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독일 여행기 2 - 독일, 도대체 독일의 뭐가 좋은건데? [여행]

독일로 떠난 약 20일 간의 여행, 그 두 번째 이야기
글 입력 2020.06.0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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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도착해서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부터 독일 시내를 본격적으로 돌아다녔다. 독일은 발이 닿는 곳마다 아름답고 무엇보다 길거리가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다. 게다가 지하철에는 떠드는 사람 한 명 없이 정말 조용하다. 작은 개조차 입마개를 하고 지하철에 타서 가만히 있으니 여기는 정말 다른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역을 통과해 반대 방향으로 가서 마트에 가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우선 내가 있는 곳부터 자세히 둘러보고 싶은 마음에 다시 되돌아와 시내에 있다는 전망대에 올라갔다. 전망대 가격은 그렇게 비싸지 않았고 비싸다고 해도 올라간 후의 풍경이 너무 만족스러워 가격은 다 잊어버릴 정도였다.

 

전망대에 올라가 바라본 뮌헨의 시내는 정말 넓었고 건물들은 저마다의 매력으로 아주 옛날부터 그곳이 자기 자리인 듯 굳건히 서 있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젤라또를 먹으며 평화롭게 걸어가고 있었고 친구들끼리 앉아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정겹게 다가왔다. 그때 불어온 시원하고 때로는 차가운 바람은 한국을 떠나 있음을 말해주었다. 한국에 살면서도 외국에 나가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던지라 그 순간은 나에게 최고의 자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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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전망대를 즐기고 나서 방명록이 있는 것을 보고 나도 빠질 수 없다는 생각에 펜으로 열심히 흔적을 남겨놓고 뿌듯한 마음으로 내려왔다. 방명록을 읽다가 웃겼던 것은 누가 (오스트리아) 빈이 더 좋다며 독일의 방명록에 써놓고 간 흔적이었다. 글씨를 볼 당시에는 몰랐지만, 오스트리아도 가본 결과 나는 독일이 훨씬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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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를 다 둘러보았으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정원 탐방을 해야 여행이지! 나는 정원을 정말 그 무엇보다도 좋아한다. 학교 세계 지리 강의 ‘여행과 지리’에서 약 15페이지의 여행 계획 보고서를 정원을 주제로 쓸 정도니, 나는 내가 정원을 사랑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프랑스에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이 있다면 뮌헨에는 ‘영국 정원’이 있다. 영국 정원은 영국식으로 정원을 만들어서 영국 정원이며 이름도 ‘Englischer Garten’이다. 아름다운 이곳에서는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길을 반드시 잘 보고 다닐 것.’ 두 번이나 갔는데도 두 번 모두 길을 잃어버려서 정원 가운데에서 오리들과 멍하니 놀고 있었던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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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길을 물어봤던 독일인조차 지도를 보고 나와 함께 40분을 고민했다는 것. 빨리 빠져나가고 싶었으나 아저씨는 정말 온 마음을 다해 모르더라도 끝까지 길을 알아내 알려주고 싶어하셔서 반쯤 정신을 놓고 기다렸다. 아마도 현지인과 외국인이 길에서 지도 하나를 보며 같이 고민하는, 다소 웃긴 장면이었을 것이다.


다음에 자전거를 타고 계시던 분께 여쭤보았는데 자기도 아는 길로만 다녀서 모른다고 하시며 잠깐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를 다녀와서 길을 찾았다고 엄청 좋아하셨다. 역시 넓은 곳은 누구나 어렵나 보다. 감사하게도 그분 덕에 길을 찾아서 집에 돌아갔지만 영국 정원은 길을 알고 가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다.


영국 정원은 지도로 보아도 굉장히 넓고 실제로 가면 더 넓다. 이곳은 대형 정원답게 다른 정원에는 없는 물살이 센 강이 여러 곳 있다. 여기서 놀랍게도 몸이 탄탄한 여러 명이 서핑 비슷한 스포츠를 한다.


덕분에 볼거리가 생겨 1시간 동안 다른 독일인 옆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여유롭게 구경했고 운동으로 몸이 탄탄하신 분들을 보고 있자니 운동 안 하는 내가 조금 부끄러워졌다. 그러나 간식은 마저 열심히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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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여기는 오리가 정말 많고 오리와 놀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갈 정도로 오리가 사람이랑 잘 놀아주는 기분이다. 가끔 내가 놀아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놀다가 힘들어 잠시 풀밭에 아무 자세로 앉고 위를 바라보면 넓게 펼쳐진 하늘이 나를 맞이하고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과일을 베어 물면 새어 나오는 상큼한 과즙. 새콤한 맛에 한쪽 눈을 찡그리면 햇살이 눈에 왔다 가고 ‘아 좋다-!’ 라고 큰 소리로 말하다가 내가 너무 이상한 행동을 하나 눈치가 보여 주위를 둘러보면 아무도 나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고 비키니를 입고 혹은 친구들과 편안하게 누워있는 사람들. 가끔 혼자 놀고 있으면 멀리서 인사하거나 지나갈 때 웃어주는 많은 사람.


정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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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원하는 옷을 입고 자기가 원하는 행동을 남 눈치 안 보고 편안하게 하는 사람들을 보며 한국에서는 공원에서 비키니 입고 있으면 시선을 견디기가 어려울 텐데 여기는 아무에게도 신경 쓰지 않는구나, 부러웠다. 여행할 때는 어디든지 비키니를 입고 싶으면 입고 어떤 옷을 입든지 신경 쓰지 않는 그런 문화에 잠시 속해 있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이 분위기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여행 내내 돌아가는 날을 최대한 미루고 싶었다.

 

그다음에는 문화예술의 집합지라는 슈바빙 거리로 갔다. 영국 정원 바로 앞이어서 편하게 걸어갈 수 있었다. 슈바빙 거리는 잘사는 동네라고 어디에서(정확하지는 않다.) 읽었었는데 역시 뮌헨 시내와는 느낌이 달랐다. 정돈된 거리에 좋은 옷을 입고 여유롭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과 옛날 고풍스러운 집을 그대로 간직한 채 아름답게 가꾼 정원이 끝도 없이 펼쳐졌고 음식점은 고급 레스토랑이 많았다. 배가 고파 구글에서 음식점을 찾다가 도저히 가격대가 괜찮고 맛있는 곳을 찾을 수가 없어 또 현지인 찬스를 썼다. 사실 물어볼 때마다 긴장되는 가슴을 부여잡지만 어찌어찌 맛집을 알아내어 그곳으로 갔다.

 

‘독일에 왔으면 슈니첼’. 다른 메뉴를 보지도 않고 슈니첼을 시키고는 맥주도 신중하게 골라 주문했다. 나이 검사를 안 하는 직원을 보며 내가 늙어 보였나 아니면 어린 애만 아니면 다 마시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다가 음식이 나왔고 먹기 시작했다. 현지인의 추천은 틀린 적이 거의 없다. 음식 맛은 정말 최고였고 맥주는 말할 것도 없이 ‘이게 맥주구나, 한국에서 마셨던 맥주는 뭔가 이상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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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고 계산을 하고 나올 때 내가 독일어 시간에 배웠던 ‘식사 후의 대화 1.’ 이 실제로 가능함을 깨닫고 신기해서 ‘맛있다’는 말도 덧붙여보고 팁도 드리며 신나있었다. 직원분은 독일어를 하는 내가 신기했던지 친절하게 대답해주셨고 잘 가라는 인사도 해 주셨다. 아마 이때부터 독일어를 말 그대로 ‘내뱉기’ 시작했던 것 같다. (물론 못 알아들으셔서 당황했던 적도 있다.)

 

배불러서 졸린 몸으로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해 뮌헨 지하철 앞 마트에 들러 하리보를 샀다. 처음에는 2종류, 그다음에는 5종류, 이런 식으로 사다 보니 하리보는 20개가 넘었고 가방에 다 쑤셔 넣고 집에 돌아와 기분 좋게 요플레를 까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시간을 보니 저녁 9시 정도였고 씻고 침대에 누우니 10시 30분이었다.


심심해서 맥주 파티를 하는 1층으로 내려가 맥주를 보기도 하고 빵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이빨을 닦고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이면 디즈니 성을 보고 학회를 위해 수도원으로 가야하므로 일찍 자야 했다. 눈을 감은 나의 머릿속에는 영국 정원이 그려졌고 여전히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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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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