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물병 《갈증》 [도서]

물병과 화장실, 보조배터리
글 입력 2018.12.0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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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안이 자주 마르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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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강박 때문이기도 하다. 늘 휴대하는 물과 보조배터리, 자주가는 화장실은 내가 평소에 불안정하다고 알려준다. 물을 자주 마시는 편이며, 화장실도 자주 간다. 핸드폰 배터리를 계속 신경쓰는 편이다. 이것 중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충족되지 않으면 불안하다. 사실 불안한 상태를 감추고자 저런 행동을 반복하는 건지도 건지도 모른다. 특히, 여름엔 더 그렇다. 항상 물병을 지니고 다닐 정도다. 기실 갈증을 자주 느낀다는 것보다, 갈증을 느낄 걸 불안해하는 것 같다.

눈덮인 배경과 갈증이라는 제목이 나한테 큰 공감을 줬다. 겨울과 갈증이라는 부조화가 눈에 띄었다. 겨울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갈증이란 무얼까? 연관이 없어 보임에도, 내게 크게 다가왔다. 물병을 들고 다니면 당장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후에 있을 갈증에 대한 걱정을 없애버리지는 못한다. 진짜 쓸데없는 걱정이긴 한데, 그런 미묘한 느낌이 ≪갈증≫의 느낌과 비슷할 것 같다. 당장 해소하지 못하지만 계속해서 달고 살아야하는 갈증은 얼마나 괴로울 지 상상이 안 간다.



권태로운 눈빛의 소녀가 표지를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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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여자애의 눈빛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건조해 보인다. 꽉 다물린 입술 또한 소녀에게 한층 더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이쯤 되면 그녀가 누워있는 공간도 궁금하다. 누워서 턱을 들고 입 다문 채, 지긋이 바라보는 눈빛을 마주할 때면 그녀가 다른 세계 사람인 것만 같다.


단순히 말을 섞기 싫다는 느낌이 아니라, 소통할 가치조차 없다는 느낌이 든 건 이질적인 표정 때문일까? 아무렇게나 쌓인 눈의 배경이 더욱 이질적으로 보이는 데 한몫한다. 한마디로, 표지 하나로 내용을 궁금하게 만든다.




책 이름은 《갈증》




아내의 불륜 상대를 폭행하고 경찰을 퇴직한 후지시마 아키히로. 경비 회사에 근무하는 어느 날 헤어진 아내의 전화를 받는다. 딸 가나코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름한 얼굴, 가녀린 몸 그리고 색깔이 엷은 커다란 눈동자. 가나코의 방을 뒤지던 후지시마는 여고생 신분에 잠깐 즐기는 기분으로 소유할 양이 아닌 다량의 각성제를 찾아내는데……. 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가나코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일본 컨텐츠의 질척질척한 감성과 잘 어울릴 것 같다. 갈증이라는 제목과 다량의 각성제, 권태로운 눈빛이 뭔가 어우러졌다. 삶에 미련이 없는 듯, 지긋이 바라보는 눈빛이 나를 하찮게 보는 것만 같다. 소녀 대신 발견된 대량의 각성제는 그녀와 세계의 힌트면서 매개체다.


반대로, 그녀가 현실에서 홀연히 사라지지 않게 해주는 '약'일 수도 있다. 점점 잠식해오는 다른 세계로부터 존재 자체를 잃지 않게. 몸 전체를 활성 해주는 각성제를 복용하면서라도 겨우 정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말이다.  각성제로도, 그런 세계로부터 결국 버티지 못하고 잠식당해버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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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든 소녀만이 아는 세계가 궁금할 지경이다. 제목 <갈증>은 궁금증을 넘어서 독자로부터 갈증 하게 만드는 데서 붙인 이름인 것 같기도 하다.





갈증
일본 제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작


지은이 : 후카마치 아키오

옮긴이 : 양억관

출판사 : 도서출판 잔

분야
소설 / 외국소설 / 일본소설

규격
130×195(mm) / 페이퍼백

쪽 수 : 432쪽

발행일
2018년 5월 21일

정가 : 13,800원

ISBN
979-11-950614-7-1 (03830)

 
[오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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