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림, 치유의 메시지 - 치유미술관 [도서]

글 입력 2019.11.08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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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힘이 세다. 사람들을 감동에 몸을 떨게 할 수도 있고, 눈물을 흘리게 할 수도 있다. 또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아픔을 치유해주기도 한다. 그림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

 

- 『치유미술관』

 

 

많은 사람들은 예술가에 대해서 궁금해 한다. 단순히 그들이 만들어 내는 작품들을 감상하고 감명 받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것들을 탄생시킨 창작가의 손, 남다른 시각, 상상력을 동경하게 된다.

 

‘예술 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머릿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다른 부류의 인간’으로 인식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신적 초월을 이루고, 속세의 즐비한 혼란과 분쟁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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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삶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그들은 오히려 사람들이 살아가며 겪는 아픔과 고난의 평균치보다도 더 높은 정신적 고통을 겪고 그로 인해 새겨진 마음의 상처들을 끌어안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무엇보다도, 그 상처들은 모두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으로부터 받은 것이었다. 고차원적인 사고, 철학적 고뇌를 하는 과정에서 얻은 근심 따위가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나 불우한 가정환경 등 다분히 인간적인 활동과 요소들에서 얻어진 것들이라는 말이다.

 

『치유미술관』의 저자이자 책 속 상담 선생님인 ‘닥터 소울’은 그들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의 자리로 초대하여 마음의 치유를 선사한다. 그것을 읽어가는 독자 우리들도, 그들과 함께 온전히 치유의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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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인상: 해돋이>

 

 

책은 16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의 폭넓은 시대의 미술가들을 내담자로 설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내담자들은 19세기 초중반의 프랑스 국적 화가들이다. ‘에드가 드가’, ‘에두아르 마네’, ‘폴 세잔’, ‘클로드 모네’ 등 우리에게 익숙한 화가들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또한 이 시기의 미술 사조는 인상주의 화가들이 선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책에서도 인상주의 그림들이 다수 등장한다. 때문에 인상주의 회화를 선호하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치유미술관』에서는 역사적으로 남성 화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했던 여류화가들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최초의 페미니스트 여성 화가로 불리는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로댕의 그림자에 가려 불행한 삶을 살았던 여성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 남편의 비일비재한 외도에 지쳐갔던 ‘프리다 칼로’까지, 당대 여성 화가들의 지냈던 기구한 삶과 여성 화가에 대해 사회가 취했던 입장이 그들의 입을 통해 자세하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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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

 

 

그 중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내담자는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이다. 그녀는 16세기 말 이탈리아 태생의 화가로, 어린 나이에 미술 스승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는 끔찍한 변을 당했다. ‘성폭행’이라는 것은 그자체로 평생 피해자를 괴롭힐 만큼 끔찍한 일이지만, 그보다 더 잔인한 것은 피해자에게 가해진 사후의 처우였다. 

 

 

“재판관은 타시의 범죄 사실보다도 제가 그 당시 처녀였는지 여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산파들에게 부인과 검사를 받았어요.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요.”

 

“고문을 계속 해서 제가 번복하지 않고 같은 말을 하는지 체크를 했어요. 손가락 마디가 으스러질 때까지 조이는 고문을 받았어요.”

 

- 『치유미술관』

 

 

끔찍한 사건과 치욕스러운 재판, 젠틸레스키는 그 고통스러움을 스스로 이겨내야 했다. 비록 책 속에서는 닥터 소울과 함께였지만, 그녀의 실제 역사 속에서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점이 그녀의 강한 의지를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유일한 치료 방법이었던 ‘미술’을 통해 그녀는 자신의 분노와 어두운 트라우마를 직면하였다. 그리고 작품 활동을 통해 그동안 묻혀있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표출하였다. 그녀의 작품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 <루크레티아>는 당시 여성화가로서 낼 수 있었던 ‘용기’ 그 자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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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미술관』 속에는 다양한 아픔이 존재한다. 자신의 선천적인 특질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있고, 성장 과정에서 어떤 욕구가 결여되어 후천적인 성격 장애를 가진 이들도 있다. 또한, 특정한 질환까지 나아가진 않았더라도 그것만큼이나 고통스럽고 불행한 일들을 겪은 이들도 있다.

 

때문에 독자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다양한 방향으로 위로를 받을 것이다.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다면 ‘폴 세잔’의 상담을,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면 ‘에드바르트 뭉크’의 상담을 읽으면서 말이다. 그들의 상담 기록을 보며 몰랐던 사실에는 놀라워하고, 공감 가는 이야기에는 집중하면서 여러분들의 마음에 치유를 얻기를 바란다.

 

 

[박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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