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장 떠나고 싶어질 땐 - 에밀리, 파리에 가다 [TV/드라마]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보내는 일상
글 입력 2020.12.1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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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주르, 파리! 낭만의 도시에서 꿈의 직장을 갖게 된 에밀리. 프랑스어는 못하지만, 마케팅이라면 자신 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인생. 사랑과 우정은 여기서도 복잡하다.


  

지난 10월에 개봉한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사랑스러운 미소의 소유자, 릴리 콜린스가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드라마이다.

 

대런 스타가 제작한 작품으로 그의 전작에서 따와 2020년 판 <섹스 앤 더 시티>로도 불린다. 원제는 ‘Emily in Paris’로 극 중 에밀리의 인스타그램 이름과 같다. 넷플릭스 TOP 10 콘텐츠에 몇 주 동안 올랐으며 현재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찾아온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랜선여행을 떠나고 있다. 그리고 이 드라마를 감상하는 것 역시 랜선여행을 떠나는 방법 중 하나다. 여기에 등장하는 파리의 낭만적인 풍경들을 보다 보면 그곳으로 떠난 듯한 기분이 든다.

 

지금 당장 해외로 떠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에밀리가 파리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를 만족감이 느껴진다. 그녀가 기뻐하는 걸 보며 나 역시 기분이 좋아지고 말이다. 따라서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격인 드라마라 볼 수 있다.

 

    

 

낭만의 도시, 파리


 

‘낭만의 도시’로 불리는 파리. 파리라는 도시 자체에 낭만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있다고 해야 할까?

 

파리를 떠올리면 왠지 모르게 설레고 벅차다. 그렇게 어느샌가 생겨버린 파리에 대한 로망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유럽여행을 간다면 가장 먼저 파리로 향할 것이다. 비교적 관광객들의 평이 극과 극으로 갈리지만, 그래도 직접 가봐야 알 것 같다. 나에게는 정말로 매력적인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바로 그 도시, 파리를 가득 담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뿐만 아니라 사람, 문화, 환경까지 모두 말이다. 드라마의 여주인공, 에밀리가 향하는 모든 곳에 낭만이 흩뿌려져 있다. 그저 집, 식당, 카페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장소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눈에 튀는 것도 없는데 무언가 특별해 보인다. 파리 안에 있다는 사실 자체로 말이다. 대표적인 명소인 뤽상부르 공원, 팡테옹, 예술의 다리, 몽마르뜨 등은 시청자의 눈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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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한편으로는 파리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프랑스인에게는 바람이 흔한 일인 것처럼 묘사하였다. 극 중 파리의 마케팅 회사 ‘사부아’의 대표 실비는 유부남인 앙투안과 불륜 관계에 있었다. 또한, 에밀리가 사랑에 빠진 가브리엘 역시 그녀의 친구인 카미유의 애인이었다. 에밀리는 가브리엘 말고도 여러 남자와 만남을 이어가지만, 결국 그에게 돌아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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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에게 파리의 현실을 보여주려 한 걸까? 그렇다면 그 방법이 조금 잘못된 것 같다. 잘 알지도 못하는 파리 사람들에 대한 반감을 형성하니 말이다. 이를 진정한 로맨스라고 할 수 있을까? 로맨틱한 연출과 대사를 통해 ‘불륜’이라는 꼬리표를 없앴다. 평생 용서받지 못할 사랑을 운명적인 사랑인 것처럼 포장한 것이다.

 

무엇보다 남주인공을 애인이 있는 남자로 설정한 것부터 황당했다. 에밀리는 졸지에 우정과 사랑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그러던 와중에 가브리엘에게 입을 맞추는 실수를 저지르곤 자기합리화를 한다. 진짜 현실이었다면 모든 관계가 파탄 날 위기에 처했을 것이다.

 

어떻게 이러한 바람을 일반적인 일로 묘사할 수 있을까? 아무리 극적 요소라도 프랑스인을 위와 같이 비유한 건 조금 경솔한 판단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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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이 아니다. ‘사부아’의 직원들을 융통성 없고 성희롱을 일삼는 사람처럼 묘사하였다. 그들은 고지식한 태도를 유지하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 시대의 흐름을 뒤따라가려는 에밀리를 괴짜 취급하며 흉보기 일쑤였다. 단편적인 모습을 강조하여 파리 사람들을 일반화했다고나 할까?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파리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 꿈꿨던 로망에서 점점 멀어지니 실망감이 밀려왔다.

 

이처럼 파리 직원들은 에밀리의 의견을 무시하지만, 시청자들은 미국 본사에서 발령 온 그녀의 의견이 옳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결과적으로 에밀리의 트렌디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회사가 점차 발전을 이룬다. 그러나 제품의 럭셔리한 이미지를 지키는 기존과 비슷한 마케팅이 먹힐 수도 있었다. 이를 “미국이 옳다.”는 식으로 풀어내니 파리를 조금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미국 드라마인 만큼 이에 관한 주관적인 입장이 들어간 것 같다.

 

따라서 <에밀리, 파리에 가다>를 보며 파리를 단정 짓지 않길 바란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란 걸 꼭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

 

 

 

진부함의 즐거움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한 여성이 파리에 와서 보내는 삶을 보여준다. 대런 스타의 "나는 진부함이 즐겁다. 나는 그것을 좋아한다."라는 말처럼 어쩌면 뻔한 스토리일 수도 있지만, 그러한 뻔함이 나를 즐겁게 했다. 능력도 있고 열정도 가득한 에밀리는 일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 덕분에 좋은 실적을 세울 수 있었다.

 

또한, 남자 때문에 힘들더라도 그에 얽매이지는 않았다. 우정이든 사랑이든 좋은 관계로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을 싫어하는 직원들에게도 살갑게 대하며 잘 지내기 위해 애썼다. 이와 같은 태도가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에밀리의 밝은 에너지와 넘치는 매력이 드라마가 흥행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뿐만 아니라 매 회차 다루는 마케팅에 관한 이야기가 정말 흥미진진했다. ‘남성형 여성형’과 ‘섹시인가, 성차별인가’는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에피소드였다. 현대 사회의 편견, 고정관념, 차별에 관해 따끔하게 집어주었다. 에밀리는 기존 제품의 인식을 바꿔 신선하고 파격적인 마케팅을 펼쳐나갔다. 그녀는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혼자만의 힘으로 해냈다. 진정한 영 커리어의 면모를 보였다. *영 커리어 : 20~30세의 커리어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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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러닝타임이 20~30분 이내라 그런지 한편 한편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정말로 가볍게 보기 좋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랜선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 넷플릭스를 즐겨보는 사람,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물론 파리에 로망이 있는 사람 역시 굉장히 재밌게 보리라 확신한다.

 

다만, 파리를 단정 짓지 않길- 그렇게 한다면 더욱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파리로 떠날 날을 고대하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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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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