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간을 달려서: 4차 산업혁명의 향연 [문화 전반]

CES2020 국제 전자제품박람회를 돌아보고
글 입력 2020.01.2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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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주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실감하고 있는지?


온갖 미디어에서 다루던 주제이자 내가 수업 시간에 듣던 질문이었다. 책을 가까이하고 미디어를 자주 접하면서 습득한 토픽과 키워드의 수는 많을지라도 내 바운더리 안에서의 실감과 제대로 된 정보(사실)의 깊이에선 나는 거리를 느꼈다.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트렌드에 뒤처지긴 싫은 법이다. 신제품을 이용하고 신기술을 잘 다루는 얼리어답터는 아닐지라도 흐름을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내는 능력은 갖추고 싶었다. 그리고 두 가지 모두를 나는 CES 참가를 통해 확인했다.

  


 

Consumer Electronics Show, 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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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는 미국 라스베이가스에서 매년 1월에 개최되는 세계 최대 국제 전자제품박람회이다. 토픽은 가전제품으로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진다. 미래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정보기술(IT) 관련 신기술이 모두 모여 각축을 벌이는 장소가 되겠다. 여기에서 최첨단 디지털 기기의 미래를 살펴 갈 수 있고 한 해의 트렌드와 기술 동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디지털 기기와 뗄 수 없는 시대가 된 만큼 산업 전체를 연초에 파악한다는 메리트는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상당하다.

 

그저 박람회에 그치지 않는다. 전 세계 사업자들의 수입·수출 계획이 오가는 곳이라서 부스와 중앙무대에 선 사람들은 자사의 제품과 기술을 치열하게 홍보하고 설명한다. 나는 기술 동향의 새 문화를 파악하고 박람회를 체험해가는 체험단원 신분이었다. 따라서 경제적 이익을 쫓으며 계약상의 아이템을 살펴 가는 바이어보다는 각 기업의 부스에서 환대를 받는 입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미래의 투자를 생각한다거나 내 신분을 연구원이나 직장인이 맞을 거라 여긴 사람들에겐(부스직원에겐) 그 이상이었다.


물론 어느 쪽이라도 나는 상관없었다. 내겐 박람회장의 열띤 분위기도 경이로웠고 첨단 기술과 트렌드를 같이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을 느껴가는 것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올해의 전망과 기술·전자제품이 가장 집중되고 있는 현장을 전 세계 전문가들과 동시에 살펴 간다는 경험도 많이 특별했다.

 

 

 

축제의 중심에서 확인한 대한민국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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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KICTA)에 따르면 세계 161개국 4500개 업체가 참가하는 CES 2020에 한국 기업 390곳(대기업 6곳·중소기업 184곳·스타트업 200곳)이 참가했다고 한다. 한국 방문객의 수도 1만여 명으로 전체 방문객 18만 명 중에서 존재감을 보였다.

 

첫 기조연설자로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이 올라 동반 로봇 ‘볼리’를 소개하고 전 세계 참관객들이 열광하며 플래시 세례를 터뜨렸을 때 감동을 받았다는 국민들은 여럿이었다.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폴더블 폰과 2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한 LG의 그램까지 우리나라의 위상은 내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위였다. 외국에서는 대기업이 애국자라고 했던가. 박람회장을 수놓은 국내 기업의 화려한 부스를 보며 자긍심을 가지기도 했다.

 

한편 CES에 참가하는 한국 기업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이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 한국 스타트업의 박람회 참가 기업 수는 작년인 CES2019 대비 77% 증가했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 참가 순위도 미국, 중국에 이어 3위였다고 한다.


이 순위는 우리나라의 전자제품 분야 미래 경쟁력을 가늠케 한다. 숫자가 상위권인 것과 증가량에만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박람회에서 신기술과 제품을 전시한다는 표면 아래엔 무한 경쟁 사회에서 전쟁터를 제대로 거치고 있는 기업들의 기술, 생태계 패권 싸움이 있다.


인공지능(AI), 5G, 로봇, 헬스케어 등 여러 분야가 융합하고 실생활과 접목되는 새로운 신분야가 개척될수록 각기의 지식과 자본, 기술은 또 투입된다. 그 안에서 두드러지는 성과를 이루고 세계의 중심에서 입지를 다지는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 맞다.

 

 

 

정체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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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되짚어야 할 점은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보다는, 신산업의 사업화를 뒷받침해줄 국가의 정책적 지원임을 확인할 수 있다. 내 시야가 조금은 넓어진 거라 믿는다. 한국도 참 넓지만 세계는 훨씬 넓었다. 그만큼 벌어들일 가능성이 있는 외화도 많다는 뜻이 되겠다. 더 이상 경쟁은 국내에서만 이루어져야 할 것이 아니다. 기술과 정책을 두고 국내 기업끼리 소송을 하고 경쟁하는 모습이 떠올랐었다.

 

4차 산업혁명이 분야와 분야, 기술과 기술의 융합인 것처럼 국내 기업과 또 다른 국내 기업 간의 콜라보가 이루어진다면 혁신과 경쟁력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발전 과정 도중 국내시장에서 신기술과 기존 전통산업과의 마찰이 나타난다면 중재가 필요한 법이고 마찰이 갈등이 되지 않게끔 합리적인 대안과 결론을 제공해주는 주체는 결국 국가·공공기관이라 보인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산업 관련 법률은 허용 분야만 나열하는 포지티브 규제라 한다. 기존의 허용 대상이 아닌 신기술이 나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법 개정에 치중하는 동안 발전 속도와 상용화도 더뎌지고 그 시간 동안 외국과, 또 다른 글로벌 기업과 차이가 나게 된다.


우리나라의 4차 산업 발달은 지금도 우수한 편이지만 발전 속도는 느린 편이라고 한다. 선진국들이 변화에 발맞춰 시행 중인 네거티브 규제로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파악된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산업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아닐지.

 

 

 

한계와 무한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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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존재감을 과시해온 중국 기업들은 이번 CES2020에서 규모가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기술 발달이 늦고 내세울 만한 제품이 없어서가 전혀 아니다. '미·중 무역분쟁'을 겪고 있는 탓에 정치적 영향을 행사에서 드러낸 것이다. 화웨이는 2017∼2018년 리처드 위 CEO가 2년 연속 기조연설을 하면서 CES에서 중국 기업 위상을 높였었다.


이번에는 다른 중국기업과 함께 자취를 감췄으며 또 기조연설자 중에서도 중국 기업가를 찾을 수 없었다. 세계 최대 국제 전자제품박람회지만 참가에는 여러 요인들이 결합될 수밖에 없다. 비단 박람회뿐만이 아닌 어떤 상황에서도 나타날 수 밖에 없는 한계이기도 하다.

 

중국 업체들은 다음 달 24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2020'에서 영향력을 과시할 전망이다. 화웨이는 역대 최대 규모 부스를 준비 중이며 5G와 폴더블폰이 올해 전시회 주요 볼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MWC에서 첫선을 보였던 자사 폴더블폰 '메이트X'의 개선판인 '메이트Xs'를 공개해 삼성전자의 새 폴더블폰에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세계 최대 박람회지만 여기에만 의존해서 참가 기업들 위주로 동향을 분석하고 제품을 평가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소속된 자기 전공만 공부하거나 한 분야만 깊게 바라보는 태도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박람회에선 모든 분야의 확대와 융합이 돋보였다. 디지털 헬스에 있어서 그동안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상태 등을 체크하는 건강관리 영역에만 머물러 있었다면 이번에는 치료 영역까지 다뤘다. 눈길을 끌었던 제품으로는 머리에 쓰면 미세 진동을 가해 뇌를 진정시켜 복통, 두통을 완화하는 기기나 VR 여행을 통해 사용자가 스트레스를 줄이는 서비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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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모빌리티에서도 큰 가능성을 확인했다. 현대는 우버와 협력해서 만든 '플라잉 택시'를 공개했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발상을 넘어서 자동차는 항공기와 결합해 새로운 이동 수단이 되었다. 도요타는 자동차를 더 이상 교통편으로만 바라보지 않았다. 개인화되어 유용성을 주는 인테리어를 담고 자율주행으로 알아서 달리는 제품 안에서 사용자가 비즈니스, 헬스케어, 엔터테인먼트 공간까지 누릴 수 있도록 제시했다.


또 자율주행차가 마음껏 달리는 미래 도시를 짓겠다고 발표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자동차 업체인데 항공기를 만들고 문화, 헬스케어 제공과 도시를 짓는다는 건 여러 분야로 파이가 커지는 것이다. 여러 기업에서 산업의 경계가 무너짐이 나타난다.

 

 

 

다신 없을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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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만이 아니라 적어도 10년 후 미래까지 기술 추세를 전망한 의미 깊은 박람회였다. 빠른 속도로 기술이 발전하고 트렌드가 정해진다. 예전과는 비교 불가한 속도인 만큼 앞으로는 한 해씩 거쳐 갈수록 각 해를 장식하는 역사적인 행사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 박람회는 결코 같은 구성이 나타날 수 없는, 다신 없을 박람회다. 또한, 한 가지 산업 연구, 학교에 소속된 본 전공 집중을 넘어서, 여러 분야를 통합하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으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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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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