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생 여자애의 눈빛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건조해 보인다. 꽉 다물린 입술 또한 소녀에게 한층 더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이쯤 되면 그녀가 누워있는 공간도 궁금하다. 누워서 턱을 들고 입 다문 채, 지긋이 바라보는 눈빛을 마주할 때면 그녀가 다른 세계 사람인 것만 같다.
단순히 말을 섞기 싫다는 느낌이 아니라, 소통할 가치조차 없다는 느낌이 든 건 이질적인 표정 때문일까? 아무렇게나 쌓인 눈의 배경이 더욱 이질적으로 보이는 데 한몫한다. 한마디로, 표지 하나로 내용을 궁금하게 만든다.
책 이름은 《갈증》
아내의 불륜 상대를 폭행하고 경찰을 퇴직한 후지시마 아키히로. 경비 회사에 근무하는 어느 날 헤어진 아내의 전화를 받는다. 딸 가나코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름한 얼굴, 가녀린 몸 그리고 색깔이 엷은 커다란 눈동자. 가나코의 방을 뒤지던 후지시마는 여고생 신분에 잠깐 즐기는 기분으로 소유할 양이 아닌 다량의 각성제를 찾아내는데……. 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가나코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일본 컨텐츠의 질척질척한 감성과 잘 어울릴 것 같다. 갈증이라는 제목과 다량의 각성제, 권태로운 눈빛이 뭔가 어우러졌다. 삶에 미련이 없는 듯, 지긋이 바라보는 눈빛이 나를 하찮게 보는 것만 같다. 소녀 대신 발견된 대량의 각성제는 그녀와 세계의 힌트면서 매개체다.
반대로, 그녀가 현실에서 홀연히 사라지지 않게 해주는 '약'일 수도 있다. 점점 잠식해오는 다른 세계로부터 존재 자체를 잃지 않게. 몸 전체를 활성 해주는 각성제를 복용하면서라도 겨우 정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말이다. 각성제로도, 그런 세계로부터 결국 버티지 못하고 잠식당해버린 게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