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쉽고도 황홀했던 마린스키발레단&오케스트라의 <돈키호테> 내한공연

글 입력 2018.11.2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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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을 주는 마린스키발레단&오케스트라의

<돈키호테> 내한공연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발레단&오케스트라의 <돈키호테>가 11월 15일부터 11월 1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공연을 반드시 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렇게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월드발레스타 ‘김기민’의 출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마린스키발레단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기대가 되었지만 무엇보다 한국 발레의 새 역사를 써 내리고 있는 김기민의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그간 그의 노력이 이루어낸 결실에 응원을 전하고 싶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빅토리아 테레시키나와 함께 한다니,  공연이 기다려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출장으로 인해 김기민이 출연하는 날짜에 공연을 볼 수가 없게 되었고 아쉬운 마음에 김기민이 출연한 <돈키호테>에 대한 리뷰들을 찾아 보았는데 블로그, SNS에 올라온 리뷰들 대부분이 김기민에 대한 극찬이었다. 뿐만 아니라 공연 전에 그의 친형 김기완 발레리노도 볼 수 있었다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아쉬운 마음은 더욱 짙어졌다.


 


설렐 수밖에 없는 마음



[꾸미기]KakaoTalk_Photo_2018-11-21-19-14-40.jpeg

<돈키호테> 프로그램북



그럼에도 23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마린스키발레단&오케스트라에서 여는 <돈키호테>는 한국 최초 공연이라는 자체에 의미가 컸고, 마린스키발레단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발레단으로 인정받고 있는 곳으로 그들의 실력을 의심할 여지가 없기에 그들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한 영광이었다. 뿐만 아니라 <돈키호테>는 발레에서 몇 안 되는 ‘희극 발레’로 오랜 시간 발레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클래식 발레 뿐만 아니라 스페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춤들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설레었다.


그리고 드디어 고대해왔던 공연 당일이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세종문화회관에 갔다. 세종문화회관에는 마린스키발레단의 공연을 보기 위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공연에 입장 하기 전, 프로그램북을 판매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매하기 위해 안내데스크에 문의를 했었다. 이번 공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프로그램북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프로그램북이 매진되어 구매할 수가 없었고, 나처럼 프로그램북을 구매하기 위해 안내데스크에 왔다가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런 부족했던 모습을 보며 사전에 프로그램북이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동시에 그만큼 마린스키발레단의 인기를 실감할 수는 대목이었다.




1막



[꾸미기]Philipp Stepin & Elena Yevseyeva in Don Quixote by Valentin Baranovsky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2).jpg
Philipp Stepin & Elena Yevseyeva
in Don Quixote by Valentin Baranovsky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돈키호테가 산초판자와 함께 둘시네아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며 공연은 시작된다. 선술집 주인 로렌조의 딸 키트리 역을 맡은 ‘엘레나 예브세예바’의 새침하면서도 사랑스러운 표정과 몸짓은 매력적일 만큼 잘 표현했다. 그리고 그런 키트리를 보고 한 눈에 반한 바질의 역을 맡은 필립 스테핀 또한 키트리를 향한 사랑의 감정을 잘 표현했다. 사랑에 빠진 그들의 표정과 몸짓들은 보는 내내 미소를 짓게 만들었으며, 그 둘의 화려하고 다양한 테크닉은 절로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부자귀족 가마슈와 결혼을 시키려고 하는 키트리의 아버지 ‘로렌조의 장면, 둘시네아로 착각하고 키트리에게 춤을 신청한 ‘돈키호테’ 그런 그에게 질투를 느끼는 바질의 장면 속에는 스페인에서 빠질 수 없는 투우사와 빨간색 구두를 신고 찰랑거리는 치마를 입고 추는 무용수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스페인 전통과 발레의 테크닉이 결합한 정열적이고 화려한 춤으로 오로지 <돈키호테>에서만 볼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2막



[크기변환]Elena Yevseyeva in Don Qixote_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jpg

Elena Yevseyeva in Don Qixote_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이번 공연을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바로 2막이었다. 1막에서 키트리의 아버지 로렌조는 강제로 가마슈와 결혼을 시키려 하고, 그 상황에서 키트리와 바질은 결국 로렌조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마을을 떠난다. 이어 2막에서 마을을 떠난 키트리와 바질이 야영지 집시들을 만나 되고 집시들은 그들을 위해 춤을 춘다. 그때 돈키호테가 나타나서 야영지 주변에 있는 풍차를 보고 돌시네아를 공격하기 위해 온 적군의 기사로 착각하여 풍차로 달려든다. 그리고 정신을 잃은 돈키호테가 꿈을 꾸게 되면서 장면이 바뀐다.


그리고 돈키호테의 꿈속 장면들은 정말이지 황홀하고 경이로웠다. 꿈속에서 돈키호테는 요정들과 함께 춤을 추는데 그 장면들은 몽환적이면서도 아름다웠을 뿐만 아니라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을 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요정들과 우아함의 끝판왕 숲속의 여왕 테크닉까지 완벽 그 자체였다. 이 모든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꿈을 꾸고 있는 돈키호테가 부러워질 수밖에 없다. 무대를 보는 내내 돈키호테의 꿈속 뿐만 아니라 나의 꿈 속에도 나오길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만큼 다시 보고싶고, 두고두고 눈과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장면이었다.




3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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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 바로 3막이었다. 3막에는 바질과 키트리는 로렌조로부터 도망쳤지만 결국 붙잡히게 되면서 바질은 키트리와 결혼을 위해 자살극을 펼치게 되고, 키트리는 바질이 진짜 죽은 줄 알고 슬픔에 빠졌다가 거짓이었음을 눈치채고 돈키호테에게 로렌조를 설득시켜줄 것을 요청한다. 이 둘의 사랑을 불쌍하게 여긴 돈키호테는 로렌조에게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하게 하고, 마지못해 로렌조가 이 둘의 결혼을 승낙하게 되는데... 나는 이 장면들이 어떻게 발레로 표현될지 무척이나 기대됐고 궁금했다. 그러나 장면을 보는 동안 기승전결 없이 시종일관 똑같은 표정의 바질과 키트리를 보며,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들이 표현한 감정들이 단 하나도 전해지지 않았고, 어떤 감정을 표현한건지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난해했다.


그럼에도 로렌조의 결혼 승낙을 받게 된 후 파티를 펼치는 장면은 기대 이상만큼 화려하고 다채로웠다. 특히 에스파다의 치마를 펄럭이며 추던 춤은 굉장히 매혹적이었고 남녀 무용수들이 스페인 특유의 춤을 추는 장면들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인상 깊었다. 그렇게 무대는 돈키호테가 환상의 연인인 둘시네아를 찾기 위해 다시 모험의 길을 떠나며 막을 내렸다.




아쉽고도 황홀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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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 진행 장면



전반적으로 공연을 보면서 가장 아쉽기도 하고,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오케스트라였다. 사실 이번 마린스키발레단의 공연에서 오케스트라도 함께 듣고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공연 아래 부분에서 진행했던 오케스트라 연주는 장면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을 뿐만 아니라 공연을 보는 내내 녹음해서 들리는 듯한 작은 악기 소리에 진짜 연주를 하고 있는 게 맞는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만들었다. 그러나 세종문화회관의 큰 무대를 고려한다면 오케스트라의 문제가 아니라 공연장 선택이 문제였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무대에 있던 수많은 무용수들의 춤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칼군무가 아니라 다소 혼잡하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무용수들의 디테일한 무대 연출 덕분에 눈을 깜빡일 틈도 없을 만큼 볼거리가 다양했고, 각 무용수들만의 디테일한 스토리는 모든 것들을 한 눈에 담아 볼 수 없었을 정도로 굉장했다.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화려한 테크닉과 커튼콜까지 진행하여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번 공연을 통해 ‘발레’가 얼마나 예민하고 섬세한 예술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무용수들의 작은 실수를 볼 때면 몰입 되었던 감정들이 쉽사리 흐트러졌고, 반대로 무용수가 사용하는 근육 하나하나, 손짓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가 감정으로 담겨져 전달되었을 때는 정말이지 온몸에 전율이 흘렀고, 그에 따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했다. 마린스키발레단&오케스트라의 <돈키호테>는 아쉬움과 황홀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아이러니하고도 신기한 공연이었다.


[윤재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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