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어깨를 다독여주고자 했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
글 입력 2020.06.2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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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며칠 밤에 생각나는 영화 <아무도 모른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아무도 모른다>는 그 제목처럼, 나 역시 그 상황 속에서 모르고 지나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머리 속을 사로잡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글의 제목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 <아무도 모른다>를 찍으며 했던 말이다.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아이들의 생활을 보여주고 있지만 '막 다가가지도, 그렇다고 떨어지지도' 않는다. 안아주는 건 안된다는 부제처럼, 영화는 아이들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에서 딱 한 발짝 떨어져 있다. 이것이 바로 고레에다 감독 특유의 연출법이 아닌가 싶다.

 

 

 

다큐와 픽션의 경계에서 그 선을 잘 지키는


 

실화를 바탕으로, 관객에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적 이야기를 말하지만, 그 이야기를 '복사+붙여넣기' 하지 않았다는 것. 그저 '버려진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관객이 느낄 수 있게끔 말이다.

 

이는 카메라와 대상 사이에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카메라는 아이들과의 거리를 '잘' 유지하고 있다. 즉, 시선은 서두르지 않고 아이들을 따라간다. 한 발짝 떨어져 있지만, 대상이 멀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특히, <아무도 모른다>에서는 이런 시선들이 더욱 주목된다. 영화에서는 아이들의 손, 얼굴, 옷 등을 클로즈업한 부분이 많다. 이런 샷들은 그저 흘러가는 일상을 찍었지만, 관객이 그 템포를 인지하고 공감할 수 있게끔 한다. 아키라, 쿄고, 유키, 시게루의 얼굴에서 왠지 모를 오묘한 감정과 슬픔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아역배우들에게 대사를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자리에서 상황을 이해하고, 배우가 느끼는 감정을 포착하려는 시도를 많이 하는 감독이다. 이는 <아무도 모른다>에도 물론 해당하는 내용이다. 실제로,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를 촬영할 때 1년가량을 배우들과 함께 생활했다. 가을부터 그다음 해 여름까지, 아이들과 살면서 '그들과 교감하고 감정을 나눈 것'이다.

 

그리고 이는 아무도 모른다에 잘 녹아들었다. 감독이 '어떻게 연기하라'고 밀어붙인 것이 아닌, 아이들이 생각하고 있는 자신들만의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실제, <아무도 모른다>에 출연한 아역배우들은 이 작품으로 데뷔한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이 역시 꾸며내지 않았다는 것을 잘 말하기 위해 감독의 의도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아무도 모른다>는 일본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스카모 아동 방치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사건을 정말 '소재'로 쓰고 있을 뿐 더이상 과도하게 다루지 않는다. 그저 시간이, 순간이, 흘러가고 있음을 말하는 고레에다 감독이 가진 특유의 색채처럼 말이다.

 

영화는 아이들이 살아가고, 또 살아가게 되는 세상을 그저 그려낸다. 어른들이 개입되지 않고 본인들만이 존재하는 그 세상을.

 

 

[김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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