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참으로 반갑다, FILO

온전히 영화를 감미해볼 수 있는 간만의 기회
글 입력 2019.02.1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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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영화 비평잡지에는 무엇이 있을까? <씨네21>, <맥스 무비>...그리고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과거 <키노>, <매거진M>, <FILM2.0> 등 여러 잡지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인쇄매체의 관심도는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는 현재 <FILO>의 등장은 반갑기도 또 놀랍기도 하다.


<FILO>는 '영화'를 뜻하는 'film'과 '어떤 것을 좋아하는'이란 뜻의 'philo-'를 결합한 말로 영화에 대한 사랑을 글의 행로로 옮겨보고자 하는 격월간 잡지다. 5인의 고정 필진과 초대필진들이 함께 최근까지 상영되었거나, 앞으로 상영될 가능성이 있는 동시대 영화를 중심적으로 다룬다.


일단 나는 이 뉴 페이스를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바이지만 이미 팟 캐스트, 한줄 평, 유튜브 리뷰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 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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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O> 6호는 고정필진 5명과 초대필진 12명이 선택한 2018년 베스트 영화를 다루는 특집호이다. 2018년 개봉작뿐만 아니라 고전까지 포함하여 2018년에 본 영화 중 10편을 선정할 수 있는 기준에 따랐다. 잡지를 펼쳐보자마자 가장 먼저 베스트 목록들을 훑어보았다.


12명이 선택한 134편의 작품들 중 본 영화가 단 한 편도 없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영화를 적게 보는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오히려 많이 보는 쪽이 아닌가 싶었다) 그렇다는 것은 편향된 취향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12명의 베스트 목록에 수록된 작품 수가 134편이라는 것은 그들 사이에서도 겹치는 작품이 현저히 적다는 것을 뜻한다. 세상엔 참으로 많은 영화가 있고 다양한 취향이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는 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잡지를 보기 전에 먼저 몇 편의 영화들이라도 봐야하나 고민했다. 아무래도 사전정보가 어느 정도 있는 영화에 관한 글을 읽는 것과 아닌 것엔 확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또, 개중엔 이전부터 다음에 봐야지 하고 미루고 있던 것들도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해치워버릴까 싶었다. 그렇기엔 너무 많은 수였고 그냥 읽기로 하였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 조금의 줄거리라도 들어간 글을 보는 것을 꺼려한다. 그마저도 스포일러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 못 쓰여 진 글들은 도리어 해당 작품을 보기 싫게 만들기도 한다. 다행히도 <FILO>에 써진 글들은 해당사항이 없었으며 반대로 <출발 비디오 여행> 마냥 흥미를 자극해 찾아보고 싶게 만들었다. 특히 정한석 평론가의 김기영 작 <느미>를 향한 평은 굉장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괴물 같은 영화는 막무가내의 성적 기운을 뿜어내며 한 여인의 고난의 인생사를 돌진시켜 나아가는데, 그 힘이 너무 세고 분위기가 너무 괴이한 나머지 보는 사람은 혹독한 쾌감에 젖어 혼절 직전에 이르고 만다.”



혹독한 쾌감이란 무엇인가. 혹독한 쾌감에 젖어 혼절직전에 이른다는 건 무슨 기분인가. 영화를 보지 않는 이상 함부로 넘겨 짚어볼 수조차 없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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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안에는 단순히 2018 베스트 10 리스트를 나열한 사람도 있었고 지독히 하나의 작품만을 파고든 사람도 있었고 동일한 주제로 여러 작품을 엮어 낸 사람도 있었다. 이야기를 하는 방식은 다들 달랐지만 ‘영화’라는 키워드는 같았다.


<FILO>를 읽는다는 건 단순히 글을 ‘읽어’ 나가는 것이 아닌 이야기를 ‘듣는’ 행위처럼 느껴졌다. 이는 마치 카페에서 우연찮게 들려오는 옆 테이블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집중하게 되는 것과 유사했다. 빠져들수록 페이지는 쉽게 넘어갔고 앉은자리에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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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영화 평론가 태그 갤러거는 2018 베스트 목록이 아닌 올타임 베스트 목록을 게재했다. 20대 때는 매일 6~7편의 영화를 본 그가 2017년에 제작된 영화는 겨우 몇 편, 2018년 영화는 단 한 편도 보지 못하게 되기까지 복잡한 일들이 엮여있을 거다. 과연 나는 영화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을 언제까지 유지해나갈 수 있을까 싶다.


나도 언젠가 그처럼 영화가 주는 울림을 느끼지 못하고 거부하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카세 료의 말처럼 영화에 적잖은 지루함을 느끼는 것도 때로는 그래도 괜찮다며 쿨하게 넘기고 싶다. 때가 되면 다시 마음을 불태워 줄 좋은 영화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그 때를 기다리겠다.


*


이번 기회에 나도 한 번

2018 베스트 목록을 뽑아보았다.

(순서는 무작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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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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