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들이 요새를 지키는 방법

글 입력 2019.03.1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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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요새 Vol.3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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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의 '요새'들은 모두 각자의 이유로 생겨났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이 공연은 더 이상 쉽게 함락되어서는 안될 새로운 방어선을 찾고, 그곳이 견고한 터전으로 우리와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요새요새'의 이야기입니다.


- 요새요새 Vol.3 기획노트



처음 문화초대를 받고 처음 기획노트를 봤을 때 나는 요새요새의 기획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3줄가량의 짧은 요새요새의 기획노트는 제 3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로 짜여져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말하는 요새는 무엇이고, 이 공연이 어떻게 요새를 지켜나간다는 건지 당최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인디스럽다' 는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 낯설고 독특하다는 면에서 말이다.


낯설고 독특한 느낌은 항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것 같다. 물론 그 호기심의 결과는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번 문화초대를 덜컥 받은 것도 이런 낯설고 독특한 기획노트처럼 공연에 참여하는 3명의 아티스트의 음악도 새로운 느낌을 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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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 플랫폼 창동61이라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붉은색 컨테이너의 '레드박스' 공연장을 중심으로 감각적인 색상의 컨테이너들이 모여있는 구조의 플랫폼.창동61은 공연명처럼 하나의 '요새'를 떠올리게 한다.


한편으론 조금은 어둡고 창백한 '창동'이라는 지역과 그 안에 존재하는 플랫폼 창동61이라는 공간이 조금은 이질적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요새와도 같은 이 공간에서 공중그늘, 사뮈 그리고 공연의 기획자인 다브다는 무엇을 지키려하는지 궁금한 마음과 함께 공연장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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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공중그늘'의 무대로 시작했다.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처음 만나게되서인지 아니면 가장 쌩쌩한 다리로 보게된 무대여서 그런지 첫 순서임에도 불구하고 '공중그늘'은 그 날 공연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아티스트였다. 공중그늘의 밴드 사운드는 전체적으로 몽환적이다. 악기들이 만들어 내는 소리는 강렬하기 보다는 어딘가 산뜻하다. 그리고 중성적인 매력의 보컬은 '공중그늘'의 무대를 더욱 환상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공중그늘'의 음악은 뒤에 나올 두 밴드에 비해 강렬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그에 못지 않은 엄청난 에너지를 보여준다.  공중그늘의 음악들은 모두 밴드의 색을 잘 보여주는 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부분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모든 곡에 존재한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공중그늘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으면 필자가 말한 부분이 어디인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하나의 음악에 포인트를 주는 공중그늘의 작곡능력은 그들의 라이브 무대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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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1인 밴드 '사뮈'의 무대였다. 원래는 혼자서 주로 공연을 하는듯 했지만 요새요새 vol.3에는 다른 연주자들과 함께 무대를 만들었다. 사실 사뮈는 내가 좋아하던 스타일의 보컬은 아니었다. 호소력있는 목소리였지만 나에게는 조금 무겁게 느껴져 듣다보면 조금 지치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그 날 나는 사뮈의 공연에는 크게 집중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얼마전 다시한번 사뮈의 음악을 음원으로 듣던 중 '사뮈'라는 아티스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공연장에서는 아쉽게도 밴드 사운드에 보컬 음향이 묻혀서 가사를 제대로 알 수 없었지만 음원을 통해 '사뮈'의 노래를 다시 들으니 가사가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그의 가사에는 아티스트가 아닌 한 사람으로 '사뮈'의 진지한 고민들이 담겨있다.


만약 다음에 사뮈의 공연을 볼 기회가 생긴다면 가사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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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요새요새 vol.3을 기획한 다브다의 무대였다. 개인적으로 다브다의 무대는 가장 밴드 사운드가 좋았던 무대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들의 밴드 사운드가 좋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4명의 밴드 구성원이 보여주는 합이 매우 훌륭하기 때문이다. 다브다의 음악은 귀로 듣지 않고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무대위의 연주자들이 서로 눈빛을 맞추며 연주하는 그들의 표정은 그 누구보다 행복해보여 보는 사람마저 흐뭇하게 만든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게되면 저런 표정과 에너지가 나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브다가 무대위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폭발적이었다. 마지막 무대여서 다리는 가장 지쳐있었지만 가장 큰 에너지를 느낀 다브다의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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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가는 길에 요새요새 vol.3의 기획노트를 다시한번 보았다. 공중그늘, 사뮈, 다브다 그리고 이 외의 많은 인디밴드들에게 '요새'란 그들이 각각 추구하는 음악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요새는 안타깝게도 견고하지 못한게 현실이다. 그들이 하고 싶은 그들만의 독특한 음악은 누군가에게 낯설고 난해한 것으로 평가받곤한다.


언제든지 함락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그들의 요새를 지키기 위해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그저 그들의 음악을 계속 하는 것이다. 때로는 다른 요새들과 함께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요새를 지키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들이 요새들 지키는 방식이 꽤 멋있다는 생각과 함께 그들의 요새에 대한 묘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오현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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