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알아감에서 그림을 보는 것은 특별한 인상을 선물합니다. 그림은 타인이 겪었던 죽음의 순간에 참여해보고, 그가 느꼈을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매개체입니다. 그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나의 죽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림을 매개로 실제로 접해보지 못한 죽음에 대한 슬픔, 두려움,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죽음에 대한 하나의 주의나 주장만이 전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고르고 고른 책은 독자의 관심거리가 지극히 담긴 선택이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도 암과 죽음에 관한 내용이었고 이 도서 또한 그렇다.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는 짐작이 가능했다. 죽음을 똑바로 인지해야 현재를 지혜롭게 살 수 있다는 게 핵심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이것을 풀어내는 방식에 끌려 책장을 넘겨보고 싶었다. 작가는 죽음 이야기를 담은 명화 중 24명의 화가의 24점의 그림을 중심으로 죽음과 죽어감 그리고 애도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림에는 쓸모없이 그리는 것이 없다. 모든 의도와 가치가 함축되어있으나 그것을 알아채기는 여간 어렵다.
그래서 이 책이 필요하다. 저자는 한 그림을 2~3개의 도판으로 나눠 배경과 의미를 마치 교과서처럼 설명해준다. 더하여 무겁고 어둡기만 할 것이라는 예상은 머지않아 바뀌었다.
<죽음과 삶>-구스타프 클림프
죽음이 바로 눈앞, 아주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두 손으로 무엇인가를 잡고 화려한 문양의 옷을 입은 해골이 죽음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앞에 남녀노소 여러 사람이 있지만 죽음이 온 줄도 모르고 서로 엉켜 잠들었습니다.
먼저 개인적으로 클림트의 작품을 좋아함을 고백한다.
<죽음과 삶>은 가장 보편적인 죽음의 이미지에 부합한 작품이라고 느꼈다. 한눈에 봐도 어디가 죽음이고 삶인지 뚜렷한 색 대비도 나타난다. 해골은 무언가를 들고 그들을 마치 기습적으로 공격하려 하는 듯하다. 하지만 둘의 사이에는 알 수 없는 벽이 가로막혀있다. 모두에게 죽음은 여전히 이런 것이다.
어둡고 거리를 두고 싶은 일. 삶에서 죽음과의 간격은 점점 좁혀지고 언젠가 찾아오는 것을 알기에 두려운 것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인지함으로써 하루를 가치 있게 보내고 싶은 다짐이 생긴다. 저자가 이 작품에 인용한 김여환 작가의 글처럼 말이다.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피터르 브뤼헐
사람들은 죽음에 무관심합니다. 죽음이라는 것이 마치 없는 것처럼 멀리, 저 멀리 밀어두거나 숨겨둡니다. 보고도 못 본 척, 나와 전혀 상관없는 척, 영원히 죽지 않고 살 것처럼 사는 모습이 바로 이 그림에서 이카로스의 주변 인물들의 모습과 같습니다.
매일의 삶이란 결국 시간을 먹으며 이어가는 삶이기에, 주어진 시간 이후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마지막이 있음을 인정하고 오늘을 사는 것이 삶의 지혜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