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19세기의 광고를 엿보다, 툴루즈 로트렉 전

글 입력 2020.01.2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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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툴루즈 로트렉 전시에 다녀왔다. 툴루즈 로트렉은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아드리아나가 팬걸처럼 좋아했던 벨 에포크 시대를 대표하는 ‘작은 거인’이다. 영화를 보지 않은 이에겐 ‘현대 포스터의 아버지’로 익숙한 그의 첫 번째 단독전을 다녀온 감상을 적고자 한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기다림 없이 전시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입구에 있는 커튼을 젖히면, 마치 오페라하우스 안에 들어온듯, 붉은색 기둥으로 된 공간이 나온다. 로트렉의 삶을 짧게나마 알려주는 영상이 끝나고 또 커튼을 열면, 관람객을 벨에포크 시대로 이끄는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화려한 전구와 간판을 지나면 여기서부터 로트렉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가 작업했던 일러스트와 포스터들이 일렬로 나열되어 관람객의 시선 받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아드리아나가 된 듯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섹션으로 넘어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굉장히 알찬 전시였다. 국내 첫 단독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드로잉과 스케치부터 포스터, 일러스트까지 툴루즈 로트렉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좋았던 것은 로트렉의 연필 스케치 섹션이었다.


로트렉하면 물랭루즈의 화려함, 현대적인 포스터가 떠오른다. 그러나 이젠 로트렉하면 연필 드로잉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여태껏 보아왔던 거장들의 연필 스케치는 너무 흐릿해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거나, 습작의 느낌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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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트렉의 연필 스케치에는 힘이 있었다. 망설임 없이 쭉쭉 뻗어간 직선, 짧은 시간에도 대상의 특징을 잘 표현한 곡선이 그림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로트렉은 항상 연필을 지니고 다니면서 만나는 사람, 방문한 장소, 상황에 따라 받은 영감을 그대로 종이에 드로잉했다고 한다.


천재가 노력하면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이 말은 마치 로트렉을 염두에 두고 한 말 같았다. 짧은 시간 안에 대상의 표정과 포즈, 그리고 분위기까지 종이 위에 옮겨내다니. 그의 드로잉을 보며 나는 어떻게 해왔는지 되돌아보고, 반성했다. 이런 천재도 매일 연필을 놓지 않고 보이는 족족 그림을 그리는데, 평범한 나는 그만큼도 노력하지 않다니. 앞으로 더 많이 쓰고, 퇴고해야겠다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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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좋았던 섹션은 그의 뮤즈인 ‘제인 아브릴’ 그림을 볼 수 있던 ‘뮤즈’ 섹션이다. 로트렉은 뮤즈라고 해서 대상을 미화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사진은 없지만, 캉캉 댄서들을 그린 작품 <에글란틴 무용단>에서 로트렉은 제인 아브릴을 가장 끝에 위치하게 그렸다.


아브릴을 가장 작게 배치했음에도 가장 눈에 띈다. 가장 높게 다리를 들고 있고, 자세 또한 다른 단원과는 다르다. 그림을 보면 한눈에 누가 ‘그 제인 아브릴’인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이 뿐만 아니라 <다방 자포네> 포스터에서는 이베트 길베르의 트레이드 마크인 까만 장갑만 보이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뇌리게 이베트하면 까맣고 긴 장갑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광고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로트렉은 훌륭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대상의 셀링 포인트를 잡아 잘 팔리는 상품으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의 뮤즈가 된 제인 아브릴과 이베트 갈레르는 사후에도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것 뿐만이 아니다. 그는 훔쳐서라고 갖고 싶은 상품을 만들기까지 한다. 바로 그의 포스터다.


그의 포스터는 20세기의 포스터에 큰 영향을 끼쳤다. 수집가들은 벽에 붙은 로트렉의 포스터를 떼어 가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고 한다. 19세기의 예술 비평가 펠렉스 페네옹은 그의 포스터를 벽에서 떼어 가질 것을 부추기기도 했다고 한다.


그가 그린 <물랭 루즈, 라 굴뤼>는 물랭루즈, 그리고 벨 에포크를 대표하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평단의 호응은 물론, 그의 포스터는 예술이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역할을 했다. 그가 있었기에 앤디 워홀이 나올 수 있었고, 현대 미술의 흐름이 생길 수 있었다.


툴루즈 로트렉의 포스터를 보러 간 전시였는데, 예기치 못하게 본업인 광고에 대한 인풋을 얻어갈 수 있었다. 전시는 올해 5월 3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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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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