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괴짜 대가의 연주를 듣다,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내한공연 [공연]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내한공연
글 입력 2017.11.1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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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들이 가브릴로프 포스터.jpg
 
  
 
Prologue.


클래식 공연은 말 그대로 고전적인 음악을 연주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야말로 공연을 보고 나서 나의 무지에서 나온 착각이었음을 알게 되었지만, 한편으로 이런 배운 점이 있었기에 나에게는 의미있는 공연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어찌보면, 전시를 많이 보러 다니며 눈을 키우듯 클래식 음악을 듣는 귀가 조금씩 트이는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할까.
 
 
 
Before stage.


Preview에서 언급했듯, 안드레이 가브릴로프의 삶에는 기구한 면이 있다. 여타 음악가들과 조금 다른 평범치 않은 삶을 살아온 만큼, 그의 음악에도 언뜻 생각해보기에 많은 굴곡이 담겨있을 것이라는 짐작되었다. 그 굴곡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는 몰라도, 음악으로 만나볼 그의 삶이 기대되었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기 전. 이리 저리 살피다 지휘자를 위한 단이 무대 위에 없는 대신 피아노가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휘자 없이 연주되는 형태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본 적은 없어서 의아해하던 중 안드레이 가브릴로프가 연주와 지휘를 겸한다는 공연 정보가 떠올라 다시 한번 기대를 머금었다.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롯데콘서트홀.jpg


  
On the stage.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전반부가 매우 익숙한 곡이었다. 피아노 한 대와 오케스트라의 묘한 경쟁관계와 긴장감이 엿보이는 것도 두 곡의 공통점이었다. 목가적이고 크게 울리는 아름다운 선율 안에서 안드레이가 연주하는 피아노 사운드는 더욱 두드러졌고 곡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도 무척 대단했다.
 
 
1. 괴짜의 연주
 
이런 그의 연주를 어떻게 글로 풀어내야 좋을지 한참을 고민하다 그의 독특한 연주를 말하려면 다른 이들의 연주곡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장에서 실제로 듣는 것과 영상이나 음반으로 듣는 사운드에는 차이가 분명 존재하지만, 곳곳에서 안드레이의 독특한 점을 꽤 발견할 수 있었다.
 
뒷모습이었지만 끊임없이 느껴지던 그의 매우 힘있는 연주. 소리가 기존의 곡보다 매우 크고 과장되어 들릴 정도로 건반을 강하게 치는 경향이 있었다. 제목이 피아노 협주곡인 만큼 두 곡 모두 피아노 선율이 주가 되는 유명한 곡이지만, 연주에 완전히 빠져들어 클라이막스에 치달을 때면 다른 악기들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때도 있었다. 연주하는 소리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이 부분에서 나는 안드레이 가브릴로프의 많은 면을 짐작해볼 수 있었다. 확실하고 강단 있는, 자신의 세계가 매우 뚜렷한 사람이라는 것. 자신의 개성이 있어야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도, 알려지기도 쉽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한편으로 개성이 많이 부각되어 그의 연주 스타일에 공감하기 힘든 관객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공연.jpg
 

2. 독특했던 연주만큼, 독특했던 공연
 
말 그대로이다. 앞서 말했듯, 오케스트라 공연임에도 지휘자 없이 피아니스트인 안드레이 가브릴로프가 연주와 지휘를 동시에 진행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 별 거부감이 없는 편이지만, 굳이 함께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대가인 그의 연주라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했고 나도 그들 중 한 명이었지만, 곡 전체를 리드하는 그의 모습이 어쩐지 독특하다고만 여겨졌다.
 
 
 
Behind stage.


공연의 사운드와 그의 연주, 오케스트라의 호흡은 매우 뛰어나 프로그램 곡의 감동이 관객들에게 생생히 전달되었음은 분명했다. 곡을 해석한 것도 그가 가진 독특한 면의 하나이며, 연주를 풀어가는 스타일 또한 많은 이에게 인정받는 그의 실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당일, 공연 후 많은 이가 일어나 최선을 다한 그에게 열정적인 박수를 보냈던 것을 보면 일부 관객들은 곡을 통해 그와 상당한 교감을 이루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를 매력으로 해석하고 좋아하게 되는 것은 별개의 부분이라 여기게 되었다. 사람마다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다르니 어쩔 수 없이 차이가 발생하는 지점은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사운드에 그의 강한 개성이 담겨 곡 자체로 안드레이의 삶을 만나본 것은 좋았지만, 반대로 확실했던 그의 영역 밖에 있던 관객들은 그 간극을 경험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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