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 오 마이 갓, 잇츠 에브리데이 [도서]

글 입력 2020.03.0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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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문학을 멀리하고 자기 계발 서적이나 각종 전문 서적을 끼고 살았다. 방구석 여포라기보다 서재 한 편의 의자왕으로 살았으면서도 아직 허기지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던데 왜 나는 아무리 읽어도 마음이 고픈지 모르겠다. 이래서 편식을 하면 안 됐었나 싶다. 한동안 멀리하던 소설을 오래간만에 읽으니 이제야 허기가 달래지는 것 같다. 무엇이든 균형을 맞춰 섭취해야 하나보다.

 

 


중앙선을 침범하다



서울 사람이 아닌지라 경의 중앙선이 얼마나 살벌하고도 삭막한 곳인가에 대해서는 공감을 못해 아쉽지만 그곳에 발이 묶여 괴로워하던 이들의 심정에는 어느 정도 동감한다. 학교를 통학하다 보니 아침 수업이 있는 날마다 나는 지옥에 발을 디뎠다.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는 순간부터 내 주변에는 스멀스멀 좀비들이 몰려온다. 어디서 어떤 놈에게 물렸는지 자세히는 몰라도 대충은 파악 가능했다.


정장에 물려 회사에 얽매이는 좀비들. 전공 교재와 노트북이 들어찬 무거운 가방에 물려 학교에 얽매이는 좀비들. 그 외에도 많은 좀비들이 보이지만 나를 포함한 이 모두의 공통점이 있다. 목적을 잃고 죽어버린 눈과 그저 반복적으로 어제를 반복하는 발걸음이다. 그리고 지하철 도착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면 일제히 깨어나 내달린다. 아마 이 지하철 좀비는 어지간해서는 사라리지 않으리라.



"와, 용감하시네. 하고많은 지하철 중에 경의중앙선을 타요? 저기 저 사람들 안 보여요?"

그는 손을 내뻗어서 승강장 위에 수없이 널브러진 시체 같은 사람들을 가리켰다.

"저… 여기 처음 와 봐서. 왜 저러고 있는 거죠?"

"기차가 연착돼서 저러고 있는 거잖아요."


p. 42~43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



환승역에서는 보다 더한 지옥을 맛볼 수 있다. 들어가려는 좀비와 나오려는 좀비들이 서로 뒤엉켜 혼란스러운 와중에 혹여라도 지하철을 놓치고 이 지옥에 보다 오래 머무를까 봐 미친 듯이 내달린다. 이 급류에 휩싸여 같이 달리면서도 가끔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부표가 될 때면 괜스레 허탈해진다. 도대체 매일같이 끝도 없이 기어 나오는 이 좀비들은 무엇을 그렇게 찾는 걸까. 나는 왜 이렇게 항상 휩쓸려 다닐까. 무엇 때문에 이렇게 눈앞에만 매달려 조금의 여유만 찾는다면 모두가 빠르게 벗어날 수 있음을 모르게 되는 걸까. 환승역인지 한숨 역인지 갈피를 못 잡겠다.


아이러니한 부분은 이렇게 지하철과 사람에 치이면서도 경의 중앙선을 타는 ‘나’나 등굣길에 지하철을 타는 나나 지하철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처지라는 거다. 좀비가 되는 시간에서 좀비로부터 벗어나는 시간까지 어느 시간이건 지하철이라는 교집합에 걸친 인생을 살고 있다. 정확히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지하철이라는 중앙선을 ‘나’와 나, 그리고 그 좀비들은 매일같이 침범하며 그 두 시간을 넘나 든다. 작가가 픽션으로 풀어낸 이 우스꽝스러운 코믹 호러가 조금만 각본을 수정하면 팩트가 된다니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오 마이 갓, 잇츠 에브리데이



레스토랑에서는 서빙부터 시작해서 나중에는 홀 전체를 책임지는 팀장으로 근무했다. 지금은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커피를 만들고 있다. 그 전에는 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근무하며 영어도 가르쳤다. 지금까지 해 온 일 전반은 소위 ‘서비스’라는 범주에 속하는 업종이었다. 필연적으로 사람을 대할 수밖에 없고 고객이라는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철저하게 맞춰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보통은 바삐 움직이느라 몸이 힘든 것 외에 그다지 고생은 없었지만 간혹 ‘진상’이라는 칭호를 달고 어이없을 정도로 당당하게 무례한 행동을 일삼는 고객을 상대할 때면 민원인의 답도 없는 고성방가에 스위치를 내리고 영혼이 탈출하는 김현처럼 내 영혼을 저 멀리 보내고 싶을 때가 많다. 미친 듯이 휴일 직전의 금요일을 부르짖는 김현처럼 나는 언제나 휴무를 찾아 헤맸다. 하지만 슬프게도 나는 휴무가 그리 많지 않았다. 서비스 업종이라는 게 그럴 수밖에 없다.



분명히, 분명히 어제는 금요일이었는데. 김장 행사 때문에 하루 종일 김치를 날랐는데. 잘 때마다 시간이 6일씩 흘렀다. 금요일 밤에 잠들었다가 일어나면 다음 주 금요일 아침이었다. 세 번의 연속된 금요일과 두 번의 시간 도약을 경험하고서야, 현은 그 비현실적인 현상이 실제임을 받아들였다.


p. 74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평소에는 그리도 금요일 소리치던 김현은 정작 금요일만 사는 사람이 되더니 되려 미쳐버렸다. 금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사라졌으니 당연하다. 우리가 불금, 불토 따위에 이토록 미친 듯이 열광하는 이유는 그 밖의 모든 날들이 너무나도 지치고 고되기 때문이다. 힘듬이 없다면 휴식은 더 이상 휴식이 아니라 ‘별 다를 것 없음’이나 ‘무료함’이 된다. 무료함에 미친 듯이 열광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던 나는 그놈의 불금이나 불토마저도 없었다. 주 1회 휴무였지만 그마저도 다른 이들이 쉬고자 하는 생각에 모조리 밖으로 튀어나오는 주말에는 불가능이었으니 나는 신에게 감사를 외칠 날이 딱히 없다. 휴식이 아니라 잠시의 숨돌림이다.

 



Life Was A Comedy



작가 덕분에 다시 한번 내가 왜 ‘조커’를 비롯하여 세상을 비웃는 캐릭터에 빠져드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희망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인데 서점에는 힐링을 내세운 책들이 판을 치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오늘은 ~와 힐링’ 따위를 지껄이는 글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 현실이 어떻게 웃기지 않을까. 제대로 쉬지는 못 했어도 단순히 자랑을 위해 트렌드를 따라갈 뿐인 그게 과연 휴식인가 하는 의문만 불러오는 글이 넘치는 현실이 어떻게 웃기지 않을까.


웃음을 찾는 이들과 이 삭막한 현실에 조소를 끼얹음에 통쾌함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은 아마 조금만 읽어봐도 이 책으로 끌리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작가의 소개말부터 느꼈다. 이 사람은 굉장히 감각적이고 영리하게 세상을 돌려 깔 줄 아는 사람이라고. 이불을 걷어차다 보니 레그 레이즈만 잘하는 몸이 된 사람이라는 걸. 남 모르게 세상을 향해 열심히 침을 뱉다 보니 폐활량만 좋아진 나는 동족을 알아본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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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 안전가옥 쇼-트 01 -


지은이 : 심너울

출판사 : 안전가옥

분야
장르소설
판타지, SF

규격
100X182mm

쪽 수 : 162쪽

발행일
2020년 01월 20일

정가 : 10,000원

ISBN
979-11-90174-67-1



 


 

[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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