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독일 미술관 여행 (3) [시각예술]

글 입력 2019.05.03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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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미술관 여행 (3)

Me: collectors room berlin stiftung olbric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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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베를린의 문화공간에 대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더 좋았던 베를린을 또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베를린은, 골목골목에는 예술이 스며들어 있는 도시였다. 갤러리, 서점, 문화공간이 예상보다 더 많았고 이 공간들은 모두 예쁘게 디자인된 지도에 알기 쉽게 소개되어 있었다.

갤러리나 미술관에서는 꼭 아이들,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갤러리는 한번 들어가 보기에 너무 ‘거대해’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 미술관이 있을까 싶은 곳에도 미술관이 있었다. 스펙타클하지는 않지만 오래 보고 싶은 곳, 다시 온다면 한 달도 머무를 수 있는 곳이 내겐 베를린이었다.


두 번째 베를린은 짧은 일정이었지만, 다행히 몇 개의 갤러리들을 방문할 수 있었다. 베를린의 mitte 지구에는 가장 많은 갤러리들이 모여 있었다. ‘Mitte’는 독일어로 중심지라는 뜻인데, 중심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갤러리, 상점, 서점 등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큰 도시일수록 독특한 색깔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음에도 mitte 지구에는 각기 다른 개성을 보여주는 곳들이 많았다. 그 중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곳은 베를린의 ‘me Collectors Roo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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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Collectors Room에 들어가서 처음 보이는 것은 천장이 정말 높은 카페이고, 조금 더 들어가면 아트샵, 그리고 작은 문을 통해 들어가면 갤러리가 있다. 미술관이라기보다는 세련된 복합문화공간처럼 보이는 이 곳은 가볍게 산책하듯이 둘러볼 수 있는 느낌이었다. 갤러리 역시도 이러한 분위기를 지향하고 있는데, 복잡한 도시 생활에서 잠깐 벗어나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여유를 갖고, 그러다 좋은 작품들도 몇 점 보고, 아이들을 데리고 놀기도 좋은, 그런 편안한 곳이다.


동시에 me Collectors Room은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들기를 원한다. 움직이는 에너지(moving energies)에서 이름을 따온 이 갤러리는 나(me)를 의미하면서 계속해서 에너지를 전달하는 공간의 역할 역시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갤러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다. 예술가, 컬렉터, 전문가의 강의, 콘서트, 아이들과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 등으로 가득 찬 이 공간은 이름의 뜻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었다.


갤러리는 세계적인 컬렉터들의 유명한 컬렉션을 전시해 놓은 1층의 공간과, 광범위한 컬렉션을 자랑하는 Olbricht의 컬렉션이 전시되어 있는 2층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방문했을 당시 보았던 전시는 ‘The Moment is Eternity’란 제목의 전시였는데, Olbricht 컬렉션의 사진 작품들과 그 외 다른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작품의 대부분은 사진이 주를 이루었고, 제목에 맞게 다양한 인물들의 한순간을 포착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 기록하게 되면 찰나의 순간이 하나의 장면으로 영원히 기록되기 때문에, 매체의 특성이 제목과 잘 부합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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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했던 점은 사진 작품뿐만 아니라 사진 작품 사이에 뜬금없이 한 인물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신기한 구성이었다. 작품의 종류와 관계없이 하나의 주제로서 작품을 배치함으로써, 평소 인물 그림을 흥미롭게 보지 못했던 나도 인물 그림을 더 자세히, 조금 더 사실적인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이전에는 그림이 마치 사진의 역할을 하였듯이, 인물의 초상화도 영원히 기록될 순간을 포착하는 작업이었을 것이다. 마치 사진을 감상하듯이 인물 그림을 감상하게 되는 것도, 새로운 작품의 배치가 주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인물 그림 중에는, 사진을 찍고 이를 다시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도 있었다. 또한 인물이 주를 이루는 전시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물의 표정과 감정을 읽어보고자 하는 전시였다. 더불어 나를 이러한 사진 작품의 대상으로 전시하게 된다면, 어떤 표정과 어떤 감정이 가장 어울릴까, 가장 나다운 모습일까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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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의 영상 상영실에 들어가면 왼쪽에 작게 계단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계단이 있는지도, 그리고 계단을 통해 올라갈 수 있는지도 몰랐다. 점점 사람들이 내려오자 호기심에 올라갔던 곳에는 바로 이 갤러리의 핵심 부분인 Olbricht의 컬렉션이었다. 이곳에서는 특히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물건들을 종종 볼 수 있었고, 이렇게 무수히 많은 물건들을 신의 창조물과 인간의 창조물로 나누어서 카테고리화 했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전시 공간은 넓지 않았지만 작은 통로와 공간들을 통해 건물의 반 정도를 둘러싸는 구조였다. 마치 누군가의 비밀의 방을 엿보는 느낌으로 수집품을 하나하나 볼 수 있었는데, 수집품이 전시된 각각의 유리방마다 작은 주제가 있어서 더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물건을 모으는 것은 단순히 무엇인가를 수집하면서 얻는 재미 이외에도, 인간의 지식 추구의 관점으로써 계속해서 등장하는 새로운 것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수집가의 콜렉션이 주를 이루는 갤러리는 처음 방문하게 되었는데, 콜렉션 자체로도, 그리고 그 안에서 구성된 전시로도 충분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전시장 자체가 그렇게 방대하지 않아, 전시를 여유롭게 관람하면서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곧 me Collectors Room이 추구하는 바와 일치하는 경험이었다. 갤러리와 전시에 대해 생각하면서, 예술의 다양한 역할 중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에 대해서도 주목하게 된다.


갤러리나 미술관이 그림을 전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람자와 계속해서 상호작용하고자 하는 태도, 멈추어 있는 과거의 예술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을 하도록 이끌고 사람들에게 예술의 동력을 전달하고자 하는 태도가 와닿았고, 관람자인 나에게도 그대로 전달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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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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