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용산역과 신용산역으로 보는 철도계획의 역사 [기타]

글 입력 2018.10.26 22:5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기차를 놓치는 건 대수가 아니다. 대개 기차를 못 탔다면 잠깐 아쉬워하다가 창구로 푯값을 환급하러 간면 된다. 한 번은 본가로 내려가는 KTX를 놓쳐 매우 짜증 난 적이 있었다. 역에 늦게 도착한 건 필자의 잘못이었지만, 그때는 지하철역의 기묘한 공간구조가 한몫을 했다.


 

크기변환_2KakaoTalk_20181026_223134541.jpg
신용산역 출구에서 용산역 기차 플랫폼까지 가기 위해서는
이런 높이의 계단을 왕복해야 했다.



금요일 오후 7시쯤, 일이 늦게 끝나 기차 출발 시각까지 촉박한 관계로 택시를 타고 용산역까지 가고 있었다. 퇴근 시간인지라 교통체증이 있었고 그럴수록 늦을까봐 초조함은 더해졌다. 용산역이 보이기 직전 코너에서 차는 또다시 밀렸다. 기차출발 시간까지는 5분이 남았었다. 차창 너머에는 4호선 신용산역 출구가 보였다. 용산역과 신용산역은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끼고 있었기 때문에 신용산역 지하 환승 통로를 통해 용산역까지 다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두 역 사이에는 환승 통로가 없었다. 결국 기차는 먼저 떠났다.

 


크기변환_2포맷변환_DaumMap_20181026_223630.jpg

두 역은 매우 가까이 있으나 환승이 불가하다, 카카오 지도



철도 노선 기획할 때는 위치 선전, 수요에 따른 차량 편성과 규모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용산역과 신용산역은 이 효율성에서 벗어났다. 신용산역 3번 출구에서 용산역 1번 출구까지 가는 경로를 여유롭게 걸어본 결과 정확히 4분(약 250m)이 나왔다. 지도상으로도 두 역 간의 거리는 대략 500m 정도이다. 환승 거리가 500m보다 더 긴 종로3가(3호선~5호선)와 고속터미널(7호선~9호선) 등도 지하에 통로가 있는데도 왜 두 역 사이에는 지금까지 통로가 없는 것일까? 역의 위치 문제와 환승 통로는 어떤 외부 요인이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용산역 영업 시작일은 1900년 7월 8일(경인선 개통), 현재 수도권 전철 1호선, 경의·중앙선과 호남선, 전라선, 장항선, 경원선이 거친다. 2003년 10월 용산 민자역사가 완공되고 2004년에 KTX 개통과 함께 각종 열차의 시·종착점이 되면서 용산역은 철도교통의 중심 겸 대규모 상업 지역으로 변화했다. 신용산역은 1985년 10월 18일에 만들어졌으며 4호선 구간에 있다.


 

 

휘어진 불편한 노선, 4호선



1979년 기사에 나온 본래 4호선 계획은 다음과 같았으나, 이후 현재 노선으로 변경되었다.



서울시는 ···(중략)··· 4호선(27km)도 창동(倉洞)~미아리(彌阿里)~돈암동(敦岩洞)~혜화동(惠化洞)~종로5가(鐘路5街)~을지로5가(乙支路5街)~퇴계로(退溪路)~양동(陽洞)~후암동(厚岩洞)~동부이촌동(東部二村洞)~반포(盤浦)~사당동(舍堂洞)~과천(果川)까지의 노선 가운데 도심통과부분을 일부 수정, 3호선과 종묘앞광장에서 교차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地下鐵 3.4號 都心통과부분變更검토」, 『동아일보』, 1979.02.02.



지금의 노선과 비교했을 때 변경된 구간은 퇴계로~동부이촌동 사이 구간이다. 변경 전 노선은 퇴계로에서 곧게 내려와 동작대교를 거쳐 반포로 간다. 반면. 현재 4호선은 서울역을 통과해 신용산역에서 직각으로 꺾어 대교를 거치는 방식이다. 이 선로는 용산 미군기지를 완전히 비켜나간다.



크기변환_2포맷변환_그림01.jpg
1979년 당시 4호선 계획 노선을 지도상으로 나타내면
미군기지 부지를 통과한다, 카카오 지도
 


다음은 1988년에 용산 미군기지 이전 논의를 다룬 신문 기사 일부이다.



지하철 4호선은 미8군 영내 지하를 통과하지 못하고 우회하는 바람에 남영역(1호선)과 숙대입구역(4호선)이 불과 1km떨어져 있는 반면, 정작 있어야 할 후암역을 설치하지 못한 것,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용산구는 서울시 22개 구 가운데 발전 순위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이태원로 등 6개 도로변과 강변로 등 2곳이 각각 4층 이상, 2층 이상의 건축을 규제하고 있다.


-김형배, 「되찾으려나…욕된 땅 용산기지」, 『한겨레신문』, 1988.08.14.



미군기지의 위치로 인해 본래 4호선 개설 계획과는 다르게 노선을 우회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군 부대로 위치 때문에 지하철역 1km 내 거리에 또 다른 역이 생긴 경우는 신용산역뿐만이 아니다. 1호선 남영역과 4호선 숙대입구역도 서울역~용산역까지 1·4호선의 겹치는 구간으로 인해 거리는 가까우나 환승이 불가능한 역이 되었다. 처음부터 환승역으로 기획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신용산역은 용산역과 환승할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신용산역이 운영을 시작한 지 30년 이상이 지났다. 필자가 겪은 불편한 상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수도권 철도 노선계획과 수요를 고려했을 때 현재까지 환승이 되지 않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보인다.



   

신용산역을 먹어버린 민자역사



편리성과 접근성에서 용산역은 신용산역보다 더 우수하기 때문에 기관이 불필요하게 환승 통로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신용산역의 이용자 수는 해가 지날수록 감소하고 있다. 다음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4호선 신용산역에서 일일 승하차한 승객수를 기록한 표이다.


  

호선

일일 평균 이용객 인원()

4호선

노선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승차

14,508

13,803

13,613

13,446

13,400

13,247

하차

15,560

14,838

14,539

14,323

14,173

13,957

승하차

30,068

28,641

28,153

27,769

27,573

27,204

*이용인원은 소수점 첫째자리에서 반올림

참고자료: 역별 승하차실적(2012년~2016년),  2017년 1~12월 수송실적, 서울교통공사



신용산역은 2012년에 승객수를 약 3만 명 기록했으나 해가 갈수록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인다. 반면 1호선 용산역의 일일 승하차 인원수를 2012년과 2017년 각각 비교했을 때, 이용객 수는 66,823명에서80,141명으로 증가했다. 불과 500m 떨어져 있는 용산역이 신용산역보다 용산역 상권과 용산전자상가로 이동하기 적합하기에 신용산역 승객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를 위한 환승 통로



141.jpg
신분당선 연장 신사~강남 구간 착공, 국토교통부, 2016.04.26.



다른 하나는 신분당선 연장 계획이다. 2016년에 신분당선은 용산역 방향으로 노선이 확정되었고 현재 강남~신사(2.5km)를 잇는 1단계 연장을 진행하고 있다. 2단계는 주한미군기지가 이전되면 공사가 시작되는 신사~용산(5.2km) 구간이다. 이 선로는 용산역 민자역사 앞 광장을 동-서로 횡단한다.

 

실제로 용산구청은 ‘용산역전면 공원 지하공간 개발사업’에서 지하 2층을 신분당선 용산역과 4호선 신용산역을 연결하는 통로로 사용하는 것을 거론하고 있다. 실제로 연결된다면 신용산역은 독립된 역에서 환승이 가능한 용산역으로 역명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도시 속 지하철은 시민들을 편리하고 신속하게 이동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모순적이게도 철도기관의 이익이나 외부 기관과의 의견 충돌로 몇몇 구간은 갸우뚱할 정도로 괴이하다. 한편으로 편리한 대중교통 아래에는 복잡한 도시계획 논의가 오갔다는 사실을 기차를 놓친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신분당선 연장으로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가는, 다시 활기를 띨 신용산역을 기대해본다.




에디터 명함.jpg
 
 

[한민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