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도서]

과학과 예술을 넘나드는 보존과학의 세계
글 입력 2020.12.2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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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EW ***

<도서>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 미술품을 치료하는 보존과학의 세계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_표지_입체.jpg

 

 

책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는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그림 뒷편의 세계를 담았다. 바로 '미술품 보존과학'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인 김은진 미술보존가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학예연구사로 근무하면서 마주한 문제와 고민들을 책 속에 담았다.

 


원래 경계를 명확하게 나누기 힘든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빨강과 주황의 구분은 모호하고 새것과 헌것의 구분도 애매하다. 요즘에는 예술가와 과학자의 구분도 확실하지 않다. 그러니 무엇이 미술이고 아닌지조차 대답하기 어려운 이 시대에 무엇을 보존해야 하고 어떻게 보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대답은 애초에 기대하지 않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 p.14

 

 

있는 것을 그대로 지켜내는 것이라고 생각한 보존의 세계는 생각보다 더 깊고 복잡했다. 크게 세단계로 분류되는 문화유산의 보존은 작품에 손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방지하는 '예방보존'과 작품을 수리하고 보수하는 '치료보존', 그리고 마지막으로 심하게 손상된 작품을 다시 복구하는 '복원'으로 나뉜다.

 

이 중 가장 고민 많을 단계는 아마 복원일 것이다. "잘못된 한 명의 복원가는 비행기 폭격보다 더 큰 피해를 남길 수 있다"(페데리코 제리, p.24) 라는 이탈리아의 어느 미술사학자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복원은 아주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작품을 재연하는 것이 아닌 그 작품의 시대, 배경, 문화와 과학기술까지 고려해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지식들을 접하고 책을 보면서 인상 깊었던 것은 시스타나 천장화의 보존 책임자 콜라루치의 태도였다. 가장 성공적인 복원이었다는 반응과 미켈란젤로의 색이 사라져버렸다는 반응. 극과 극의 평가를 받았지만 그는 철저하게 검증한 과정들을 통해 벽화를 복원해다는 것을 증명했고, 작품을 오래도록 보존하기 위한 환경도 구현했다.

 

유럽여행 중 바티칸 투어에서 천장화 입장 시간을 기다리며 지루해했던 기억이 있는데 다 온도와 습도를 맞춰 작품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다니, 엄청난 계산과 고민들이 들어간 작품을 감상하고 왔다는 생각이 든다.

 

도서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는 그동안 전혀 몰랐던 세계를 접하게 해 준 책이었다. 예술이라는 추상적인 영역과 가장 객관적인 분야인 과학을 넘나들며 작품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미술보존의 세계는 놀랍고 존경스러운 영역이었다.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관리하고, 후대에도 전달하기 위해 작품을 어루만지는 미술보존가들의 손길 덕분에 역사와 문화가 남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그림이 들려주는 복원 이야기'에서는 미술품 복원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들이 펼쳐지는데, 미술 복원의 역사에서부터 복원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보존가들의 이야기, 참혹하게 실패한 미술품 보존 처리로 오히려 관광 명소가 된 시골 마을 이야기, 전통적인 미술품의 보존 처리와는 확연히 다른 현대미술 작품의 보존에 대한 쟁점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어지는 2부 '미술관으로 간 과학자'에서는 실제로 미술품 복원에서 과학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보여 준다. 가령,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 언급된 '레슬링을 하는 두 명의 남자' 그림은 그동안 행방이 묘연했다. 그런데 고흐의 진짜 작품인지 논란이 되었던 그림, <들꽃과 장미가 있는 정물>을 최신 과학기술을 이용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이 그림 아래에 숨어 있는 '레슬링을 하는 두 명의 남자'를 찾아냈다(고흐가 레슬러를 그린 캔버스 재활용한 것이다).
 
마지막 3부 '미술관의 비밀'에서는 미술품을 안전하게 보존해 후세에게 물려주기 위한 미술관의 끊임없는 노력, 관람객과 소통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 등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미술 작품과 관람객 사이에는 물리적인 공간뿐만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간격이 존재한다. 작가가 붓을 내려놓는 그 순간부터 그림에는 시간이 켜켜이 퇴적된다. 때로 이 시간은 작품에 고색미(古色美)를 더해 작품을 고풍스럽고 위엄 있게 만들지만, 작가의 창작 의도가 담긴 작품이 그 의미를 잃어버리거나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보이게 하기도 한다. 심지어 작품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보존가와 보존과학자 들은 마치 마법사처럼 작품의 '시간'을 창작의 그 순간으로 되돌린다. 과거의 시간을 현재로 그리고 다시 미래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
 
저자 김은진
 
과학고와 카이스트에서 공부한 정통 이과생이었다. 여행 중에 우연히 마주한 미술품 복원의 매력에 빠져들어 영국 뉴캐슬 노썸브리아 대학교에서 회화 보존을 공부하고 돌아왔다. 지금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한다. 건국대학교에서 현대미술의 보존에 관한 연구로 미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삼성문화재단 보존연구소 연구원,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방문연구원, 건국대학교 겸임교수를 지냈다.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는 미술관에서 보존가로 일하면서 맞닥뜨렸던 문제들과 현대미술 작품의 보존에 대한 끝없는 고민 속에서 쓴 첫 번째 이야기다. 전통적인 유화 작품에서부터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미디어 작품에 이르기까지, 미술 보존의 세계는 깊고 넓다. 그 흥미진진한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 과거의 시간을 현재로 그리고 다시 미래로 -
 
 
지은이
김은진
 
출판사 : 생각의힘
 
분야
교양과학
 
규격
140*215mm
 
쪽 수 : 304쪽
 
발행일
2020년 11월 06일
 
정가 : 17,000원
 
ISBN
979-11-90955-03-4 (03600)
 
 
[정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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