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두 남자가 원하는 것 - 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 [영화]

그들이 원하는 건 사랑이었을까.
글 입력 2020.07.1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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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 ‘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를 보고 왔다. 내 생 첫 BL물이다. BL물인 줄을 알고 영화관을 향했다. 과연, 입장 전 온도를 체크하기 위해 형성된 줄에는 남자가 나뿐이다. 기분 탓일까. 흥미롭다는 듯이 날 쳐다보는 것만 같다.

 

BL물, 동성애가 주소재이다.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주제. 어떤 이야기와 영상들이 눈 앞에 펼쳐질지 조마조마하며 기다린다. 이 세계는 동성애로 가득한 세계, 남성 간의 사랑과 관계가 마치 당연한 듯 자유로웠고, 만연해 있는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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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 영어 부제로 ‘The Clouds Gather’이라 적혀 있다. 영화관을 나오고서 한참 생각해봤지만, 아직은 그 뜻을 모르겠다.

 

사람을 좋아하는 고독을 알았다.

그것이 '남자'라는 절망도 알았다.


작중 주인공의 대사이다. 글쎄, 작품의 세계가 묘사하는 바를 따르자면 저 안에서 동성애가 절망으로 해석될 까닭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 데 말이다. 아닐까.

 

프레임이 채 담아내지 못한 저 세계의 다른 장면들 속에서는, 아직 우리 사는 여기와 비슷한 차별과 혐오가 남아있는 것일까. 적어도 주인공 야시로와 그가 호감을 가지는 부하 도메키와 야시로의 고교동창과 그의 남자친구가 한 자리에서 자연스럽듯 호흡하며 서로의 사랑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 절망을 잘 알지 못하겠다.

 

‘그들이 원하는 건 사랑인가?’


그래서, 주인공인 야시로와 도메키가 원하는 건 사랑이었을까. 그의 사랑, 혹 호감은 다행히 우리 사는 이곳의 차별과 혐오 등으로 인해 좌절되고 있지 않았다. 즉, '남자라는 절망',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어떤 감정들이 그들의 사랑 혹은 호감을 방해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것은 아주 별개 사실이다. 자, 그래서 그들이 원하는 건 사랑일까.

 

글쎄, 사랑이었을까. 사랑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이라는 게, 아름다운 것이긴 해도 대단히 비의적이고 숭고한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저 서로에게 이끌리고, 보드라운 구속을 가하고 싶고, 장차 무언의 계약으로 서로를 서로의 경계에다가 둔 다음에는 어떻든 경계 안으로 들어온 상대를 해치지 않도록, 고운 가시를 다듬어야 하는 것.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개략적인 구도란 이렇다.

 

사랑이었을까. 그들이 원하는 건 사랑일 수도 있겠지만, 곧 사랑을 할 것 같지는 않다. 그 사랑을 우리가 아는 익숙한 그 모습, 연애와 구속으로 말해보자면 아직이라는 말이다. 상대에게 이끌리고, 상대를 나의 경계 안으로 끌어들이고 싶기도 하겠지만, 캐릭터 스스로 상대에게 상처 줄 것을 막지는 못할 듯싶은 까닭이다. 그래서 스스로 망설이고 미루는 것으로 내게 읽히는 까닭이다.

 

그들이 원하는 건 사랑이었을까. 사랑이었을지도. 사랑이건 사랑 아니건, 이제 와서 무엇이 중요할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원할 수 있는 만큼, 또 스스로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선택할 일이다. 사랑보다 가벼운 자극으로 끝날 수도, 비로소 진실하게 대면하여 사랑할 수도 있지. 그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래,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것이 정말 사랑의 단초였다면 말이다.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의 자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결코 용기가 아니었다. 이 자유로운 세계 안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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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
- The Clouds gather -


원작 : 요네다 코우
 
감독 : 마키타 카오리
 
각본 : 세코 히로시
 

주연

신가키 타루스케(야시로)

하타노 와타루(도메키)

 

장르 : 애니메이션

개봉
2020년 7월 16일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시간 : 85분

 

 

[서상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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