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알란이 넘은 것은 창문뿐이 아냐!

글 입력 2018.07.13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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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란이 넘은 것은 창문뿐이 아냐!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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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번째 생일,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양로원 창문을 넘은 노인, 알란!

남다른 배짱과 폭탄 제조 기술로 20세기 역사를 뒤바꿔놓은 그가 이번엔 갱단의 돈가방을 훔쳤다. 시한폭탄 같은 그의 여정에 알란 만큼이나 황당한 무리들이 합류하고 이제 경찰까지 그들을 뒤쫓는데…

스페인, 미국, 중국, 이란, 러시아, 그리고 북한까지, 세계를 종횡무진한 100년의 모험! 본의 아니게, 지난 20세기 역사적 사건을 좌지우지했던 '알란'. 시한폭탄보다 위험하지만 언제나 유머와 침착함을 잃지 않는 100세 노인의 예측불허 모험담이 펼쳐진다.




알란이 뛰어넘은 것


연극_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_공연사진_창문을 넘으려는 100세 알란(오용)과 관객들에게 설명하는 알란들(장이주, 이진희, 김도빈, 이형훈).jpg


시종일관 재밌고 유쾌하게 진행되는 극을 천천히 살펴보면 꽤나 많은 사회적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100세의 나이를 가진 주인공답게, 우리의 세계사를 한 세기동안 시원하게 훑어낸다. 알란이 만난 인물들은 역사로 보면 결코 가벼운 인물들은 아니었다. 알란이 만난 인물은 스탈린, 김일성, 마오쩌둥,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 장군 등 다양한 세계 속 인물들이자 역사적으로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이다. 또 알란이 한 행동을 보자면, 폭탄제조를 배우고, 정신병동에 수감되어 거세를 당하고 또 미국의 핵개발에 기여했다가 에베레스트를 등반하고, 마오쩌둥의 아내를 구출하고 노동교화소에 감금당하지만 탈옥하고 미국과 러시아의 이중스파이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사건에 연류되어 일생을 보냈다.

이런 알란의 행적은 이념을 뛰어넘고 사상을 뛰어넘고 종교를 뛰어넘었고 인종을 뛰어넘었으며, 인물은 모두 한 명의 개인일 뿐으로, 어떤 사람이든 차별하며 대하지 않는, 고정관념을 뛰어넘었다. 당장 앞에 있는 인물이 살인자든, 바보든, 도둑이든 가방끈만 긴 고졸인 것과 상관없이 ‘우선 앉아봐, 앉아서 술이나 한잔 하면서 이야기하자’고 말할 수 있는 알란. 누가 그와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할 수 있을까. 그가 넘은 것은 100세의 생일 때 넘은 양로원 창문뿐이 절대 아니다.



배우들의 환상적인 역할저글링


연극_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_공연사진_돈가방을 연 100세 알란(오용), 율리우스(장이주)와 기뻐하는 알란들(이진희, 김도빈, 이형훈).jpg


배우들의 역할저글링. 사실 이 부분을 가장 기대하면서 연극공연장을 찾았다. 1인 다역을 어떻게 배우들은 소화할까에 대해서 우려반 기대반이었다. 자칫하면 정신없이 극이 진행되어 놓치는 인물들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되었고, 이를 훌륭하게 해내면 배우들이 받을 박수의 소리는 몇배가 되겠구나라는 기대를 했었다. 공연을 보고나서는 걱정은 무슨, 이렇게 훌륭한 배우들에게 괜한 우려를 표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배우들의 역량에 놀라움을 겪었다. 그들은 1인 다역은 둘째치고 콩콩이점프, 저글링, 노래, 각 나라의 춤 등 연극의 필요한 모든 것을 해내는 그들을 보며 연극 중간중간에 작가와 감독을 욕하던 그들이 이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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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다역을 극 중에서 분별있게 제대로 표현한 것도 박수를 주고 싶지만  본 극을 관람한 필자는 성별의 구분이 없었던 부분에서 깊은 감탄을 했었다. 본 극에서는 기존 남성 배우가 여성의 역할을 연기함에 있어 이따금 발생하는 여성캐릭터의 희화화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김도빈 배우의 [알란 엄마]의 연기를 보며 정말 굳센 어머니였구나만을 느꼈었다. 관객들도 처음엔 ‘잉?’하는 의아한 느낌으로 웃음을 터트렸지만 이내 곧 극에 빠져들어 모두 숨죽여 그들의 연기를 지켜보았다. 이런 요소들은 배우들이 역할 저글링을 소화함에 있어서 얼마나 진지하게 임했는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연극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를 더 단단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장치 또한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의 말처럼 21세기다운 선택이었다.



정말 그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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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란의 삶은 단순한 100세가 아니었다. 각종 사건들이 더해지고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가지고 배경이 되는 나라 한 계속적으로 바뀐다. 이런 소설을 연극이라는 한정적인 무대로 연출하기에는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다. 각색과 연출에 많은 고민이 있으셨을 작가님과 감독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런 고민의 끝은 재밌고 아름다운 연극으로 만들어졌다. (사담이지만 함께 본 친구가 인물을 자주 헷갈려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극은 재밌게 끝가지 잘 이해하며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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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도전, 정말 그게 가능할까?
그들의 연극은 그게 가능했어.


[김정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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