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잡지에게도 봄이 올까? [문화 전반]

미디어 홍수 속에서 매거진이 살아남는 법
글 입력 2020.06.1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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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잡지사 에디터를 꿈꾸던 적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어떤 방식으로든 지금도 그때의 흥미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

 

출판산업에 붐이 일던 시기가 지나고 나서부터 잡지사는 항상 위기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내 진로 1순위에서 항상 밀려났던 것 같다. 미디어에 드러나는 화려한 에디터의 삶과 사뭇 다르게 많은 종이 잡지들이 폐간의 아픔을 겪고 온라인 콘텐츠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된 것이다.

 

원체 회독률이 높은 잡지는 수익창출에 불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팔리는 수보다 읽히는 수가 월등하게 많고 시의성이 매우 강한 잡지의 특성은 유일무이한 매력이면서도 고질적인 한계였던 것이다.

 

독자의 구체적인 반응을 파악하기 어렵고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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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는 사양산업일까?

 

그럼에도 잡지가 의미 있는 이유는 그 어떤 매체보다 알찬 정보 집으로서 독자가 원하는 정보 또는 알고 싶었는지조차 몰랐던 정보들을 센스 있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광고를 전공한 나에게는 잡지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다채로운 광고들 마저 매력적인 콘텐츠였다. 또 지면에서 할 수 있는 많은 실험들이 이루어지는 장이기도 했다.

 

어떤 매체든 간에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비단 잡지만의 고민이 아닌 것이다. 십수 년째 미래가 보이지 않다고 하던 신문사도 이제는 완전히 온라인 플랫폼으로 넘어왔고 이에 따라서 오히려 신문기사를 읽는 사람들의 비율은 증가했다.

 

트렌드를 이끌고 누구보다 빠르게 달리던 잡지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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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는 더 이상 책이 아니다.

 

원래도 일반도서와 차이가 있었지만 잡지는 이제 네모난 출판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콘셉트와 주제에 충실해진 수집의 대상이 되었다. '매거진 B'는 매월 한 브랜드를 여러 각도로 바라본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면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잡지의 가치를 만들어냈다.

 

"광고 없는 잡지"로 파격 변신하면서 브랜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유욕을 자극해 소장용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JOBS 시리즈를 창간해 한 직업에 대한 여러 사람의 인터뷰를 담으며 새로운 시도를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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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네 번 발간되는 영화 평론잡지 '프리즘 오브(PRISM OF)'는 하나의 영화를 선택하여 그것에 대한 다양한 해석, 정보 또는 재창작물로 한 부를 꽉 채운다. 주제가 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기꺼이 책장의 한 켠을 내어줄 용의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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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떤 잡지들은 점점 순수예술과 닮아가고 있다.

 

아이디어의 시작이자 결과물이 되고 누군가의 모티브가 된다. 더 나아가 발간된 창작물은 책상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인테리어 역할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펀딩으로 제작된 문예지 '모티프(Motif)'는 비주얼 문예지라는 독특하고 분명한 콘셉트로 문학과 패션을 융합하여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었다. 트렌디한 패션잡지와 딱딱하고 진중한 문예지 사이에서 세련되고 감각적인 방법으로 문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잡지들도 있다. 비영리 과학교육기관인 스켑틱 협회에서 일 년에 네 번 발행하고 있는 '스켑틱(SKEPTIC)'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을 과학적으로 또는 사회/인문학적으로 분석한 잡지이다. 비전문가들이 어렵고 깊이 있는 내용들을 접할 수 있는 좋은 통로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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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DBR'같은 사회경제 잡지는 비즈니스, 마케팅, 경제 등과 관련된 빠르고 날카로운 정보들을 발굴하고 발전시키는 등 그 분야의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가 되어주고 있다.

 

민음사는 격월간 잡지 '릿터(Littor)'를 통해 문학을 새롭게 이야기하고 있고, 한 가지 이슈를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 보게 하는 '한편'이라는 인문 잡지도 발행하기 시작했다. 따분한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어 기대 이상의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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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존의 공식을 지키고 있는 잡지들도 있다. 이러한 잡지사들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계속해서 시대에 맞는 소통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미용실에서 잠깐, 공유 공간에서 잠깐씩 우리의 시간을 가득 채워주는 매거진의 종말을 원치 않는 열렬한 독자로서 잡지가 미디어의 새로운 룰을 만들어가는 리더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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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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