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두 다르기 때문에 아름답다 [기타]

글 입력 2018.04.19 04:3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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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다. 생각이 많고, 예민하다. 자주 복잡한 감정에 시달린다. 어렸을 때는 항상 주늑 들어 조용히 구석에 있었다. 이런 내 모습을 부모님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좀 더 당당했으면 좋겠고, 자기주장도 또렷했으면 좋겠고, 더 쾌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소심한 내 모습을 보시면 그러면 안 된다면 꾸중을 하시기도 하셨다. 학교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들은 구석에서 조용히 앉아있는 아이들보다 교실을 활보하며 활기차게 돌아다니는 아이들과 친구가 되려고 했다. 이런 내 경험은 대학이 돼서도 '조용하거나 내성적인 성격'은 좋지 않은 것, 가장 좋은 건 '쾌활하고 밝은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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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도대체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내 모습을 드러내기보다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는 엉뚱한 결론에 도달했다. '진짜 나'보다 '남들이 좋아할 만한 가짜 나'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내가 아닌 '나'로 사는 일은 어려웠다. 나는 자주 힘이 빠지고 우울해졌다. 내가 만든 가짜 가면은 오히려 족쇄가 되기도 했다. 내가 내 진짜 모습을 드러낼 때 사람들은 '너 요즘 왜 이래? 변했다?'라며 내게 실망감을 표현하며 가짜 내가 되기를 바랐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걸까? 이렇게 가짜 얼굴로 평생 살아야 하는 걸까? 나는 지금 내 삶에 하나도 기쁘지 않은데, 그저 남들이 원하는 내 모습으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어느 곳에나 이해가 느린 사람이 있기 마련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때때로 잊고 사는 모양이었다. 작은 돌멩이가 있고, 알이 작은 옥수수가 있고, 좀처럼 크게 자라지 않는 나무가 있고, 어쩐지 빠르게 달리지 못하는 타조 같은 게 있기 때문에 이 별은 아름다운 것이고 그래서 조화로운 것이라 배웠던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세상이 모두 꼭 같다면, 이를테면 세상의 돌이 하나같다면 누가 그 앞에 서서 브이 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을까?


 김종은 작가의 소설집 '부디 성공합시다'에 수록되어 있는 '지구본'이란 작품의 한 부분이다. 나는 이 문장을 무기처럼 가슴에 지니고 다니며 세상이 이미 정해진 '잣대'로 나를 구석으로 몰 때마다 떠올렸다. 나는 이 말을 생각하며 내가 세상의 기준과 다르다는 것에서 결핍을 느끼지 않았다. 내가 나로 살아도 괜찮다는 말, 모두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고 그래서 세상은 더 아름다워진다는 말. 나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사람일 뿐 잘못된 존재가 아니었다.




 이 뮤직비디오도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두가 뒤로 걷는 세상이 당연한 곳에서 앞으로 걷는 남자. 다수의 사람들과 다른 사람이다. 남자는 다르다는 이유로 보통 사람들의 차가운 눈초리를 받으며 놀림감이 된다. 단지 앞으로 걷는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님에도 사람들은 그저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남자를 불편한 존재로 인식한다. 남자는 결국 자신의 증상을 고쳐주는 병원을 찾는다. 그곳에서 남자는 자신과 똑같은 증상을 겪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둘은 서로가 가진 '다름'을 고치려 하지 않고 자신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둘은 행복한 얼굴로 그들은 기준에 맞추려 옥죄는 병원에서 탈출해 앞으로 당당히 뛰어나간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틀에 가둔 아름다움'이 아니라 각자의 다른 모습에서 나오는 '각자의 아름다움'일 것이다. 모두 나와 같지 않고 그게 바로 당연한 것이다.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 상처를 입어야 하고, 다수가 가진 모습으로 변화해야 하는 게 아니다. 만약 세상이 이미 정해놓은 기준으로 온 세상이 다시 만들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모두 같은 직업, 같은 얼굴, 같은 성격을 가지고 같은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하나의 색으로 물들여진 세상은 아마도 아름답지 않을 것이다. '다름'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아름다움'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Tumblr (Dillon Samuelson, Self-Portrait)


[김하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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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해랑
    • 뮤직비디오의 아이디어가 기발하고 재밌네요! 유쾌하게 세상을 비틀어보는 것 같아 마음에 듭니다. 글도 잘 봤습니다!
    • 1 0
    • 댓글 닫기댓글 (1)
  •  
  • 김하늘
    • 2018.04.25 23: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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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랑댓글 감사드려요!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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