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른아홉, 열아홉' - 어떻게 입고, 왜 입고, 왜 좋을까? [패션]

내 인생에 들어온 나만의 패션
글 입력 2019.11.29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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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타임용으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우연히 이 영화를 발견했다. 서른아홉 살의 패션 에디터 알리스와 평범한 대학생 발타자르의 연애사. 어느 것 하나 나에게 흥미롭지 않은 소재가 없었다.

 

패션 에디터를 지망하는 나였고, 사랑에 나이는 관계없다는 주의였고, 20살 연상녀와 연하남의 연애는 흔히 보지 못한 스토리였다. 아마 이 영화가 전달하려고 했던 메시지는 사랑에 관한 것이겠지만 안타깝게도 난 패션이 더 눈에 들어왔다. 로맨스 영화에서 패션을 느끼는 게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천성이 패션인걸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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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른아홉, 열아홉' 중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평생 숫하게 많은 사람들과 마주칠 수밖에 없고, 첫 만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인상이다. 그리고 그 첫인상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은 외모다. 내가 어떻게 보이는가가 상대방의 머리에 새겨지는 내 인상을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면접, 신학기, 소개팅, 데이트 등 여러 목적에 따라 옷차림을 달리한다.

 

위의 사진에서 주인공 알리스는 방금 막 거래처와의 미팅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이다. 작품에서 그녀는 자신의 업무에 신중을 기하는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나온다. 올블랙으로 통일된 복장과 깔끔하게 올려서 묶은 머리는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는 스타일이다. 거기에 어딘지모를 프로페셔널함과 시크함은 덤. 알리스의 성격에 대한 설정을 모르는 사람도 의상만으로 그녀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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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른아홉, 열아홉' 중

 

 

자신의 USB를 찾아 준 발타자르에게 감사 인사를 전할 겸 그가 다니는 대학에 찾아가는 장면에서 알리스는 달라붙는 원피스에 가죽 재킷을 입고 머리도 풀었다. 이전 장면과는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볼 수 있다.

 

깔끔하고 날카로운 직장인에서 시크하면서도 섹시한 연상녀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이런 변화는 젊은이들이 서로 어울리며 새로운 만남과 다양한 경험을 하며 에너지 넘치는 삶을 살아가는 대학교라는 장소에 매우 잘 어울리며 그녀 또한 한 명의 대학생처럼 보이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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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른아홉, 열아홉' 중

 

 

발타자르가 알리스 덕분에 생에 처음으로 화보 촬영을 하는 장면이다. 늘 편한 캐주얼만 입다가 촬영 때문에 슈트를 입고 메이크업을 받고 스타일리스트까지 붙었다. 잔뜩 꾸민 모습이 평범한 대학생으로만 보이던 전 장면과 달리 누가 보더라도 모델이라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멋있다. 이렇게 한 사람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버리는 게 패션의 힘이자 매력이다.

 

 


 

 

패션이라고 하면 보통 옷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옷도 패션의 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션은 보다 복잡한 것이다. 메이크업, 옷, 액세서리, 분위기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모두 뒤섞여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로 패션이다. 그리고 그 조화의 핵심은 ‘개성’, 달리 말해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예전에는 성격이 소심한 편이었다. 말을 걸어도 쭈뼛거리면서 잘 받아치지도 못하고 칭찬을 해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부정하기 일색이라 친구를 사귀는 것도 힘들었다. 아마 뚱뚱한 체형과 엄마가 주는 것만 입던 스타일 때문에 외모에 자신감이 없었던 것도 한몫했을 것 같다.

 

하지만 옷에 관심을 가지면서 여러 가지 스타일을 찾아보고 도전했고 그렇게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자연스레 주변에서 듣는 칭찬도 많아졌고 나에 대해 자신감이 생기면서 친구들도 많아졌다. 나를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는 일도 줄어들었고 나를 더 보여주는 것이 더이상 불편하지 않았다.

 

 


 

 

우리는 빠르면 매 초나 분마다, 혹은 하루, 한 달, 일 년마다 변한다. 어제는 기분이 좋았다가도 오늘은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 어제는 라이더 재킷이 좋았다가 오늘은 트렌치코트가 좋을지도 모른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반드시 같아야만 할 필요도, 반드시 달라야만 할 필요도 없다. 남들이 보기에 별나다고 잘못된 것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당연한 사실에 대해서 오해를 하고 타인의 시선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내가 뭘 하든 어떻든 무슨 상관이냐고 소리 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힘들 때는 다르게 표현하면 된다. 나에게는 그게 옷이었다. 오늘 난 차분하게 있고 싶다면 캐주얼을 입었고, 오늘은 좀 섹시하고 싶다면 라이더나 찢어진 청바지를 입었다. 말이 아닌 옷으로 표현하는 내 모습이자 나의 패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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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른아홉, 열아홉' 중

 

 

앞에서 보여줬던 촬영 장면에서 발타자르는 누가 보더라도 멋있지만 어딘지 불편해 보였다. 이 장면에서 발타자르는 어떻게 보면 후줄근할 수도 있는 캐주얼 차림이다. 그렇게 멋있고 스타일리시하지는 않더라도 가장 편안해 보인다.

 

옷도 음식이나 일이랑 똑같다. 나한테 맞지 않는 음식을 남을 의식해서 억지로 먹으면 속이 불편해지듯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옷을 남 때문에 억지로 입으면 그 사람들에게는 좋아 보여도 나 자신은 기쁠 수가 없다. 서로에게 맞지 않는 일을 하면서, 그 일에 맞는 옷으로 자신을 구속하던 둘은 가장 자신을 잘 보여주는 차림으로 돌아오면서 진짜 자신을 보여주고, 그렇게 영화는 끝이난다.

 

패션은 곧 개성이다. 오늘은 어떤 화장을 하고,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양말을 신고, 어떤 신발을 신을지 고민하는 그 순간의 나에게 충실하고 그 순간의 내가 원하는 것을 입고 당당해졌으면 한다. 남들의 잣대가 아니라 나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패션이고, 내가 전하고자 하는 패션이면서, 옷을 입는 것이 즐거워질 수 있는 비법이다.

 

말로 하기 힘들다면 입어서 보여줬으면 한다. 입은 틀어막을 수 있을지라도 입고 있는걸 억지로 벗기는 건 못 하니까.

 

 

[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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