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 '프란시스 하'를 보고나서

Ahoy sexy!
글 입력 2020.10.05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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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EW ***

영화 <프란시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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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관에서 나오면서 벅차오르는 감정으로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고 이 영화 꼭 보라고 외치고 싶은 영화들이 있다. <프란시스 하>가 그랬다.

 

영화를 보던 도중, 프란시스의 나이가 나오자 나는 자세를 고쳐 앉고 더 깊숙이 몰입했다. 27살, 프란시스는 나와 동갑이었다. 나이는 숫자일 뿐 거기에 얽매이지 말자 라고 생각하는 주의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27살은 으레 사회인으로서 한 사람의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나이이다.

 

어릴 적 나 역시도 27살의 나는 커리어우먼이 되어있겠다고 막연하게 상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난 아직 어딘가 속해 있지 않은 애매한 직업(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인 취준생이다.

 

 

“제 직업이요? 설명하기 힘들어요.

진짜 하고 싶은 일이긴 한데,

진짜로 하고 있진 않거든요.”

 

 

뉴욕의 프란시스도 나와 약간 비슷했다. 그는 무용수라는 꿈을 품고 뉴욕에 왔다. 뉴욕의 한 무용 학교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다음 공연 무대에 설 수 있을지 정확히 알 수 없고, 식당에서 카드를 내밀 때마다 잔고를 걱정하며 매달 방세도 제때 내기 어려운 삶이다.

 

그래도 프란시스에겐 확실한 꿈이 있었다. 이 점은 나에겐 없는 것이다. 프란시스는 언젠가 최고의 무용수가 되어 전 세계에 이름을 날리겠다는 꿈이 있다. 그리고 이 꿈을 함께 공유하고 격려하는 친구 소피도 있다.

 

프란시스와 소피는 한집에 같이 사는 베스트프렌드이다. 눈 떴을 때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함께 하던 사이. 그들은 뉴욕 거리를 맘껏 질주하고 때론 공원 한가운데서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하면서 많은 추억을 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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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소피는 같이 살던 아파트에서 나가겠다는 소식을 전한다. 소피와의 계약을 지키기 위해 연인과 다투다 헤어진 프란시스에게 이는 꽤 큰 충격이었고 소피의 이사 이후 둘은 약간 서먹해진다.

 

그 후로 소피의 소식은 전화, 혹은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듣게 된다. 남자친구와 약혼을 했으며 퇴사를 했다는 소식과 남자친구의 직장으로 인해 일본에 가서 살게 되었다는 소식까지. 타인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하지 않은 지인의 지인들에게 이 소식을 들은 건 프란시스에게 적잖은 충격이었을 것 같다.

 

이 와중에 참여하기로 했던 공연은 취소되고 학교 선생님은 무용과의 사무직을 제안한다. 꾸준하고 안정적이어서 생계를 유지하기엔 적합한 자리이다. 하지만 프란시스는 단칼에 거절한다. 상상도 해보지 못한 삶이기 때문이다. 이후 프란시스는 뉴욕을 떠나 고향 근처 대학의 기숙사 사감으로 근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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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막바지, 프란시스는 다시 뉴욕으로 돌아왔다. 선생님이 제안했던 그 자리로. 전에 입던 요란한 꽃무늬 원피스와 컨버스 운동화가 아닌 오피스룩을 입고 사무실에서 근무한다. 하지만 내 눈에 프란시스는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이었다.

 

이 대목을 프란시스가 현실과 타협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 얻게 된 일자리는 중간중간 휴식시간에 공원에서 춤도 출 수 있으며 자신이 창작한 안무를 선보일 수도 있는 자리였기에 타협이나 순응보단 새로운 시도, 방향의 전환이라고 말하고 싶다.

 

평소 팔로우하는 김이나 작사가의 인스타그램 스토리 Q&A에서 인상깊은 답변을 본 기억이 있다. 꿈을 포기하고 싶을 때 극복방법을 물어본 질문에 김이나 작사가는 “꿈은 한번 생기면 생명력이 있어 포기한다고 소멸하는 건 아닌 거 같다.”고 답했다. 프란시스의 꿈도 그의 주머니 어딘가에 졉혀 있을 것이다.

 

꿈을 펼칠 수 있게 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접어둔 채로 프란시스가 만족한다면 그걸로도 충분한 게 아닐까, 마치 마지막 장면에서 이름이 접힌 프란시스의 우편함처럼. ‘프란시스 할라데이’가 ‘프란시스 하’가 되었지만 새로 구한 집에서 프란시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편안해 보였다.

 

 


 



'프란시스 하' 30초 예고편

 




프란시스 하
- Frances Ha -
  
 
감독 : 노아 바움백
 

출연

그레타 거윅(프란시스)

믹키 섬너(소피), 아담 드라이버(레브)

 

장르 : 청춘 무비

개봉 : 2014년 07월 17일
재개봉 : 2020년 09월 24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86분
 

 


 

 

[정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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