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좋아하세요? [음악]

음악 큐레이션이 넘쳐나는 시대에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찾게 되는 이유
글 입력 2021.02.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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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음악을 듣지 않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출퇴근길에 꽂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과제를 하며 틀어둔 음악, 카페나 식당에 가면 잔잔히 흘러나오는 음악. 어쩌면 음악을 집중해서 듣는 시간보다 배경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그 정도로 우리 일상에는 음악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간단하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음악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도 음악 없이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다. 외출할 때면 항상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다. 집에 있을 때도 음악을 틀어둔다. 작업에 집중해야 할 땐 클래식이나 잔잔한 분위기의 음악을, 친구와 함께 와인을 마실 때는 느린 비트의 무드 있는 음악을 튼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경로는 아주 많다. 큐레이션으로 유명한 스포티파이, 스포티파이 못지않은 큐레이션을 자랑하는 애플뮤직, 유튜브의 수많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유튜브뮤직, 아마추어 뮤지션들의 개성 있는 작업물을 들어볼 수 있는 사운드클라우드, 국내 음원 접근성이 뛰어난 국내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각각의 특징 때문에 한 번에 여러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들도 많다. 나 역시도 그렇다. 그런데도 가장 자주 듣게 되는 것은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다. 그 많은 음원 서비스 중에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찾게 되는 이유가 뭘까.


 

 

클릭하고 싶어지는 제목들



기존 음악 서비스의 큐레이션과 구분되는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의 특징 중 하나는 제목이다. 유튜브에는 직관적이고 단순한 제목 대신 감성적이고 재치 있는 제목을 지은 플레이리스트가 많다.

 

 

썸넬.png

 

 

‘샤워할 때 들으면 좋은 음악’ 대신 ‘대박 샤워할 때 틀자’(떼껄룩)나 아티스트의 노래 모음 대신 ‘작은 카페에서 Bruno Major와 Mac Ayres를 주문했다’(리플레이LEEPLAY)같이 말이다. 그 외에도 ‘숲을 보라고 나무라는 게 이상했다’(thanks for coming)나 ‘자다 일어나 손에 잡히는 마음을 확인하곤 했다’(my blue valentine)같이 특정한 순간이 바로 눈에 그려지는 은유적인 제목을 컨셉으로 하는 유튜버도 있다.


유튜버들만의 특색이 드러나는 제목들을 계속 보다 보면 어딘지 모르게 친근감이 든다. 음악 큐레이션 전문가가 제안하는 플레이리스트에서 느껴지는 딱딱함과는 다르다. 오래전 친구에게 공시디에 좋아하는 음악들을 녹음해 음악 시디를 선물하던 것처럼, 자신의 취향이 잔뜩 묻어있는 플레이리스트를 수많은 구독자와 유튜브 이용자에게 건네는 것 같다. 그들의 취향과 감성을 공유함으로써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무언의 유대감과 소통을 만들어내는 매력이 있다.

 

 


플레이리스트에 분위기를 더하는 썸네일



음악은 귀로 듣는 것이지만 플레이리스트를 고를 때 가장 먼저 사용하게 되는 감각은 시각이다. 앞서 언급한 제목으로 우리는 어떤 분위기의 음악일지, 언제 들으면 좋을지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썸네일이다. 직관적인 이미지는 플레이리스트의 분위기를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며 가장 허전함을 느꼈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음악 서비스의 플레이리스트는 보통 어떤 노래의 앨범 커버를 대표 이미지로 설정한다. 아티스트의 사진이나 관련된 이미지를 모던하고 세련되게 디자인하기도 한다. 음악 서비스에 따라 정형화된 디자인 패턴이 존재하는 곳도 있다. 이런 이미지들은 깔끔하지만 다소 단조로운 느낌을 준다.

 

 

내방구석카페 썸네일.png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내 방구석을 카페로 만드는 방법'의 썸네일 (리플레이LEEPLAY)

 

첫 사랑 썸네일.png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첫 사랑 썰푸는 곳'의 썸네일 (떼껄룩)


 

반면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의 썸네일은 훨씬 다양하다. 카페에서 틀기 좋은 음악에는 감성적인 카페의 한 부분을 찍은 사진을, 첫사랑에 대한 리스트에는 첫사랑의 풋풋함을 연상시키는 드라마의 스틸컷을 사용한다. 애니메이션의 스틸컷, 노을지는 풍경, 어둑한 창밖으로 비가 오는 사진 등 플레이리스트와 분위기가 맞는다면 어떤 이미지든 썸네일이 될 수 있다.


이런 썸네일들은 재치 있고 친근한 제목과 함께 어우러지며 구체적인 분위기나 상황을 상상하게 만든다.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하기 전 이용자가 상상한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노래들과 함께 연결되며 몰입도를 높인다. 그렇게 재생되는 음악들은 이용자가 기대했던 무드와 분위기를 대체로 충족시킨다.

 

 

 

댓글 창을 통한 소통


 

‘소통’은 다른 음악 서비스에는 존재하지 않는 유튜브만의 독보적인 특징이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댓글을 통해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떠오르는 경험을 나누거나 유튜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기도 한다. 이러한 소통은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계속 찾게 되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리플레이LEEPLAY는 파리, 피렌체, 포르투 같이 대표 여행지로 꼽는 도시와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를 제작한다. 그중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우리 나중에 파리 여행가면 에펠탑 보면서 같이 듣자’의 소개 글엔 이런 글이 적혀있다.

 

 

혼자 파리로 여행을 떠났을 때의 기억들이 

노래 몇 곡으로 인해 다시 선명하게 떠오르는게 참 신기하다

개선문 위를 올라가 파리의 야경을 봤을 때 

뭔지 모를 벅참과 함께 큰 위로를 받았었는데

그 때 기억을 떠올려주는 노래들로 갑자기 때아닌 위로를 받았다

그러니 이걸 듣는 여러분들에게도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음악은 일종의 타임머신과도 같다. 잊고 있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고작 음악 하나가 바닷가를 산책하던 순간, 눈이 펑펑 오던 어느 겨울날을 다시 한번 살아갈 수 있게 만든다. 그런 것처럼 리플레이LEEPLAY는 파리 여행을 갔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들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며 이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여기에 달린 댓글은 다음과 같다.

 

 

파리 댓글창1.png

 

 

파리 유학생이 바라본 파리, 아직 가보지 못한 파리를 꿈꾸는 사람, 한국이 그리운 유학생이 가진 파리의 기억. 사람들은 각자가 가진 파리에 대한 기억을 댓글에 적는다. 그렇게 쌓인 글들을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읽다 보면 파리를 여행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제목으로 소통의 장을 만들어낸 경우도 있다. ‘카페 사장 최준도 이거 틀고 커피 내리는 중’(리플레이LEEPLAY) 플레이리스트다. 최준은 유튜브채널 <피식대학>의 B대면데이트에 출연 중인 개그맨 김해준의 부캐다. “철이 없었죠 커피가 좋아서 유학을 했다는 자체가”, “뽀야뽀야” 등의 느끼하고 다정한 멘트로 큰 인기를 끌며 ‘준며들었다’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어냈다.

 

 

최준댓글창.png

 

 

이 플레이리스트의 댓글 창은 온갖 드립과 주접들이 가득하다. 심지어 최준의 본캐인 개그맨 김해준이 직접 댓글을 달기도 했다. 선곡도 선곡이지만, 유튜버의 덕질에 공감하고 사람들의 댓글을 보고 웃으면서 친근감과 유대감을 느끼는 하나의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

 

사실 음악에만 집중하고 싶다면 유튜브보다 음원 유통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더 좋은 음질과 이퀄라이저 기능, 아티스트와 앨범 정보로 바로 넘어갈 수 있는 편리함 같은 것은 유튜브에 없다. 게다가 프리미엄 결제를 하지 않으면 화면을 계속 켜 두고 주기적으로 나오는 광고를 들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감성을 자극하고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의 매력이 분명 있다. 한번 익숙해지고 나면 기존 음악 서비스를 이용할 때 어딘지 모를 아쉬움과 어색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음악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동시에 음악을 들으며 어디든 갈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외부 활동이 자유롭지 못해진 요즘, 유튜브의 플레이리스트로 기분 전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조금 울적한 날엔 그 마음을 위로해주는 플레이리스트로, 여행이 그리워질 땐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으로, 노곤한 퇴근길에 피로를 녹여줄 따스한 음악을 들으면서 말이다.

 


 

신소연.jpg

 

 

[신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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