 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었을 것 같았다.

 

또한, 중간에 등장하는 미디어 아트, 실버 팩토리,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전시 전체의 맥락에서 조금 뜬금없게 느껴졌다. 미디어 아트의 등장은 좀 갑작스럽게 느껴졌고, 폴라로이드와 오늘날의 SNS를 연결시킨 전시 설명은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실버 팩토리는 그 의미보다는 내부의 화려함만이 관람객들에게 강조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작가의 작업실로써 '팩토리'의 의미가 잘 전달되고 있는지 조금 의문이 들었다.

 

이러한 요소들이 등장한 이유는 일종의 트렌드 때문이 아닐까 싶다. 최근의 전시들은 단지 작품이 아니라 관람객들의 체험 거리를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반영하는 것 같다. 관람객들이 전시장 내부에서 사진을 찍거나 그 안에 들어가 볼 수 있는 구조를 포함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것들을 기대하고 간 관람객들에겐 충분히 만족스러웠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만 전시 전체의 흐름이 더 유연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이런 요소들이 배치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남았다.

 

 

 

그럼에도 왜 성공인가?


 

사본 -최종__앤디워홀_타이포 포스터 (1).jpg

 

 

더 현대 서울에서 있었던 이번 앤디 워홀 전시는 개막전이었다. 개막전으로서 앞으로 공간이 나아갈 방향성을 보여주는 데 확실히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먼저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는 전시장의 이름은 ART.1으로 이곳은 단순한 미술관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곳의 목적과 컨셉을 보다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다음의 설명이 인상 깊었다.


 

'예술은 갤러리를 떠나 일상에 녹아듭니다.'

 

 

그저 작품을 대중에게 만나게 하는 것, 혹은 작품을 대중에게 설득시키는 것이 이곳의 목적은 아닌 것 같았다. 관람객들에게 예술작품과 함께 하나의 경험을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에 가깝다. 그러기 위해선 분명히 즐길 거리와 보다 가벼운 구성이 필요했을 것이다. 미술관과는 차별화되는 지점도 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 점을 두고 본다면, 나에게는 아쉬움을 남겼던 구성과 짜임에 이유가 부여된다고 생각했다.

 

더 현대 서울이라는 전체 공간과도 잘 어울리는 작가 선정이었다. 거대한 규모와 충분한 명성의 상업적 공간에 상업적 대상을 예술로 끌어올린 작가의 전시는 잘 맞는 옷 같았다. 새로운 공간 안에서 이미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앤디 워홀의 작품을 새롭게 발견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또 분명, 적막한 미술관 공간 안에서 만나는 작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기도 했다. 그런 경험의 측면에서 상당히 인상 깊은 전시였다.

 

온라인 쇼핑이 너무나도 보편화 된 시대. 백화점도 더는 물건을 팔기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전시되는 상품들과 백화점 안에 들어온 작품 사이의 교차점이 빛나는 전시였다.

 

 

[크기변환]KakaoTalk_20210424_025853005.jpg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사람들이 전시에 가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나는 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전시를 간다. 누군가는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공간과 작품이 주는 새로운 경험 자체도 작품이 수행할 수 있는 하나의 기능이 되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작품은 수많은 관람객의 수많은 수요 앞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 그에 답하기 위한 첫 시도로 앤디 워홀의 전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전시였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판단을 조금이나마 돕고자 솔직하게 리뷰를 남기고자 했다. 더 현대 서울이 보여줄 다음 전시가 궁금하게 만드는, 그래서 성공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전시였음은 확실하다.

 

 

 

박경원 컬쳐리스트.jpg

 

 

[박경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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