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행복] 03 : 가장 즉각적인 행복, 음식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글 입력 2020.06.2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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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일까. 철학적인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소소한 일상의 여유, 불행에서 벗어난 순간을 행복이라 말하고 어떤 사람은 하고 싶은 걸 무엇이든 막힘없이 할 수 있는 자금이 행복이라 말한다. 사람 대부분이 후자를 은근히 바라면서 전자의 행복을 인정하고 살 것이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 적으면서도 행복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건 모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행복을 정의 내리지 못하지만, 행복하다 느낀 적이 있었다. 오늘은 그중 가장 인상 깊고 자주 느꼈던 상황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음식이다. 그래, 드디어 가장 즐겁고 기분 좋은 이야기를 할 때가 되었다.
 
가장 최근의 기억은 녹차 케이크다. 카페에 앉아 유명하다는 녹차 케이크를 시켰는데 눅진한 맛이 일품이었다. 첫맛은 달곰한데 삼키고 나면 씁쓸한 맛이 남아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한다. 꾸덕한 녹차 초콜릿 같은 식감에 위에 얹어진 생크림은 달지 않으면서 시원했다. 그날 가게 주인이 실수해 산딸기 케이크를 무료로 받았는데, 녹차 케이크와 달리 상큼하고 보들거렸다. 쉬폰 케이크가 아닌 대부분의 딸기 케이크가 그렇듯 중앙에 붉은색 잼이 들어있었는데 딸기잼과 비슷한 맛이되 딸기가 씹히진 않고 당도도 그보단 덜했다. 산딸기의 새콤함이 입맛을 돋웠다. 심심하지 않게 산딸기 씨앗이 씹혀 촉감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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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 케이크. 이 집 케이크는 참 특이하다. 외형이 투박하지만 맛있다는 말 외에는 설명하기가 힘들다. 어떤 방식으로 만들었는지 짐작하기도 힘들다. 케이크의 절반 이상이 크림으로 이루어져 있고 점점이 바닐라 씨가 보인다. 느끼하지 않고 심하게 달지도 않다. 바닐라 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는데 향에 쓰이는 표현은 아니지만, 단아하다. 질리지도 않는다. 한 번 먹으면 다 먹을 때까지 자리를 뜰 수가 없다. 바닐라 향이 강한데 싫지 않다. 안쪽 빵 부분은 촉촉하다. 가장 좋은 점은 언제 먹어도 똑같은 맛을 낸다는 것이다.
 
음식에 대해 말할 때 단점은 아무리 말해봤자 공감하기 힘들단 지점에 있지 않을까. 상세히 묘사하고 싶어도 맛있다는 말 외에 표현할 수가 없다. 게다가 음식이란 넓은 범주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할 말을 떠올리자 생각했던 이야기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아져 정리가 골치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음식을 먹으면서 혹은 음식을 먹을 때 겪은 상황으로 행복했던 기억, 몇 달에 한 번씩 메뉴를 바꿔가며 빠지는 음식, 식사할 상황이 되지 않는데 먹고 싶을 때 맛을 떠올리며 느끼는 허기진 행복. 그중에서 이번에는 음식을 먹을 때 행복했던 기억에 대해서 떠올려보려고 한다. 범위를 좁히고 좁혔지만 여전히 많아서, 여행을 갔을 때로 한정해본다. 이전에도 여행 갔던 이야기를 늘어놓았으니 주제가 반복되지 않나 고민되었지만, 적다 보니 재미있는 일이 많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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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간 여행을 갔을 때 돈을 아끼기 위해 슈퍼마켓에서 파는 빵 여러 묶음으로 끼니를 때웠다. 그래도 지역이나 나라에서 유명한 음식은 먹어봐야겠다 싶어서 파리에서는 푸아그라를, 벨기에에서는 와플을 사 먹었다. 푸아그라 맛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양이 적었고, 조금 비린 데다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무스 같은 식감이었다. 이제 와선 내가 제대로 먹은 게 맞는지 의문이다. 기억나는 건 오직 그때 곁들어 나온 유자 소스다. 무척 달달하고 특유의 향이 짙었다.
 
중요한 건 벨기에에서 먹은 와플이다. 그날은 무척이나 우울했다. 매일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며칠에 한 번 짐을 모두 싸 타지로 옮기는 과정이 은근하게 무리가 되었다.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을 애써 달래 밖으로 나갔다. 전날은 욕심을 부려 초콜렛 소스에 생크림이 토핑된 와플을 먹었는데, 혀가 얼얼할 정도로 달아 힘들었다. 그런데도 지나가던 사람들이 너무 맛있게 먹길래 굳이 또 충동적으로 사 먹었다. 오리지널 와플은 달짝지근했다. 와플의 앞, 뒤로 설탕이 코팅되어 먹을 때마다 바삭거리고 씹을 때마다 단물이 올라왔다. 당이 원기를 회복시키고 일시적으로나마 기분을 좋아지게 한다는 말이 사실인가보다. 기분이 좋아지니 동력도 생겨 여행 중 만들었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도 해치웠다. 펍에서 술 마시기. 그때만 해도 혼자 펍에 가거나, 술을 마시는 것이 두려웠다. 어두운 조명이나 담배 냄새 따위가 거리감을 생성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았는데도 문을 연 곳이 있었다. 밖에 서서 수다를 떨던 점원과 눈이 마주치자 친절하게 웃어주었다. 칠판 같은 입간판에 체리 맥주를 판다고 적혀있었다. 체리 맥주라니. 듣도 보도 못했다. 맛이 궁금해 시켜보았는데, 마시자마자 웃음이 났다. 이게 행복이구나. 몇 년이 지났지만 그때의 생각과 공간이 잊혀지지 않는다. 체리 맥주는 쓴맛이 전혀 없이 상큼했으며 시원하고 톡 쏘았다. 제법 더운 날씨였던 것에 비해 주점 안이 시원했다. 모든 상황이 모여 행복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여담이지만, 그 이후로 과일 맥주에 마음을 빼앗겨 여행을 다니는 내내 나라별 캔 자몽 맥주를 실컷 사서 마셨다. 잘 알겠지만 술에 취하면 기분이 더 좋아지니 여행 후반부 행복을 책임진 건 자몽 맥주라고 할 수 있겠다. 언제나 과한 건 금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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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섬에서 먹었던 체리도 기억난다. 1킬로에 몇천 원 밖에 하지 않았다. 차갑지 않은 과일을 즐기지 않지만 달콤해서 종일 체리만 먹었다. 탱탱하고 윤기 나는 체리를 한입 물면 상큼달곰한 향이 훅 풍기며 과즙이 나오고, 굵은 씨가 씹힌다. 이를 살살 긁으면 체리의 반이 긁혀 나온다. 반대쪽을 같은 방식으로 먹으면 과육이 묻은 씨앗만 남는다. 그건 봉투에 버리고 새로운 것을 먹으면 더 달거나 더 새콤한 맛이 난다. 가끔은 한입에 넣고 눌러가며 과즙을 모두 삼킨 후 씨앗까지 굴려 가며 하나를 모두 먹었다. 손톱은 체리 과즙으로 붉어지는데 꼭 귤을 먹을 때 같다.
 
그런가 하면 음식과 더불어 사람의 정을 느낀 적도 많다. 헤매고 헤매다 겨우 도착한 숙소 주인은 사람을 무척 좋아해 이탈리아의 전통 음식은 물론이고 주변의 현지 맛집, 젤라토 맛집, 관광지에 대해서도 열의 넘치게 설명해주셨다.
 
본래 현지인이 주로 가는 식당에 낭만이 있어 추천해준 곳에서 시칠리아섬에서의 첫 끼를 먹었다. 냉방이 잘 되고 직원도 정장을 입고 있는 레스토랑을 생각했는데, 허름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 파리가 날리고 있었고 앉아있던 사람들도 모두 나를 힐끔힐끔 보는 것 같았다. 지도와 가게명을 몇 번이고 확인해도 그곳이 맞았다.
 
고민하다가 설명 들은 것 중 가장 먹고 싶었던 아란치니를 시켰다. 야채와 고기를 잘게 썰어 밥과 버무린 뒤 동그랗게 말아 튀긴 주먹밥인데, 중앙에 들어간 치즈가 별미였다. 바삭하고 뜨끈하며 고기와 야채로 꽉 차 있는데 치즈가 흘러나와 고소한 맛을 더한다. 처음 먹어본 아란치니는 무척 취향이라 배가 부른데도 하나 더 시킬지 점심에 다시 찾아올지 고민할 정도였다. 다시 같은 가게에 가지는 못했지만 보이기만 하면 아란치니를 시켜 먹는 게 버릇처럼 되었다. 이탈리아 남부에 맛있는 음식이 많다고 하는데, 아란치니만 먹느라 놓쳤을지도 모르겠다. 후회하지는 않는다.
 
저녁에도 소개해준 곳으로 갔는데, 메인 요리를 시켜 먹으면 작은 뷔페를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었다. 우선 들어가긴 했는데 그들은 영어나 한국어를 못 하고 우리는 이탈리아어를 못 하니 도무지 소통되지 않았다. 무어라 말하는 걸 못 알아듣자 점원이 답답해하며 손을 끌고 사이드 메뉴 뷔페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마음대로 먹어도 된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사진이 박힌 메뉴판을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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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뷔페는 8가지의 다른 메뉴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겉보기에는 대체 무슨 음식인지 알 수 없었다. 한국에서 이탈리아 음식점을 자주 갔지만 피자와 파스타 종류만 가득하지 아란치니도 이곳에 와서 처음 알았으니 이름이 따로 적혀있지도 않은 사이드 메뉴를 본 적 있을 리 만무했다. 그때 손님 중 한 명이 내 팔을 툭툭 쳤다. 푸칠리 파스타 면이 들어간 생긴 요리를 가리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자신이 맛있게 먹은 음식을 추천해준 것이다. 과연 맛이 좋았다. 여행객을 위해 기꺼이 몇십 분을 투자해서 주변 맛집과 관광지를 추천해주고 말도 통하지 않는데 기꺼이 맛있는 음식을 추천해주는 사람들 덕에 여행은 더 유쾌해진다.
 
멕시코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멕시코에 왔는데 모두가 맛있단 멕시코 음식이 입에 맞질 않았다. 고수 향을 무척 싫어하는데 모든 요리에 고수가 들어간 탓이다. 까다롭지 않은 입맛이란 자부심이 무너졌다. 그 유명한 타코를 현지식으로 먹어보고 싶은데, 고수가 들어갈 게 분명하니 시킬 용기가 나지 않았다. 역에서 걸어가는데 한국의 다코야끼나 붕어빵 가게처럼 푸드 트럭이 있었다. 작은 또띠아를 구워 그 안에 고기와 야채를 넣는 방식이다.
 
하나에 고작 몇백 원. 이 정도면 맛이 없어도 부담스럽지 않으니 하나 시켰다. 맛이야 말해 뭐해. 딱딱할 줄 알았던 또띠아가 바삭했고, 따뜻한 데다 야채도 잔뜩 들어있어 신선한 느낌이었다. 양이 작아 하나 더 시킬까 고민하던 차에 어떤 아저씨가 큰 소리로 내게 무어라 말을 했다. 말을 이해하지 못한 나는 취객이 욕을 하는 줄 알고 겁먹은 채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누구도 그 아저씨를 경계하지 않았다. 친절해 보이는 아주머니가 몇 번의 손짓, 발짓으로 소통을 시도하다 포기했다. 긴 외국어는 이어지고 묵묵히 듣는 고행이 시작되었다. 한참 뒤에 아저씨는 갓 나온 타코 여러 개를 내 손에 쥐여주었다. 알고 보니 모두가 타코는 최소 두, 세 개씩 먹고 있는데 딱 하나를 시킨 내가 안쓰럽기도 하고 외국인이 신기하기도 해서 타코를 더 먹이고 싶었던 모양이다. 불안이 싹 놓여 감사하다고 몇 번이고 인사를 했다. 멕시코의 선인은 별 말 없이 쿨하게 사라졌다.
 
친절하던 아주머니의 남편이 캔 음료수를 마시라는 시늉을 했고, 아주머니는 마신 것을 주기 그랬는지 새 음료를 시켜 내게 쥐여주었다. 그날의 행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말이 안 통해도 정은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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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얻어 먹었던 타코 사진
다시 보니 고수가 있다. 왜지? 그런데도 맛이 괜찮았다.
 
 
멕시코 와하까는 고기 시장이 있다길래 갔던 곳이다. 즐비한 정육점을 돌아다니며 먹고 싶은 고기를 고른다. 그 뒤 자리를 잡고 앉아있으면 고기를 가져다준다. 큰 또띠아와 구운 선인장, 소스를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에게 또띠아를 사서 식사하면 된다. 별것도 아닌 이 고기 시장이 무척 낭만적으로 느껴져 와하까에 무엇이 있는지 찾지도 않고 무작정 향했다. 시장은 좁고 협소하고 고기 연기로 매캐한 데다 식탁이라고 해봤자 쭈그리고 앉아야 하는 작은 의자에 기다란 테이블이 끝이다. 사람이 많으니 모르는 사람과 합석해야 했다. 그래도 생각했던 것만큼 색다르긴 했다. 한국에는 없는 공간이었으니까.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가족은 수가 매우 많았다.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손자 손녀까지 다양했다. 외국인이 자주 가지 않는 장소였던 탓인지, 관광객이 잘 없는 시기였던 것인지 당시에 외국인을 보기 무척 힘들었다. 나만 보기 힘든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가족 중 한 명이 내게 사진을 같이 찍자는 제스처를 보였고, 대체 왜 모르는 사람과 같이 사진을 찍나 싶었지만 나 역시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며 핸드폰을 내밀었다. 유명인이 된 것 같은 느낌. 게다가 갓 구운 고기는 부드러워서 먹어도 먹어도 들어갔다. 고기와 난, 야채의 간단명료한 재료다 보니 내가 싫어하는 고수가 없었고, 멕시코에 도착한 후 처음으로 알차게 실컷 먹었던 날이다. 가장 중요한 점, 배 터지게 고기를 먹어도 만원을 넘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음식은 끝도 없다. 한 가지 기억을 끄집어오면 또 다른 기억이 생각나 행복한 회상에 빠져든다. 이번에는 미국이다. 여행 중에 버스만 대여해주는 투어를 통해 당일치기로 섬에 간 적이 있다. 수상 액티비티를 하고 싶어 간 거였는데, 실수로 카드를 숙소에 두고 갔었다. 수중에 돈은 20달러 정도였다. 싼 가격에 자전거를 빌려 돌아다니다 헤밍웨이 생가를 보고 나니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도 점심을 먹어야 해서 아무 식당이나 들어갔다.
 
정확한 상황은 기억나지 않지만, 와인과 음식을 같이 시키고 싶었는데, 라자냐를 시키면 와인을 먹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만찬을 즐길 수 있는지 연구하는데 직원이 다가와 돈이 얼마나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러더니 라자냐와 와인 한 잔을 훨씬 싼 가격에 같이 줄 테니 먹고 가라고 했다.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사람이 전혀 없는 식당이었으니 가능한 일 아니었을까. 그는 내가 영어를 제대로 이해한 게 맞다는 듯 와인을 가져다주었고, 라자냐도 주었으며, 수중에 있는 돈 중 얼마만 받고 기분 좋게 헤어졌다. 솔직하게 말해서 그 집 라자냐는 잔뜩 불어 맛이 없었지만, 흔치 않은 호의는 언제나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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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고기 시장 사진
생각보다 다른 야채를 많이 먹었다.
 
 
행복은 무엇일까. 여전히 명확하지 않으나 하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음식은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행복이다. 음식을 씹으면서 너무 맛있어 웃어버린 기억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배가 너무 고플 때 먹은 식사나 속이 허할 때 마신 따뜻한 미역국 같은 건 사소하지만 잊히지 않는다. 맛있는 음식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주관적으로 맛난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때론 며칠을 그 기억으로 견딘다.
 
음식을 먹은 기억은 하나의 추억으로 남는다. 단골 식당에 갈 때마다 과거 음식을 같이 먹었던 사람의 기억이 나거나, 어떤 음식을 먹을 때마다 특정 인물이 그리워지는 것처럼 그렇다. 때론 음식 그 자체가 추억이 되기도 한다. 지금은 별맛 없으면서도 어릴 때 좋아하던 쫀디기나 불량식품을 찾아 먹게 되는 건 어릴 적 즐겁게 먹은 기억 덕분일 것이다. 지금 떠오르는 음식과 연관된 이야기가 이렇게 많은 것처럼. 줄줄이 사탕처럼 하나가 떠오르면 또다시 다른 게 떠올라 추스르는 게 일이었다.
 
주관적이라 지루할 이야기를 길게 나열해보았다. 적는 동안 행복했으니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이란 이름에 무척 잘 맞는 이야기다. 다음번엔 수많은 음식 중에서도 내가 꽂힌 음식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추어탕, 마라탕, 일본식 카레, 훠궈, 햄버거, 파스타. 최근에는 플레인 요거트 블렌디드다. 시원한 얼음에 갈린 요거트가 상큼하면서 달게 입 안 가득 채우면 아무리 더운 곳에 있어도 금세 시원해진다. 이 시원달짝한 묘미에 빠져버렸다. 역시 길어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니 어쩔 수 없이 플레인 요거트로 입을 씻고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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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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