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커피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 커피社會 [문화 공간]

커피의 역사화 문화를 감상할 수 있는 <커피社會>
글 입력 2019.06.0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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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캠퍼스 주변을 돌아다닐 때였다. 유명한 체인점부터 개인 카페까지 아주 다양한 카페들이 줄지어 있었다. 다른 가게들보다 카페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았다. 카페 옆 카페, 그리고 옆 카페 조금 떨어진 곳도 카페였다.


공강시간이면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때가 많았는데, 그때 처음 아메리카노를 먹은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대체 이걸 왜 먹는거야?” 자연스럽게 커피를 주문하고 맛을 음미하는 친구를 보며 이해가 가지 않았다. 떫고 쓴 맛, 잿물을 마시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짙은갈색의 아메리카노를 들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커피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즐겨 마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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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커피공화국이라 불린다. 그만큼 커피의 수입량과 매출량이 어마어마하다. 원두 수입량이 14만톤을 넘기고, 매출량이 5년 전에 비해 8~90% 성장했다. 국가별 1인당 연평균 커피 소비량이 338잔으로 한국이 2위이다. 김치보다 커피를 더 많이 섭취한다고 한다. 이렇게 커피사회가 된 지금. 커피는 어떻게 사람들에게 대중적으로 다가왔을까? 커피 그리고 카페. 이 전체적인 커피문화의 변천사를 감상하기 위해 <커피社會> 전시를 보러 갔다.

 


 

커피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전시관 입구에서부터 커피향이 가득 퍼졌다. 카페에서 오래 알바를 했던 기억이 물밀 듯이 들어와 잠깐 추억에 젖게 되었다. 카페 알바를 하면서 힘든 일도 있었지만 좋은 기억이 더 많았다. 잠깐의 알바시간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치고 구경하는 것. 내가 만든 커피를 맛있게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카페에 원하는 노래를 울려퍼지게 틀어놓는 것. 바쁜 삶을 살면서도 카페에 들리면 그때가 그립곤 했다.


커피는 싫어해도 커피향은 좋아했다. 전시관에서 맡은 커피향, 그리고 알바를 끝내고 집으로 터덜터덜 걸을 때 내 몸에 배어있던 커피향은 같았다. 향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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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좋게 들어가면 전시안내원이 종이컵과 책자를 건네주었다. 종이컵은 전시를 하며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준비된 것이다. 처음에 만난 것은 “음악다방”으로 넓은 부스 안에 푸른 빛이 가득했고 메모지가 빼곡하게 붙여져있었다. 신청곡을 메모지에 적으면 DJ가 노래를 틀어주었다. 사람들이 적은 메모를 눈으로 읽고 노래를 귀로 들었다. 부스 안을 가득 채운 노랫소리와 예쁘게 담긴 글이 마음을 설레이게 만들었다.

    

그곳을 벗어나 전시관으로 더 들어가면 큰 전시물이 반겨준다. “커피, 케이크, 트리”는 5단 케이크 형태를 띤 작품이다. 각각의 단에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아카이브 물품을 통해 커피의 시대사를 간략하게 전달한다. 작품의 상단부에는 원형 테이블에서 서로 마주보고 커피를 마시는 장면을 연출하여 전시 콘텐츠 각각의 요소들이 마치 트리 장식처럼 <커피, 케이크, 트리>를 구성한다. 익숙하면서도 지금은 잊혀진 물품들이 새로우면서 과거의 추억들을 되살아나게 했다.


이곳을 지나치면 다양한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커피를 이용한 그림작품과 영상을 통한 다방이야기, 원두가 가득한 공간 등. 단순히 커피에만 집중하지 않고 커피와 이어져있는 역사와 문화들이 주를 이루어 여러 가지를 얻어갈 수 있었던 전시였다.


*

    

무엇보다 전시관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주재환 작가의 <커피대중>, 여덟 개 작품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커피를 재료로 사용해 작업한 것으로 시대와 사회, 개인의 내적 성찰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지한 성찰과 사유로 느끼게 해 주었다. 작품이 무엇을 말하는가를 생각해보기 위해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다. 커피와 다방을 모티브로 선별된 작품들은 예술의 사회적 의미와 역할에 대한 오랜 화두를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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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사회 아카이브>에서는 커피의 기원과 전래 과정, 대중화되던 초기부터 오늘날 발달된 커피 도구 세트, 추출 기술이 등장하기까지 커피를 끓이는 방법과 도구가 변화해 온 모습을 작은 카드처럼 제작한 600여개의 삽화를 통해 한 눈에 살필 수 있었다.


기찻길의 레일처럼 된 공간에서 수백 년에 걸칠 커피의 역사처럼 길게 늘어선 구조물을 따라 커피 문화의 형성과 발전의 이야기를 시기 순으로 정리한 커피 여대기를 소개한다. 조금 작은 글씨와 사진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커피의 역사에 대해 가장 쉽고 완벽하게 알려주는 작품이 아니었다 싶다.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둘러 본 전시관은 깔끔하고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고, 사진을 남기기 좋은 포토존이 있어 함께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은 인증샷을 남기기 좋았다. 커피와 관련되지 않은 부분들은 조금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여전히 커피를 추출하는 바와 원두향이 가득한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어 커피에 대해 집중하기엔 좋은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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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알바를 하며 커피를 제대로 공부하려 했던 때가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커피의 맛을 지금은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이 전시를 통해 커피의 역사와 문화까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다시금 커피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었다. 전시관을 나올때까지 곁을 머무르던 커피향을 맡으니, 커피는 내게 여전히 미련이 남는 것 중 하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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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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