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누구의 꿈인지 모를 '꿈의 기업'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07.14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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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월요일 웹툰 ‘꿈의 기업’(문지현 작가)은 중의적이다. 누구나 입사하고 싶은 ‘꿈의 기업’이자 ‘꿈’으로 돈을 버는 ‘꿈의 기업’인 드림코퍼레이션을 소재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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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속 세상은 기술이 발달하여 대부분이 사람들은 일자리도 구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곳이다. 기계와 로봇이 일을 훨씬 효율적으로 처리하며 기득권에 해당하지 않는 인간은 들러리로 살아가게 된다.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무료 연재분 7월 13일을 기준으로 합니다.

 

 

 

1.


 

취업이 험난한 세상에서 ‘드림 코퍼레이션’은 조건 없는 채용을 진행한다. 이 회사는 인간이 자면서 발생시키는 생체 에너지를 추출하여 판매한다. 돈이 있다면 잠을 자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반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잠을 자며 생체 에너지를 추출하는 드림 코퍼레이션 꿈사원 자리에 몰린다. 아주 뛰어난 스펙을 가져도, 독특한 이력을 가져도 일을 찾지 못하는 세상에서 조건 없는 채용은 매력적이다. 계약 기간 동안 외부와 단절된 채로 높은 임금을 받는 것에서 높은 임금은 커다란 미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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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세계관은 현실과 일면 겹치며 읽는 이에게 공감을 자극한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꿈사원’으로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에게 이입할 여지를 만들어준다. 취업이 아니더라도 미래가 느껴지지 않는 사회, 사람이 뒤처지는 사회에 불안해하는 이들이라면 작품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이 독자들을 한 번 더 끌어당기는 것은 주인공 일행과 독자가 같은 속도로 이야기를 헤쳐 나간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인공과 그 일행은 자신들이 드림 코퍼레이션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언제 들어와 얼마나 지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냥 그 상황에 놓여 있다. 마치 웹툰을 보기 시작한 독자들이 그냥 그 상황을 목격하듯이 말이다.

 

그래서 가장 처음에 알려주는 것은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대한 정보다. 첫 화는 이러한 상황 소개와 함께 사원으로 뽑힌 주인공의 모습이 같이 나온다. 어리둥절해하는 주인공은 사원으로 계약하고 있다는 직원의 설명에 수긍하고 계약한다. 이어지는 주인공의 말에 이때 직원은 ‘잘 작동하고 있군’이라는 말을 한다. 여기서 독자들은 뭔가 조작되고 있음을 파악한다. 그러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게 된다. 어떤 상황이 조작된 것인가, 무엇이 부자연스러운가... 주의 깊게 살피면서 주인공과 그 일행의 환경 탐색에 동행한다.

 

주인공 일행은 자신들이 ‘꿈사원’으로 들어오게 된 G동에서 출발하여 에너지 생산 시설을 탐방한다. 처음에는 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 지루함을 견디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점차 주변에 대한 의심이 자라고 진실을 파악하려는 데에 이르게 된다. 필연적으로 꿈사원들을 관리하는 ‘여자 관리자’와 ‘남자 관리자’, 그리고 이 모든 걸 총괄하며 인간을 넘어설 시설을 만들고자 하는 인공지능 ‘리사’와 마주하게 된다. 각자 비밀을 가진 이들과 대치하고 교류하며 조금씩 시설에 대해 알아간다.

 

 

 

2.


 

꿈사원은 정확한 일정에 맞춰 생활을 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적다. 인공지능들이 구석구석 관리하는 탓에 정해진 자리를 벗어나기도 힘들다. 그래서 꿈사원들은 자신들이 오랜 시간 머무는 꿈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진상을 파악하려 노력한다. 이 탐색의 주된 방법은 ‘자각몽’이다.

 

자각몽 속에서 일행을 만나던 중, 신비한 존재 ‘고수’를 만난다. 꿈 속 괴물을 퇴치하고, 자각몽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개인의 꿈을 다른 이의 꿈으로 옮기는 능력도 보인다.

 

각고의 노력 끝에 이들은 A 동에서 G동의 정체를 알게 된다.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추출하기 위한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으로, 각 동은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를 추출한다. 뇌만 있는 경우, 커다란 괴물이 있는 경우 등 다양한 조건으로 에너지 추출 효율을 실험하고 있었다. 그 중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C동과 G동인데,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은 G동 밖에 없다. C동은 캡슐에 갇힌 채 에너지를 빼앗기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주인공 일행이 꿈속에서 커다란 괴물을 마주하게 된다. 그 괴물에게 빨리면 현실에서도 쓰러진다. 이를 피하려던 중 C동 꿈사원들의 기억이 G동의 기억과 뒤죽박죽 섞였다. 이 기억을 구별하기 위해 하나씩 살펴보며 점점 바깥의 상황이 알려진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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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것은 G동에 모여 있는 꿈사원들이 과거 현실 속에서 세상에 큰 영향을 주었던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본인들도 몰랐던 놀라운 과거를 목격하게 되고 왜 여기에 모여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천재 해커, 드림 코퍼레이션의 대주주, 차기 회장 등 주인공 일행이 여태 보여주었던 느긋한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이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회장’의 적수가 되었거나 회장에 필적할 업적을 이룬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회장은 이들의 업적을 탐내며 협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동시대에 존재했던 이들이 아니다. 모종의 조치를 취해서 이들이 G동에 모이게 된 것일 텐데, 이 시설을 관리하는 관리자, 인공지능 리사는 왜 그러한 조치를 감행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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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내용이 궁금하다면 현재 진행되는 내용을 유심히 봐야 한다. 지금은 ‘리사’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의 그의 동기를 곧 알 수 있을 것이다. 리사를 만들었고, 리사가 넘어서고 싶어하는 ‘회장’에 대한 정보를 밝히고 있기도 하다. 리사와 회장은 어떠한 이유로 작품 초반의 연구동을 만들어낸 것일까.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미 세상에 적응한 인물이 아니라 독자와 함께 알아가는 인물이기에 복잡한 세계관이 단계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 유난히 어벙한 주인공의 모습은 독자들의 질문을 풀어주기에 적절하다.
 
독자들이 눈치로 알 만한 것을 질문하기도 하고, 그것이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전반적인 인물들이 아주 열성적이거나 성실하지 않기 때문에 독자에 앞서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인물들이 상황을 파악하는 만큼 독자도 알게 되고, 함께 앞으로 닥칠 일을 알 수 없다. 함께 이야기 속을 거니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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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눈에 <꿈의 기업>의 내용을 파악하는 건 조금 어렵다. 과학 기술과 관련된 개념이 많이 등장하고, 소위 말하는 ‘설명 담당’ 캐릭터가 없어 인물들이 알아낸 만큼이 독자가 아는 만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 끝에 하나씩 알아가는 쾌감이 엄청나다. 그리고 다소 미래의 모습을 포기하고 추가한 현대적 요소는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이러한 요소를 알아채는 것도 재미있는 점이다.

 


[이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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