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동물들의 '낙원', Butenland [영화]

글 입력 2020.09.2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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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동물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인간은 동물을 소비한다. 인간이 먹고 마시고 입기 위해 목숨을 잃는 동물의 수는 쉽게 예상할 수 있듯 결코 적지 않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도살된 동물의 수는 총 98,715,748마리, 한국에서 한 달 동안 죽임을 당한 동물의 수만 약 1억 마리에 이른다. 매 달 오로지 인간을 위해 죽어나가는 이 1억 마리의 동물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기에 이토록 우리의 눈 앞에서 지워져 있는지 의문이 인다.


그들은 대중의 시선이 철저히 차단된 교외지역, 벽과 지붕으로 가리운 캄캄한 철창 안에 갇혀있다. 우리에게 지독히 일상화된 육식은 때때로 그것이 다른 생명의 삶과 맞바꾼 행위임을 은폐하고자 한다. 허나 동물은 명백한 생명이며, 육식은 허락받지 않은 살육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조금 다른 접근방식을 택한 이들이 있다. 바로 독일에서 '젖소 양로원'이라 불리는 농장 Butenland를 운영하는 얀과 카린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지난 7월 개최된 제17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낙원>이라는 이름으로 상영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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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과 카린의 출발점은 결코 같지 않았다. 얀은 부모님의 농장을 물려받은 농부였으며 카린은 급진적인 동물권 활동가였다. 사실 같다기보다 오히려 극단에 가까운 둘이었지만 그럼에도 같은 것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얀은 부모님께 농장을 물려받자마자 동물들을 위해 축사환경과 사육방식을 바꾸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출산한 어미로부터 송아지를 빼앗아야 했고 소들을 도축장으로 보내야했다. 그 일들은 점점 더 강하게 그를 짓눌렀고, 얀은 남은 12마리의 소를 지키고자 마음먹었다.


카린은 과거 그녀의 고양이를 찾던 중 근처 실험연구실에서 동물실험의 실상을 알게되었다. 마주한 진실은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어졌고, 그녀와 동료들은 실험동물들의 자유를 위해 불법행동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그에 따라 구금되기도 했다. 다행히 그녀가 재판에서 판사에게 보여준 동물실험 영상은 재판장의 공기를 바꾸었고 손해보상 의무와 함께 석방되는 일도 있었다.


그런 얀과 카린이 만나 부텐란드(Butenland)를 만들었다. 더이상 동물들을 돈벌이로 삼지 않고, 그저 농장 공간에 숙소를 마련해 손님을 받곤 했던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농장에는 기부금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얀과 카린은 이를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협회를 설립했다.

 

현재 그들은 소들이 편안히 지낼 정도의 수를 유지하며, 소가 소답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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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답다는건 뭘까? 우유팩에 그려진 그림처럼 옴싹달싹 못한 채 풀을 뜯어먹는 모습이 소다운 모습일까?

 

영화의 후반부, 얀과 카린의 농장에서 소가 드넓은 들판을 그야말로 겅중겅중 뛰어다니는 장면이 등장한다. 당신에게 자유로이 뛰어다니는 소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지 묻고싶다. 인간은 그들의 이름마저 '젖소'로 붙여두고 마치 항상 젖이 나오는 기계인양 취급해왔다.


그들은 인간의 입맛에 맞게 특별한 우유를 생산하는 특별한 동물이 아니다. 모든 포유류와 다름 없이 임신을 해야만 '모유'를 만들 수 있고, 그러니 아이도 출산하는 것이 물론이다. 인간에게 '모유'를 모조리 빼앗기기 위해 그들은 한평생 조그만 철창에 갇혀 강제로 임신되고, 출산한 송아지를 강탈당하고, 끊임없이 몸을 쥐어짜인다.

 

이 끔찍한 순환을 수없이 반복하다 시름시름 앓게 되면, 그저 버려질 뿐이다. 더이상 '우유'나 '고기'가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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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다시 말해 내가 이 끔찍한 학대행위의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해야만 하는 일이고 분명히 바뀌어야만 하는 일이다. Butenland 농장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낙원(Butenland)>은 좀 더 둥글고 평화롭게 우리에게 진실을 알려준다.


어린시절 우화 속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햇빛처럼, 때로는 폭력의 진실보다 지극히 평범한 진실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는 법이다. 온전한 생명력을 내뿜는 소의 뜀박질이 일순간 강한 충격으로 다가온 것처럼 말이다.


당장 바꾸기 힘들어도 괜찮다. 변화의 바람에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싹튼 씨앗은 온 세상에 퍼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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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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