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재즈가 왜 좋냐고? 그냥 듣기 좋으니까! [음악]

글 입력 2020.07.1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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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즈를 좋아한다. 재즈 음악이 좋은건지 재즈가 좋은건지 모르겠다. 아마 둘 다일 것이다. 여러 음악 장르의 뿌리이자 독특한 정서를 가지고 있는 재즈의 역사도 좋고, 분위기 있는 재즈 바도 좋고, 카페에서 잔잔히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도 좋다. 가끔은 서로 충돌하고 싸우며 Jam을 하는 라이브 공연도 즐겁고, 라라랜드처럼 재즈 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도 사랑한다.

 

재즈에 대해서 무슨말을 하면 좋을까. 나는 재즈를 좋아하고 즐겨듣지만 재즈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 설명할만큼 조예가 깊지는 않다. 그래서 텐션음이니 서브 도미넌트니 하는 재즈 화성학 이론을 언급하거나, 재즈의 역사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말하는게 나을 것이다.

 

‘어떤 재즈곡들은 정말로 듣기 좋다’고 말이다.

 

콘텐츠의 맥락이나 배경이 작품을 더 폭넓게 감상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때론 듣기 좋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작품과 대면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감동과 감정 같은 것들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몇 곡의 재즈곡들을 공유하고, 내 감정과 느낌을 함께 달아 놓으려 한다.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재즈가 잠 못 드는 어느 밤에 함께 시간을 견뎌줄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여대 앞에 사는 남자 - 윤석철 트리오


 

 

 

신난다. 공부하면서 들으려고 유튜브 재생목록을 틀었다가 이 곡이 제일 처음에 있는 바람에 공부를 못했던 기억이 있다. 왠지 하루를 밝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모닝콜로 해놓으려다 그만뒀다. 이 곡이 싫어질 것 같아서였다. 모닝콜은 아니지만 여전히 내 잠을 깨워주는 노래 중 하나다. 비몽사몽 일어나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면서 이 곡을 들으면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한국에서 재즈는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이다. 듣는 사람도 적고, 그만큼 연주하려는 사람도 많지 않아서 외국의 유명한 재즈곡들만 찾아들었는데 이 곡을 듣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아직 가본 적이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재즈바나 윤석철 트리오의 공연에 가보고싶다.

 

내 첫 재즈바 경험은 뉴욕에서였다. 뉴욕의 Blue Note나 Village Vanguard에서 브런치와 와인 한 잔을 마시며 들었던 라이브 공연은 내 미국 생활 중 가장 행복했던 경험이다. 다시 뉴욕에 갈 기회가 있다면, 그리니치 빌리지에 숙소를 잡고 매일 밤마다 재즈바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듣다보니 괜히 그때의 마음도 떠올라 기분이 좋아진다.

 

 

 

Autumn leaves - eddie Higgins


 


 

 

수 많은 버전의 autumn leaves가 있지만, 이 곡을 고른 이유는 내가 기억하는 첫 재즈곡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이유로 어느 날 내 재생목록에 들어와 있었는데, 한동안 플레이리스트에서 내려가지 않았던 곡이다. 앨범의 버전도 라이브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가을의 서늘하고 쓸쓸한 느낌이 잘 담겨있다. 어딘지 모르게 빈자리가 시리지만 자유롭기도 하다. 흔들리며 떨어지는 가을 낙엽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표현한걸까. 이 곡 역시 오랜시간 내 아침을 깨워줬던 곡이다.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리고 자유로운 마음을 가졌던 시기가 떠오른다. 힘든 일도 많았고, 다시 겪어보고 싶은 일도 많다. 그때를 떠올리며 후회도 하고 그리워도 한다.

 

 

 

Someday my prince will come - Bill Evans


 


 

 

음악 하나로 이렇게 로맨틱한 기분이 될 수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제목 때문인지 괜히 마음이 들뜨는 것 같기도 하다. 빠른 종종걸음으로 구름 위를 걸어가듯 가벼운 베이스와 드럼 소리를 듣다보면 언젠가 올 그 사람을 향해 사뿐히 걸어가는 기분마저 든다.

 

Bill Evans의 재즈피아노는 유명해서, 재즈에 관심없는 사람이라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재즈에 관심이 없거나 재즈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Bill Evans의 연주에는 쉽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흘러나오면 금세 나른하거나 들뜨는 기분이 된다. 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Someday my prince will come’, ‘Like Someone in Love‘, ’The Two Lonely People‘같은 곡으로 재즈에 발을 들여봐도 좋겠다.


 

 

Almost blue - Chet Baker


 

 

 

우울의 색은 블루. 어느 저녁 방에 홀로 앉아 이 곡을 들었던 충격이 기억난다. 깊고 깊은 바닥까지 침잠하는 기분. 불쾌하지 않은 우울이라고 해야할까. 꽤 긴 곡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Chet Baker와 함께 우울의 바닥까지 내려갔다오면 왠지 깊은 이해와 위로를 받은 기분이다.

 

유독 힘들고 외로운 날에는 이 곡을 가만히 듣곤 한다. 왜 이 음악이 나를 위로하는지는 모르겠다. 정확히 그 매커니즘을 알 수는 없어도 듣기 좋은 노래.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노래다.

 

부딪히는 듯한 음의 피아노 도입부와 곧이어 이어지는 트럼펫 소리는 불안정한 내 마음 같다. 후반부에서 Chet baker의 노래가 들려오면 흔들리던 마음이 무너져내린다.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 The Bad Plus


 


 

 

난 The Bad Plus가 누구인지 모른다. 어떤 곡을 연주해왔고, 어느 나라에 활동하는 분들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들었는데 그냥 듣기가 좋았다. 다른 이유 없이 듣기 좋아서 목록에 넣어봤다.

 

이 곡은 백조같은 곡이다. 물 아래로는 바쁘게 다리를 휘젓지만 위로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고고한 모습을 유지하는 백조. 아래에서는 베이스와 드럼이 열심히 움직이며 노트를 찍고 리듬을 만드는데 피아노는 시종일관 그 위에서 유유하고 아름답게 떠다닌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물처럼 흘러가는 선율이 매력적이다. 그 묘한 비대칭이 이 곡의 특징이다. 지금까지 들어왔던 곡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유형의 연주다.

 

그래, 음악을 듣는데 있어서 다른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음악들은 정말로 듣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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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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