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역사 로맨스 장르의 역작, 드라마 '아웃랜더' [TV/드라마]

글 입력 2020.03.1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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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부터 과거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과거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자연스레 역사 드라마 애청자로 자랐다. 역사 드라마는  과거의 복식과 생활양식, 또 거대한 역사적 사건들을 볼 수 있는 좋은 영상 자료였다.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 덕분에 한국의 역사 드라마뿐 아니라 외국의 역사 드라마까지 볼 수 있게 되었다.

 

역사는 이미 지난 과거의 일이라는 사실이 명백하다. 하지만 역사 드라마는 공식적인 기록이라는 ‘닫힌 과거’ 속에서 상상력을 통해 얼마든지 ‘열린 이야기’를 창조해낼 수 있다. ‘만약 OO가 OO였다면?’이라는 짧은 역사적 가정에서 출발하는 역사 드라마는 기록되지 않은 역사 속에서 얼마나 많은 상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기대하게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역사 드라마의 매력이 십분 발휘된다. 이런 이유에서 넷플릭스에서 많은 역사 드라마를 늘 탐색하는데, 내 맘에 쏙 드는 드라마를 발견했다. 바로 미드 <아웃랜더(Outlande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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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배경과 모험들

 
아웃랜더는 다이애나 개벌든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로, 현재 시즌 4까지 방영이 되었고 시즌 5는 순차적으로 넷플릭스에 공개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현재 시즌 6까지 제작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아웃랜더>는 클레어와 제이미, 두 사람의 청춘부터 늙어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시즌을 전개한다. 이 글에서 최대한 핵심적인 스포일러를 제외하고 줄거리를 써보려 한다.
 
아웃랜더는 20세기의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종군 간호사가 초자연적인 힘으로 18세기 스코틀랜드로 타임슬립 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 클레어는 간호사였던 덕분에 200년 전 스코틀랜드에서도 의학 능력을 발휘하며 슬기롭게 위험을 헤쳐나간다.
 
18세기의 스코틀랜드에 불시착한 클레어는 그곳에서 만난 스코틀랜드 재커바이트 출신[1] 제이미와 결혼하고 역사의 굵직한 순간들을 마주한다. 시즌 1은 스코틀랜드의 광활한 풍경을 바탕으로 스코틀랜드 전통 씨족(클랜)의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시즌 2는 프랑스를 배경으로 화려한 궁중 의상과 건축양식을 감상할 수 있다. 시즌 1의 꾀죄죄한 모습과 시즌 2의 화려한 모습을 비교해보는 것도 큰 재미다.
 
하지만 시즌 2 끝에 재커바이트의 난 중 가장 큰 규모의 ‘컬로든 전투’가 발생하게 되고 스코틀랜드의 참패로 끝나게 되면서 시즌 1과 2를 이끌었던 중심 내용은 마무리된다. 시즌 3은 공간 이동이 가장 다양한 시즌이다. 20세기와 18세기를 교차해서 보여주고, 신대륙으로 항해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그리고 시즌 4에서는 본격적으로 신대륙에서 새 삶을 찾아나가는 중년 부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둘을 둘러싼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공부를 하며 드라마를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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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랜더>의 섬세한 시선

 
많은 역사 드라마 중에서도 최애 드라마가 <아웃랜더>가 된 데에는 ‘섬세한 시선’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패배자에 대한 시선과 여성에 대한 시선, 두 가지 정도로 나누어 이어 쓰고자 한다.

<아웃랜더>에서 두드러지는 외부 갈등은 집단 대 집단의 갈등이다. 특히 각 집단은 국가의 단위이거나 큰 규모의 부족이어서 갈등이 발생하면 전쟁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시즌 1과 시즌 2에서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간의 갈등은 컬로든 전투를 중심으로 극대화된다. 컬로든 전투는 잉글랜드가 스코틀랜드를 말살시킨 전투로 유명하다.
 
주인공인 제이미가 스코틀랜드의 한 부족원이기 때문에 드라마는 패자의 역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나 제2차 세계대전 시대를 겪었던 클레어가 컬로든 전투를 겪게 되며 일으키는 트라우마는 전쟁의 참혹함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집단 대 집단이라는 갈등의 틀은 시즌을 거듭하며 계속된다. 신대륙에 건너갔을 때 잉글랜드 정부와 규제자들, 또 백인과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의 갈등이 그런 양상을 띤다. 이럴 때마다 주인공인 클레어와 제이미는 컬로든 전투를 겪은 인물이기 때문에 약자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들은 강인하고 정의로운 인물이기에 정의를 선택한다. 그들의 결정은 승자에 가려진 패자를 주목하는 동시에 그들을 역사의 소용돌이로 휘몰아 넣으며 드라마를 전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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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역할을 맡은 배우 샘 휴언의 다부진 근육 몸매와 잘생긴 얼굴, 섹시한 스코틀랜드식 억양에 시청자들은 무장해제 되고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품는다. 하지만 여성 시청자를 끌어당기는데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 있다. 바로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베드신이다.

 
시즌 1의 7화에서는 클레어와 제이미의 결혼식이 다뤄진다. 결혼식 후 둘의 첫날밤은 19금 드라마답게 엄청 야하지만, 이제껏 다뤄졌던 베드신들과 다른 특별한 점이 있다. 보통의 베드신에서 환희에 찬 여성의 표정만 클로즈업해 보여준다면, <아웃랜더>에서는 절정에 오른 남자 주인공의 표정도 클로즈업해 보여준다. 여자 주인공뿐만 아니라 남자 주인공의 몸을 샅샅이 훑는 카메라 무빙 또한 <아웃랜더>만의 섬세하고 새로운 시선이다. <아웃랜더> 베드신의 핵심인 여성적 응시는 성애 장면을 관음적으로 응시하지 않는다. 어떠한 강압이나 폭력 또한 없다. 극의 분위기와 대사와 연출 모두 부드럽고 친밀하다. 어떤 쪽도 눈요깃거리가 되지 않고 사랑을 주고받는 주체로서 연출된다.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야한 드라마가 탄생한 것이다.
 
또, 둘의 관계는 굉장히 동등한 관계다. 20세기에서 건너온 아내는 18세기 남편의 가부장적인 모습을 허락하지 않는다. 클레어는 자신의 의학 능력을 십분 발휘하며 새로운 곳에서의 삶에 적응해간다. 능력 있고 당차기에 일방적인 도움 또한 필요하지 않다. 여성이 위험에 빠져서 남성이 구해주는 백마 탄 왕자님 서사는 클레어에게 무용지물이다. 격돌하는 역사 속에서 둘은 항상 위험에 빠지고 서로가 서로를 구해주며 신뢰와 애정을 쌓는다. 드라마는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는 둘의 모습을 보여주며 사랑의 동반자적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클레어와 제이미의 모습을 살펴볼 때, 클레어는 ‘전사의 아내’가 되기보다 ‘동료 전사’로서[2] 여성 캐릭터의 새로운 지형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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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5를 기대하며

 
역사, 판타지, 타임슬립, 전쟁, 사랑, 19금적인 요소를 좋아하는 시청자에게 <아웃랜더>는 최고의 선물이다. <아웃랜더>에는 언제나 정의롭고 의리 있는 섹시한 제이미와, 20세기의 지식과 의학 기술을 가진 생존에 유능한 클레어. 이 부부가 함께 했을 때 빛나는 케미가 있다.
 
탄탄한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수많은 팬층을 보유한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에서 3월 9일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시즌 5의 새로운 에피소드를 공개 중이다. 매 시즌 광활한 풍경과 화려한 의상, 서양의 건축물 그리고 사실에 기반한 역사적 사건, 또 불타는 로맨스와 사랑스러운 베드신이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신대륙에서 펼쳐질 역사의 소용돌이와 그 속에서 피어날 두 사람의 신뢰와 애정에 응원과 기대를 한가득 보낸다.

 

* 참고
[1] 재커바이트는 명예혁명으로 왕위에서 물러난 제임스 2세와 그 직계 후손을 지지하는 사람들. 즉, 드라마에선 잉글랜드에 맞서 싸운 스코틀랜드 씨족집단들을 의미한다.
[2] 《낭만전사》, 도널드 시먼스, 캐서린 새먼 (2011)에서 표현을 빌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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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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