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분노에게 끌려 다닐 때 꺼내 봐야 할 지침서 - 감정도 설계가 된다 [도서]

내 분노를 나도 어찌하지 못할 때 읽기 좋은 입문 서적
글 입력 2020.07.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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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분조장’이라는 줄임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최근 ‘분노 조절 장애’를 줄여 ‘분조장’이라고 부르곤 한다. 줄임말까지 나올 정도로 현대 사회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생겨나는 문제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분노가 일상이 되는 시대에 책 <감정도 설계가 된다>를 만나게 되었다. <감정도 설계가 된다>는 ‘화’에 지배당하는 인간 심리를 분석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더 건강한 삶을 향유할 수 있는지 설명해준다.
 
책의 내용이 분석적이거나 무겁지 않아 심리 입문용으로 추천한다. 오히려 심리학 책보다는 자기 개발서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책은 전체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나를 지배하는 부정적인 감정의 실체, 원인 및 종류, 다양한 사례, 또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부정적인 모든 감정의 근원은 ‘화’다?

 

1장에는 부정적인 모든 감정의 근원은 ‘화’로부터 파생된 것이라 주장하며 총 24가지 화의 부정적인 표출 형태가 정리되어 있다.
 
인간의 복잡한 모든 감정의 중심 근원이 ‘화’라는 데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못하겠지만 책에는 많은 이상 행동들을 분노와 연관 지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점을 감안하고 읽는다면 분노에 끌려다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부분이 많을 것이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강박 행동이나 마조히즘, 사디즘 등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개념들을 화와 관련 시켜 설명했던 부분이다. 가령 모든 형태의 강박행동은 내재된 분노에서 비롯된 불안을 억제하기 위한 방어기제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을 예로 들 수 있다.
 
1장에서는 여러 화의 종류와 사례를 알고 자신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혹은 상대가 어떤 상태여서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해하고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부정적인 감정에 지배당하게 되면…

 

여러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우리는 흔히 그 감정을 느끼는 주체인 ‘나’는 성숙하기에 감정을 다스릴 줄 안다고 생각하곤 하지만 사실은 감정에 끌려다니는 객체가 되는 경우가 많다.
 
2장에서는 이와 같이 부정적인 감정에 지배당하게 되는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한다. 특히나 자살을 설명한 파트가 기억에 남았다. 자살이 타살의 상황과 비슷한 강도의 분노로 인해 일어난다는 점과  자살이 가끔은 타인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본인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부정적인 감정이 감정을 느끼는 주체를 조종하고 잠식시키도 나아가 죽음으로도 이끌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었다.
 
2장에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잘못의 원인을 ‘나’에게로 돌리고 내면의 평화를 강요하는 듯이 느껴졌던 부분이 있다는 점이었다. 책에는 모든 잘못의 원인이 ‘나’에게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챕터가 있다. 혹여라도 폭력 등으로 상처 받은 독자들이 읽고 모든 문제의 원인을 본인에게 돌리면 어쩌나 걱정되었다.
 
법적으로 해결하거나 잘잘못을 따질 수 있는 분노는 분명 분노의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생각하는데 내면의 평화를 위해 분노를 삭이고 용서하는 것이 가장 큰 복수라고 하는 부분이 의아했다. 물론 ‘여기서는 단지 화를 제거해 가는 과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와 같은 짧은 설명이 있었지만, 책에 내면의 문제만을 다루고 있다는 부분이 좀 더 명확히 명시되고 건강하고 정당하게 분노를 표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이 덧붙여졌더라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부정적인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는 방법

 

3장에는 분노로 인한 감정을 건강하게 해소하는 방안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해결 방안이 다소 추상적이고 서구권 서적답게 기독교적인 해결 방식이 많다는 점은 아쉬웠으나 기록의 중요성을 역설한 부분은 매우 도움이 되었다.
 
각 챕터마다 본인의 이야기를 ‘종이에 적어보라’든지 ‘기록해보자’와 같은 해결 방안이 반복해서 등장하는데, 감정을 기록하고 가시화하는 힘은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나 역시 우울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공책에 이 기분이 어디서 왔는지, 왜 발생했는지 꼼꼼히 적어 실체 없던 감정을 종이 위에 구체화하는 작업을 거치고 나니 우울감이 한결 가셨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복잡한 인간 본성을 ‘분노’에만 입각해 설명한 것과 기독교적 세계관에 입각한 해결 방안은 아쉬웠으나 분명 분노에 휩싸여 있는 이들, 혹은 그런 사람들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읽기에 가볍고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특히 경쟁 사회에 살며 끊임없이 남들보다 우월해야 한다고 생각해온 현대인들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마음'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내면 심리를 좀 더 자세히 분석하고 싶다면,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프로이트의 의자>를 추천한다. 두 책이 제시해준 길대로 노력해나가다 보면 ‘분노 조절 장애’가 아니라 ‘분노 조절 잘해’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강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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