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 전부터 어떤 삶을 살고 싶은 지 많은 고민을 해왔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삶은 ‘단단한 내면을 가진 평온한 삶’이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단정하게 살아가는 게 목표다. 그 모습을 눈앞에 그린 작품을 만났다. 일본 드라마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의 주인공 ‘아키코’는 오래도록 내가 마음속에 품고 있던 삶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배우고 싶은 삶의 태도 : 자신에 대한 신념과 취향이 있다.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로 아키코는 출판사를 퇴사하고 런치 식당을 차린다. 어머니의 식당이었던 그곳은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한다. 그녀만의 취향으로 채워진 식당. 창문 너머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는 우드 톤의 아담한 공간에서 정갈한 샌드위치와 수프를 차린다. 재료가 소진되면 이르게 문을 닫고 여유롭게 식당을 운영한다. 이를 지켜본 근처 찻집 주인은 단출한 메뉴와 짧은 영업 시간 등 아키코의 식당을 향해 참견과 조언을 건넨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속도대로 식당을 꾸려나간다.
아키코는 뚜렷한 신념과 취향을 가진 인물이다. 내면의 단단한 심지를 갖고 있어 힘든 상황에서도 크게 좌절하는 법이 없다. ‘나’라는 중심이 견고하게 자리 잡아 타인의 말과 행동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 사사로운 감정에 휩쓸리기 보다, 현재 상황을 직시하고 지금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낸다.
또한 자신을 온전히 독립된 존재로 여기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어머니의 식당과 아키코의 식당이 다른 이유도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존재인 만큼 각자의 개성을 담아 식당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자신의 주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다고 그녀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정하고 너그럽게 타인을 대한다. 제멋대로 상대방을 평가하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인다. 단지 주변 사람들의 조언과 평가를 모두 흡수하지 않을 뿐이다. 자신이 수용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을 명확히 구분하고, 지금 상황과 상태에 맞게 흘려보낸다. 타인의 생각이 곧 나의 생각은 아니기에 작은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아키코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간다. 지금까지 스스로 구속해왔다는 걸 알아차리고, 착실하게 살아온 삶에 느슨한 자유를 준다. 처음에 냉철하게 보이던 그녀의 모습은 시간이 흐를수록 부드러워진다.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고, 친절하게 손님을 맞이하며, 새로운 꽃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다정한 손길이 느껴진다. 누군가를 위한 고민의 흔적들은 식당 분위기를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이는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이 행복하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혼자였던 아키코 옆에 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오고, 마음 맞는 직원이 생기고, 새로운 이웃 주민들과 함께하면서 그녀는 조금 더 완전해진다. 홀로 앉던 식탁에 사람들이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어찌나 아름다워 보이던지, 내가 꼽는 명장면 중 하나다.
아키코는 단정한 삶을 추구한다. 차분하고 나긋한 태도로 항상 평온함을 유지하며 일상을 흔들리지 않게 지켜낸다.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기분 좋게 맞이한다. 집을 깔끔하게 정돈하고, 단정하게 옷을 입고, 정갈한 음식을 차려 먹는다. 좋아하는 일로 취향을 펼치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열심히 가꿔나가는 삶, 참 멋진 삶이다.
"자기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아는 사람은 행운을 부르는 것 같아요. '아! 이 사람은 이 일을 좋아하는 구나'라는 걸. 사람은 누군가를 만나서 뭔가 새로운 일이 생기기도 하고 또 그게 어떤 계기가 되어 자신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인생이란 게 재미있는 건지도 모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