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에게는 웃음보단 회상이였던, 연극 '정크 클라운' [공연]

당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에서 조금 멀어지기
글 입력 2018.03.2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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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일, 아직 쌀쌀한 바람이 불던 날. 나와 내 여동생은 혜화로 향했다. 공연 시작 전, 시간이 많이 남아 혜화의 곳곳을 누볐다. 소극장부터 대극장까지, 거리마다 붙어있는 연극 포스터와 천막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추운 날씨여서 그런지, 극장 안 카페에 들어가 보니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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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도 나도 개강하고 나서 과제와 인간관계에 치이고 있었고, 정말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연극이 필요했다. 연극을 보러 가는 길에도, 팀플을 같이하는 복학생 오빠들에 대해서 얘기하는 중이었으니. 극장 아래 카페에서 스무디와 아이스티를 먹고, 3층으로 올라갔다. 티켓을 받고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연극을 보는 것이 굉장히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세팅되어있던 ‘바가지 관람차’만 봐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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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로 보았던 인물들이 몸으로 인사를 전했고, 한 시간가량 연극이 진행되었다. 연극을 하는 동안 좌석도 거의 앞쪽이라 배우들이랑 눈도 많이 마주칠 수 있었고, 생동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 연극을 볼 때, 나는 시점을 ‘배우’가 아닌 ‘관객’에 초점을 두어봤다. 이 연극의 설명 멘트였던 ‘다 내려놓고 놀자’라는 말이 정말 모든 관객들에게 해당이 되는지. 극장에는 할머니에서부터 중년 부부들, 대학생들, 그리고 어린아이들까지 다양하게 있었다.
 
정크 클라운은 말로 하는 연극이 아닌, 입으로 내는 의성어 또는 몸으로 말하는 연극이었다. 여러 가지 도구들을 활용해서 웃음을 줬는데, 정말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들렸고 직접 배우들에게 얘기를 거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마 작은 도구로 행하는 몸짓들이 아이들에게는 상상력을 불어 넣었으리라 생각한다. 할머니들과 나이 드신 분들의 웃음소리도 컸다. 왠지 나도 모르게 덩달아 웃음이 났다. 극장이 가장 떠들썩했을 때는 한 배우가 코끼리 분장을 하고 나왔을 때이다. 코끼리를 어떻게 저렇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동생은 쉬지 않고 웃었고, 웃는 동생에 모습에 나도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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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몸으로 말하는 팬터마임 연극은 배우의 ‘말’로 전하는 연극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배우들은 무엇을 전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목적이 잘 와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정크 클라운을 보고 나서, 오히려 이런 생각이 반대로 뒤집어졌다. 대사로 배우들의 감정과 상황을 전달하는 것보다, 대사가 없는 연극이 어쩌면 더 단순하게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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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마지막 비가 내리는 장면에서 이라는 노래가 함께 나온다. 네 명의 배우들은 찢어진 우산, 철이 부서진 우산 같은 온전하지 못한 우산들을 쓰고 비를 맞고 있다. 후두둑. 후두둑. 비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 배경으로 흐르는 팝송과 어두워지는 무대, 오로지 배우들에게만 비치는 얇은 빛.

비가 오는 장면은, 러닝타임이 길었지만 이 장면을 보고 잠시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기억 속 저 편 묻혀있던 팝송을 들었던 어렸을 적 내 모습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시절, 이 노래가 어머니의 컬러링이었던 그때. 체육관을 갔다 오면, 어머니에게 맛있는 거 사 오라고 집에 있던 아날로그 전화기로 전화했던 그 순간들. 24살인 내가 8살이었을 때를 너무나도 생생하게 떠올렸다.

이 연극을 보고, 다 내려 놓고 웃자!라는 말도 맞는 연극이라 생각이 들었지만 나에게는 다 내려놓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서 잠시 멀어져, 아무 걱정 없던 그저 밥만 잘 먹을줄 알았던 어렸을 적으로 되돌아가게 해주는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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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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