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돌 콘텐츠를 보다 보면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제작하는 각 잡힌 자체 콘텐츠뿐만 아니라, 멤버들이 직접 이끌어가는 ‘부계’ 유튜브 채널이 눈에 띈다. 완성도 높은 기획과 편집을 앞세운 자체 콘텐츠와 달리, 멤버들의 일상이나 케미, 엉뚱한 챌린지 등을 보다 날것으로 담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최근에는 중소 기획사 아이돌을 중심으로 멤버 개인이 직접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거나, 멤버 몇 명이 함께 새로운 채널을 만들어 운영하는 모습이 주로 포착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리센느 멤버 원이의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로, 이후 다른 멤버들도 함께 등장하며 리센느를 알리는 가장 큰 계기가 되었다.
이 외에도 새로운 채널로 본인, 더 나아가 그룹을 알리고 있는 아이돌 부계 유튜브를 몇 가지 엄선해서 분석했다.
82MAJOR, ‘에투메’
82MAJOR 멤버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에투메’는 팬들 사이 ‘왜 이렇게 무리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콘텐츠를 선보인다.
이들은 야산에서 공포게임하기, 디스코팡팡 타면서 줌 회의하기, 계곡에서 야외취침하기 등 다소 무리한 설정의 날것 콘텐츠를 보여주고 있다. 리더 성일을 중심으로,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등장하며 각 멤버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들은 멤버 대부분이 23살 동갑이고, 경상도 출신 멤버들이 많아 그룹 안에서 활용할 만한 관계성이나 소스들이 많다. 역할이 정해지기보다는, 주어진 상황 속에서 나오는 찐텐 리액션과 티키타카가 중심이 된다.
에이티즈 산&우영, ‘9트쫑’
에이티즈 산과 우영이 함께 운영하는 ‘9트쫑’은 두 사람의 현실 친구 케미를 내세운다.
현재 공개된 영상 수는 6개로, 많은 편은 아니지만 평균 조회수 약 340만 회를 기록하며, 올리는 영상마다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 채널이 개설된 지 얼마 되지 않아 ‘BAD’로 인기를 끌기 시작해, 타이밍도 잘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잘 안 맞는 듯 티격태격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 채널의 주요 볼거리다.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아이돌의 모습과 친구와 있을 때의 모습 사이의 간극이 오히려 콘텐츠가 된다.
제로베이스원 석매튜, ‘해봣튜’
제로베이스원의 석매튜가 운영하는 채널 ‘해봣튜’는 이름 그대로 석매튜가 하고 싶은 것을 직접 해보는 채널이다.
아이돌 매니저의 매니저가 되어보거나, 민속촌에서 귀신 알바를 하고, 승무원 체험에 도전하는 등 아이돌이라는 직업을 넘어 ‘석매튜’로서의 다양한 경험을 콘텐츠로 만든다. 특히 궁금증을 높이는 타이틀이 이 채널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돌이 시간 없다는 거 다 거짓말입니다’, ‘투잡 뛰는 아이돌’ 등 직관적이면서도 재치 있는 타이틀이 눈길을 이끈다.
현재 첫 시즌을 마무리하고, 시즌 2를 앞두고 있다. 또 어떤 도전으로 시즌 2를 맞이할지 궁금증이 커지는 시점이다.
크래비티 형준, ‘동그란송형준’
크래비티 형준의 ‘동그란송형준’은 또 다른 방향으로 친근함을 보여준다.
‘각박한 세상 동글게 살아가자’는 컨셉 아래로, 송형준 그 자체의 모습을 주로 보여준다. 특히 과거 누나들과의 현실 남매 케미로 인기를 얻어, 가족과의 브이로그 등 자연스러운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일명 '에겐남 연기'로 화제가 된 정호균 배우의 연기 수업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유튜브 채널은 보는 내내 힐링이 되고, 긍정적인 바이브를 얻어갈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보인다.
아이돌에게 ‘부계 유튜브’가 필요한 이유
이들의 콘텐츠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음으로써 거리감을 좁히는 것이다.
기존 아이돌 콘텐츠에서는 큰 세계관이나 컨셉, 연출에 집중했다면, 최근 부계 유튜브에서는 부여된 역할 없이 있는 그대로의 순간들이 모여 콘텐츠가 된다.
또한 ‘아이돌이 이런 것까지 한다고?’라는 생각이 들게끔 콘텐츠를 만든다. 야외에서 고생하고, 신기한 체험을 하고,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꼭 팬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 클릭해 볼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두 번째는 공식 콘텐츠에서 볼 수 없던 캐릭터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식 자체 콘텐츠가 그룹 전체의 색깔과 앨범의 컨셉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면, 부계 유튜브는 멤버 한 명 한 명에게 보다 집중한다. 이렇게 쌓인 영상 하나하나가 멤버별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이는 자연스럽게 그룹 전체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아이돌로서가 아닌, 사람 그 자체로서
콘텐츠의 형식에서도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 채널의 편집은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공들인 티를 내기보다, 비교적 직관적이고 깔끔한 편집으로 보기 편하게 만든다.
특히 썸네일에서는 멤버가 망가지는 순간을 포착해 보여주고, 고딕 계열의 폰트로 해당 상황을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자주 활용된다. ‘아이돌 콘텐츠’라는 느낌보다 일반 유튜브 채널에서 볼 법한 친근한 인상을 주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콘텐츠의 진입장벽을 낮추며, 아이돌로서 다가가기보다 본연의 모습으로 다가가며 부담을 확 낮춘다.
결국 부계 유튜브는 아이돌이 가진 가장 강력한 콘텐츠 자산인 ‘사람 자체’를 보여주는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작용하고 있다. 잘 만들어진 영상을 넘어, 아이돌의 자연스러운 모습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