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권진규 아틀리에에서 되짚어 본 작가의 삶 [문화 공간]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권진규 아틀리에 방문기
글 입력 2020.05.0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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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규 아틀리에>

 

 

2020년 상반기, 성북구 동선동에 위치한 권진규 아틀리에에서 도슨트 활동을 하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아틀리에가 정기개방을 하지 않아 아직까지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지만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이 완화되어 다녀올 수 있었다.

 

학교 다닐 때 매일 지나다니던 길목에 있어 익숙한 장소였지만 높은 계단을 올라 아틀리에에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 감회가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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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에 방문하기 전, 사진을 검색해 보고 갔던 터라 크게 낯설지 않을 것 같았는데 막상 보라색 대문을 마주하니 공간에 대한 낯섦과 기대감으로 설렘이 커졌다. 설명을 들으며 아틀리에 곳곳을 살펴보니 집에서 혼자 자료를 보면서 궁금했던 점들이 풀려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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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규 조각가 (1922-1973)



테라코타와 건칠 작품으로 우리나라 근현대 조각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권진규 선생은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났다. 춘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에서 조각을 배웠다. 일본에서 권위 있는 이과회 전람회에서 최고상을 수상하는 등 괄목할 만한 역량을 나타내 보였다.

 

사람의 얼굴이나 말, 닭 같은 동물상을 직접 만든 가마에서 흙으로 구워 제작하였는데, 작품 표면에 유약을 칠하지 않아 붉은 흙색을 띠어 독특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 연구에 심취해 삼국시대 토우에 뿌리를 둔 테라코타와 건칠 기법을 새롭게 발굴하여 한국적 리얼리즘 조각의 세계를 정립하였다. 대표작으로 <지원의 얼굴>, <손>, <마두> 등이 있다. (*출처: 권진규 기념 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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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규 아틀리에 (등록문화재 제134호)


 

권진규 선생이 작업하던 공간인 권진규 아틀리에는 선생이 1959년 일본에서 귀국하여 1973년 삶을 마감할 때까지 작품 활동을 한 공간이다.


이 공간은 크게 살림채와 작업실(아틀리에), 권진규 선생이 쓰던 방으로 구분된다. 살림채는 보수공사를 하여 예전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지만 현재 모습도 나무들과 잘 어울리며 한국적 미가 드러나는 공간이라 좋았다.


작업실은 시멘트 블록으로 쌓은 벽에 서까래와 시멘트 기와 지붕을 얹은 단순한 구조로, 큰 작품을 제작할 것을 염두에 두고 천장을 높게 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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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는 선생이 쓰셨던 우물, 이젤, 테이블, 심지어는 벽의 낙서까지 그대로 보존되고 있어 놀라웠다. 작업실과 작업에 필요한 도구들 대부분은 선생의 손길이 닿았다고 한다. 작업실 내부에는 작품을 보관 할 수 있는 선반을 올린 마루를 달아매었고 계단 아래에는 지하를 파서 흙을 보관하였다. 이는 현재도 과거의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또한 큰 조각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작업실 내부를 높게 만든 것도 신기했다. 관람하러 오신 분 중에 만약 큰 작품을 만드셨다면 작품 이동은 어떻게 했을까. 에 관해서 의문을 품는 분이 계셨는데 나도 덩달아 궁금해졌다. 작업실로 통하는 문들은 사람만 간신히 드나들 수 있는 크기였기 때문이다.

 

작업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우물이었다. 선생은 조각 작업 시 필요한 물을 얻기 위해 작업실 내부에 직접 우물을 팠다. 우물 안도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 현재도 물이 있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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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복도>

 


작업실 복도 또한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선생이 작업을 하던 당시에는 작품 보관을 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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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규 선생이 지내던 방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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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규 선생이 지내던 방은 출입문부터 사람 한 명이 겨우 드나들 수 있는 크기였고 방 자체도 정말 작았다. 방 안은 공간의 크기 때문인지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졌다. 방에는 선생이 사용했던 도구들과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화려함으로 시선을 사로잡던 작품은 오기노 도모의 <빛>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름답다고만 생각했는데 오기노 도모와 권진규 선생의 이야기를 듣고나니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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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문화 생활을 거의 즐기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향유하게 되어 더 값진 시간이었다. 삼삼오오 정기개방을 찾아온 관람객을 보며 예술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나 또한 첫 방문이었기에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곳곳을 살펴보느라 바빴지만 한 달에 한 번만 개방하는 곳을 직접 신청해서 오신 분들의 열정보다는 못 미치는 듯 했다. 어서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더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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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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