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죽음을 그린 화가들, 순간 속 영원을 담다

글 입력 2020.12.0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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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알아감에서 그림을 보는 것은 특별한 인상을 선물합니다. 그림은 타인이 겪었던 죽음의 순간에 참여해보고, 그가 느꼈을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매개체입니다. 그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나의 죽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림을 매개로 실제로 접해보지 못한 죽음에 대한 슬픔, 두려움,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죽음에 대한 하나의 주의나 주장만이 전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고르고 고른 책은 독자의 관심거리가 지극히 담긴 선택이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도 암과 죽음에 관한 내용이었고 이 도서 또한 그렇다.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는 짐작이 가능했다. 죽음을 똑바로 인지해야 현재를 지혜롭게 살 수 있다는 게 핵심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이것을 풀어내는 방식에 끌려 책장을 넘겨보고 싶었다. 작가는 죽음 이야기를 담은 명화 중 24명의 화가의 24점의 그림을 중심으로 죽음과 죽어감 그리고 애도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림에는 쓸모없이 그리는 것이 없다. 모든 의도와 가치가 함축되어있으나 그것을 알아채기는 여간 어렵다.

 

그래서 이 책이 필요하다. 저자는 한 그림을 2~3개의 도판으로 나눠 배경과 의미를 마치 교과서처럼 설명해준다. 더하여 무겁고 어둡기만 할 것이라는 예상은 머지않아 바뀌었다.

 

‘PART 1. 죽음에 말 걸며 알아가기, PART 2. 죽음으로 인해 선명해지는 삶, PART 3. 죽음 앞에서도 변함없는 사랑’이 3가지로 분류되어 각 8점씩 그림은 소개된다.
 
 

 

<죽음과 삶>-구스타프 클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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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바로 눈앞, 아주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두 손으로 무엇인가를 잡고 화려한 문양의 옷을 입은 해골이 죽음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앞에 남녀노소 여러 사람이 있지만 죽음이 온 줄도 모르고 서로 엉켜 잠들었습니다.

 

 

먼저 개인적으로 클림트의 작품을 좋아함을 고백한다.

 

<죽음과 삶>은 가장 보편적인 죽음의 이미지에 부합한 작품이라고 느꼈다. 한눈에 봐도 어디가 죽음이고 삶인지 뚜렷한 색 대비도 나타난다. 해골은 무언가를 들고 그들을 마치 기습적으로 공격하려 하는 듯하다. 하지만 둘의 사이에는 알 수 없는 벽이 가로막혀있다. 모두에게 죽음은 여전히 이런 것이다.

 

어둡고 거리를 두고 싶은 일. 삶에서 죽음과의 간격은 점점 좁혀지고 언젠가 찾아오는 것을 알기에 두려운 것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인지함으로써 하루를 가치 있게 보내고 싶은 다짐이 생긴다. 저자가 이 작품에 인용한 김여환 작가의 글처럼 말이다.

 
“죽음을 배우면 죽음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삶이 달라진다. 자신의 마지막을 정면으로 응시하면 들쭉날쭉하던 삶에 일관성이 생기고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관람 후 깨달음이 있는 이 작품으로 책은 시작된다.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피터르 브뤼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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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대의 이 작품은 오늘날의 ‘죽음’을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를 담고 있다. 여기에서 죽음은 자신이 아닌 타인의 죽음을 그린다. 얼핏 보기에 이 장면은 어딘가 평온하다. 중간에 있는 인물은 소를 몰며 길을 떠나고 바다에는 배가 떠 있는 정도이다.
 
그러나 오른쪽 아래 귀퉁이 부분을 보면 어딘가 스산한 장면이 있다. 바로 사람의 다리이다. 화가는 바다에 빠진 이카로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발명가 다이달로스의 아들)의 다리를 그렸다. 이 그림을 통해 우리는 타인의 죽음에 얼마나 무신경한지를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죽음에 무관심합니다. 죽음이라는 것이 마치 없는 것처럼 멀리, 저 멀리 밀어두거나 숨겨둡니다. 보고도 못 본 척, 나와 전혀 상관없는 척, 영원히 죽지 않고 살 것처럼 사는 모습이 바로 이 그림에서 이카로스의 주변 인물들의 모습과 같습니다.
 

 

이렇듯 죽음 그 자체를 통해 자신을 제삼자로 설정하여 되돌아보게끔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꼭 죽음뿐만이 아니라 길에서 일어나는 폭력, 옆집에서 일어나는 범죄 등에 우리는 너무나 남의 일로 치부하는 듯하다. 당시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여 잔혹하기도 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시신 위에서 화해하는 캐풀렛과 몬터규>-프레더릭 레이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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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은 너무나 유명한 연극이다. 더하여 도서, 음악, 영화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해 누구에게나 익숙하다. “로미오, 당신은 왜 로미오인가요?”라는 대사가 머릿속에서 자동재생이다.
 
전반적인 줄거리는 몬터규의 아들 로미오와 캐풀렛의 딸 줄리엣은 사랑에 빠지지만, 둘은 원수의 가문으로 허락을 받지 못한다. 그러다 줄리엣은 잠시 숨을 멈추는 약을 먹고 둘은 엇갈리며 죽게 된다. 이 그림은 죽음 이후를 말하고자 한다. 두 가문은 깊은 후회와 늦은 깨달음으로 화해를 한다.
 
저자는 둘의 죽음은 끝이자 종결이 아닌 새로운 변화의 촉발점임을 알려준다. 그들의 엇갈린 희생이 공동체를 화합으로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죽음이 종결이아닌 시작을 만든다는 생소함을 알려준다.
 
이렇듯 다양한 작품으로 구성되어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죽음을 통해 현재를 바라보는 관점을 제공하는 도서 <죽음을 그린 화가들, 순간 속 영원을 담다>이다.
 
 
매일의 삶이란 결국 시간을 먹으며 이어가는 삶이기에, 주어진 시간 이후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마지막이 있음을 인정하고 오늘을 사는 것이 삶의 지혜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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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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