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민(Han SeungMin)

시공간여행 

TimeSpace travel 

2021

혼합재료 Mixed Media

사진과 디지털 이미지 작업 Photo, Digital Image

Seoul

(1)

작품 속 공간은 제 작업대 주변 벽입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제 생각이 흘러갔던 지점이 모두 다 기록되어 있습니다. 해서, 하던 작업이 혹은 공부가 진행이 안 되면 가만히 이 벽을 보곤 합니다.

어디서 얻은 생각이 이 작업의 시초가 되었는지.. 어떤 단어나 어떤 이미지가 내게 불을 지폈는지.. 요즘 내가 하던 생각이 무엇인지..

시공간에 대한 주제는 최근 저의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고민하며 작업대에 앉아 이 벽을 바라보는데, 벽 자체가 내 삶이 만들어낸 회화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지나온 시간은 공간(실제)화 즉, 기록으로 남아 그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고 동시에 공간에선 보이지 않는 시간을 기록함으로써 그 육체가 생겼습니다.

(2)

즉, 이 벽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시간과 공간의 연결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의식하는 저는 늘 기록함으로써 공간을 파생시켜나갔고, 그 공간은 비가시적인 시간에 의해 점차 팽창되고, 실체를 갖춰나갔습니다.

(3)

이 벽은 일종의 실체 있는 시공간의 움직입니다. 양자물리학에서의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가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만약 그런 것이 시간이라면 지금 제가 보고 있는 이 벽이 시간여행을 실현해주는 것엔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이 벽이 존재하는 한 전 시간을 만지기도 하고, 보기도 하니까요.

저는 이 벽을 회화화하는 과정이란 결국 한 현실에서 차원의 레이어를 분리해내는 과정이란 것을 (3)을 그릴 때쯤 묘하게 깨달아 갔습니다. 단순히 내 과거와 현재를 손으로 만지는 과정일 뿐만이 아닌, 현재가 어떤 레이어로 이루어져 있는지가 눈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4)

(3)에서 마무리를 지으려 했던 작업은 이 벽을 1차원까지 분리해 보자는 생각에 (4)작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3)을 굉장히 강한 매직으로 작업해 그 밑 종이에 (3)의 선들이 점으로 나타났습니다.

(1)을 1차원까지 분리해 냈을 때 보이는 일종의 좌표이자 현실의 레이어의 맨 아랫바닥입니다.

(5)

시공간→면→선 →점

(5)에선 지금까지 한 작품들을 하나의 사진으로 합쳐 시공간에서 면과 선 점으로 차원을 분리해 나가는 과정 동시에 나타냈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다 보니 세상의 모든 기록물은 그 자체로 4차원의 물건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시간이 모두에게 다르게 흐른다는 말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모두에게 다르게 흐른다는 말은 과거가 현재를 바꾸고, 현재가 과거를 판단해나가는 그 과정에서 이해되는 말인 듯합니다. 각자가 가진 시공간의 좌표는 다 다를 테니까요.

우리가 시간을 이해하기 위해 현재라는 관점과 시계, 달력 등으로 시간을 절단해내려고 하지만, 결국 우리의 삶은 과거, 현재, 미래의 용광로라는 것을 실감해본 작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