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의 조각을 잇다 '조르조 바사리' [사람]

미술사학의 아버지 조르조 바사리의 《미술가 열전》
글 입력 2020.10.0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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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는 생각보다 꽤 오랜 기간 동안 이야기로만 전해졌다. 하지만 예술계가 꽃피는 르네상스 시대, 이 시대의 작가와 작품에 대한 기록을 생생히 남긴 예술가가 나타났고 미술사의 명맥을 이어가는 시초가 되었다.

 

16세기 이탈리아 화가이자 건축가인 ‘조르조 바사리’이다. 바사리의 작품보다 예술가들의 전기를 기록한 《미술가 열전》이 더 큰 주목을 받으며, 미술사학의 아버지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다. 미술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지표의 역할을 하는 조르조 바사리와 그의 평전 《미술가 열전》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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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

 

 

1511년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태어난 바사리는 메디치가의 후원 아래 활발히 활동하던 화가이자 건축가였다. 당시 메디치가의 후원은 예술가로서 최고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뜻했다. 피렌체와 로마에서 활동하며 그는 예술가로서의 명맥을 이어갔다. 잘 알려져 있는 우피치 궁, 베키오 궁 더 나아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바사리 화랑까지 모두 바사리의 손길로 탄생하였다. 이 건축물들은 간결함과 강건함으로 후대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또한 프레스코화를 다수 제작했는데, 메디치가의 수장이었던 코시모 1세의 힘과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 것이었다. 이후 1550년 그는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을 기록한 《미술가 열전》 출판을 위해 예술가들과 널리 교류하였고 취재를 지속하였다.

 

이는 문필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위함이 아니고, 세월이 지나고 예술인들과 예술이 망각되고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시작한 것이다. 예술에 대한 그의 가치관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시모 1세가 권좌에서 물러나고 바사리도 몇 달 후 1574년 숨을 거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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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 열전》

 

 

바사리가 1550년 출판한 《미술가 열전》의 본래 제목은 ‘ 가장 탁월한 이탈리아의 건축가, 화가, 조각가 생애(Le Vita De' Piu Eccellenti Architetti, Pittori, et scultori)’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이끈 유명 예술인들의 생애를 다루고 있다. 20여년에 걸쳐 이탈리아 전역을 돌아다니며 약 200여명의 예술의 개념과 예술인들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하였다. 전기, 전성기, 후기로 나눠 기록한 이 책은 1550년에 초판, 1568년에 개정 증보판으로 재출간되었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르네상스’라는 용어의 시작이 이 책으로부터 나왔다는 것이다. 자신의 책 1부에서 고대의 재생을 일컬으며 당시를 규정짓기 위해 'Rinascimento'(Renaissance)‘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는 하나의 개념이라기보다 ’고대 그리스 문화가 재생하였다‘라는 평면적 의미였다고 한다.

 

이 책이 대두되는 이유는 예술을 넘어 역사, 사회 등 폭넓은 지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한 시대를 생생히 전하기 때문에 복합적인 가치를 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치마부에, 마사초, 도니텔로, 브루넬레스키, 미켈란젤로 등의 작가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소개하며 바사리만의 예술론을 형성했다. 바사리의 《미술가 열전》이 미술사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바사리는 당시의 예술가들을 한 시대의 획을 긋는 주인공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바사리가 미술가 열전을 기록하지 않았다면, 세월이 지나 잊힌 예술가들도 많았을 것이고, 무명으로 지낼 예술가들도 있었을 것이다. 개개인의 단편적인 기억들을 모으고, 직접 예술인들과 소통하며 위대한 예술가들의 일생과 업적을 한 곳에 모아 담았다.

 

바사리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기록에 대한 집념은 많은 예술가들을 역사 속에 남게 했고, 예술계의 명맥을 이어가게 했다. 수면 위로 떠오른 예술가들은 현재까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르네상스의 주인공들로 거듭난 것이다.

 

19세기 역사학자 야콥 부르크하르트는 “바사리의 빛나는 저작이 없었더라면 유럽의 미술사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각조각난 예술의 역사를 하나로 이어 흐름을 형성한 그의 업적은 찬란했던 르네상스를 시대를 뛰어넘어 함께 공유하게 했고, 서양미술사의 출발점을 단단하게 다지게 했다. 《미술가 열전》이 가진 의미를 곱씹으며 글을 마무리한다.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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