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전쟁의 목격자

글 입력 2019.10.14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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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서를 향유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한국전쟁을 주제로 하고 있어서, 또 하나는 그 한국전쟁을 바라본 자가 여성종군기자이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아카이브와 관련된 수업을 수강했었는데 당시 수업의 과제가 직접 아카이빙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내 주변의 인물, 사물, 사건 등 주제를 정해 아카이빙을 했어야 했는데, 나의 선택은 6.25 참전용사이자 국가유공자이신 할아버지였다.

 

과제를 계기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처음 듣게 되었다. 어떻게 전쟁에 참가하게 되었는지, 전쟁이 일어나는 동안은 어땠는지 등 할아버지께서 품고 계시던 이야기를 처음 듣게 되었다. 그 당시의 이야기를 할아버지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계셨다. 그래서인지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이어진 4시간 동안의 시간은 마치 소설책을 읽고 영화를 보듯 내 머릿속에 함께 생생히 기억되었다. 그런데 이 한국전쟁을 바라본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 바로 종군기자였다. 그것도 미국인이자 여성인 종군기자였다. 나는 그녀의 눈을 통해 본 한국전쟁은 어떠한 모습이었을지 너무도 궁금했다.

 

책은 마거리트 히긴스를 '한국전쟁 종군기자'라고 소개하지만 책은 그녀의 전기를 담았기에 한국전쟁 외에도 그녀가 참여한 많은 전쟁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그녀와 함국은 서로에게 있어 중요한 존재였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한국전쟁을 취재함으로 종군기자로서 더욱 인정 받았고, 한국은 그녀를 통해 미국의 관심을 받고 더 나아가 세계의 관심을 끌어들였다. 그런 그녀의 눈에 비친 한국전쟁은 어땠을까? 신문의 헤드라인부터가 강렬했다. "기자, 한국을 갈라놓은 국경으로 가다. 빨갱이들이 말과 포탄으로 싸우는 현장을 발견."이라니.

 

그녀는 기자였지만 종군기자였다. 그렇기에 당연히 전쟁의 현장에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전쟁은 "현실이 더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정도로 무섭고도 위험했다. 숙소로 돌아와 잠을 자려 하던 마거리트에게 대령이 와 다리가 폭파된다고 도망쳐야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트럭이 그녀의 눈앞에서 날아가고 다리가 폭파되며 사람들이 익사하는 모습을 보았고, 한강을 수영해서 건넜으며 시체들이 트럭과 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장면들을 직접 두 눈으로 보았다. 글에는 짧게 요약했지만, 책 속의 묘사들을 읽을 때면 할아버지께서 이야기 해주셨던 전쟁의 참상이 머릿속에 계속하여 떠올라 조금은 괴롭기도 했다. "눈을 뜨면 어제를 함께했던 동료들은 없었다"던 할아버지의 말이 절로 생각나게 했다. 그녀의 눈을 통해 본 한국전쟁은 사실적이었고, 당시의 한국을 바라보는 현대의 한국인으로써 짠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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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책을 읽을 때는 한국전쟁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우리의 역사고, 우리가 알아야만 하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중에는 마거리트 하긴스라는 인물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녀의 일생에 말이다. 그녀는 '최초'라는 말이 따라다니는 사람이었다. 여성은 11명만 입학 가능하다는 정원을 깨고, 여성을 채용하지 않는 <트리뷴>의 기자가 되었으며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 국제 보도 부분에서 수상을 하였다. 그녀는 그녀 앞에 놓인 유리천장에 굴복하지 않고, 하나하나 깨부셔나가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말만 하는 것이 아닌 행동과 실력으로 자신을 입증해 나갔다.

 

당시에는 '성차별이 없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성차별이 당연시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특히 남성들이 지배하던 군대와 언론계의 실상은 더 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과거 시청했던 미국드라마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에피소드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옴니버스 식의 드라마였는데, 한 번은 미국의 여군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그녀는 군대에서 여자가 살아남으려면 마녀가 되거나 창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라를 위한 마음으로 모인 다 같은 군인이었지만, 그만큼 여자로서 남자가 주가 된 사회를 버텨나가는 것은 힘이 드는 일이었을 것이다. 비록 마거리트는 기자였지만 종군기자였고, 직접 전쟁의 현장에 뛰어들어있었으며, 군대와 언론계라는 두 현장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현대 시대에도 힘든 일을 그녀는 멋지게 해냈다.

 

 

매력적이고, 독설을 서슴지 않고, 야심차고, 때로는 지나치게 영리하게 굴기도 하는 어린 소녀 - p.30

 

그녀가 나를 비롯한 정말 많은 남자들의 의식을 성장시켰다고 생각합니다. - p.242

 

군인의 딸이자 군인의 아내였을 뿐 아니라, 조용히 영웅적 행위를 하는 군인들의 매일을 기록하기 위해 떄때로 죽음을 각오했던 여성이었다. - p.430

 

 

책을 통해 만난 마거리트는 '야먕'의 인간화 그 자체였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자신이 친구들과 같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분명히 알았으며 스스로를 대단히 여겼다고 한다. 그녀를 끝없이 따라다니던 외모에 대한 평가와 이로 인한 소문에에 갇힌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뛰어넘어 하나의 도구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녀 앞에 놓인 장애물은 아무것도 아니라듯이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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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종군기자로서 전쟁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어려서부터 수많은 걸림돌과 장애물들을 이겨내는 전쟁을 계속하여 이어온 것이 아니었을까. 여자는 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과 세상에 편견에 당당히 맞서 싸우고, 승리를 쟁취해냈다. 그녀는 결국 실제의 전쟁과 여성으로서의 전쟁을 모두 이겨낸 것이다. 책은 마거리트의 용기가 아니었더라면 오늘날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을 보지 못했을 것이고 이를 당연하게 여겼을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이에 동의한다. 그녀는 그녀의 길을 걸어간 것이겠지만, 그녀의 길은 전 세계의 수많은 여성들의 길을 함께 열어주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군인의 딸이자 군인의 아내였을 뿐 아니라, 조용히 영웅적 행위를 하는 군인들의 매일을 기록하기 위해 떄때로 죽음을 각오했던 여성이었다'는 글이 적혀있다. 그녀는 조용히 영웅적 행위를 하는 군인들의 매일을 기록했지만, 그와 동시에 조용히 영웅적 행위를 이어갔다. 평생을 수많은 눈에 보이고 보이지 않는 전쟁을 이어간 마거리트 히긴스. 그녀는 진정한 전쟁의 목격자였다. 그리고 그녀를 통해 우리는 전쟁을 목격한다. 그녀를 통해 한국전쟁과 삶의 전쟁, 그리고 야망을 보는 시간이 되는 도서였다.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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