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클래식, 경계를 넘다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내한공연’

글 입력 2017.11.1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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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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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기이함, 괴기스러운 신비로움'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 클래식의 위대한 도전

- PROGRAM -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2017년 11월 9일(목)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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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이 예술의 시작이라면, 예술의 발전 가능성은 곧 창작이 아닐까 싶다. 생각하지 않는 예술가는 발전할 수 없고, 표현하지 않는 예술가 또한 자신이 쌓아온 것 이상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렇기에 예술가는 항상 동시대와 마주해야 하고, 때로는 자신의 표현 방식에 있어서 깊은 고민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는 특정 장르와 예술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모름지기 예술가라면 마땅히 지녀야 할 일종의 사명감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의 사명감이 앞서 제안한 나의 생각과도 같다면, 여기 그 누구보다 사명감이 투철한 예술가가 있다. ‘Music is the ideal form of life!'라고 자신 있게 외치는 예술가 안드레이 가브릴로프가 되겠다. 러시아 태생의 가브릴로프는 예술가 집안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하며 자라온 사람이다. 이러한 배경은 곧 그를 클래식의 세계로 이끌었고 그는 18세의 나이로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하며 연주가로서의 탄탄대로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오늘날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가브릴로프는 완숙을 넘어 자신만의 길을 탄탄히 닦아내고 있는 독창적인 예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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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에서 독창성과 창의성에 대해서 논하기란 그리 쉬운 주제는 아니겠지만, 일단 그의 연주를 듣고 나면 왜 그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지난 목요일 롯데 콘서트홀에서 선보인 그의 협연은 하나의 도전이자 센세이션으로 다가왔다. 이때 도전은 가브릴로프 자신에게 해당하며, 센세이션은 그런 그를 바라보는 관객의 몫으로 돌아왔다. 가브릴로프는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선보였는데, 오로지 그에 의해서, 그가 아니면 안 되는 연주로 다가왔다.
 
 차이코프스키와 라흐마니노프는 러시아표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음악가로 작품의 색채가 짙다. 그러기에 누가 표현을 해도 본래 그들의 그늘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만 같이 느껴진다. 물론 클래식은 이미 누군가 만들은 틀에 연주자와 지휘자가 약간의 살을 덧붙이는 작업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때때로는 너무 일관적으로 표현하기에 들어도 그게 그것이고,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장르로 다가온다. 클래식이 지닌 본질과 동시대의 대중이 요구하는 부분의 경계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벽으로 둘러 싸여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가브릴로프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다. 그는 마치 차이콥스키와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다 그려진 그림이 아닌 그저 하나의 흰 도화지에 불과한 것처럼 바라본다. 흰 도화지를 바라보며 그 위에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거침없이 그려내는 화가처럼, 가브릴로프 또한 막힘 건반 누름을 통해서 그만의 선율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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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를 살고 있는 관객들에게 클래식은 결코 과거의 음악이 아니라는 것을 생생한 모션과 특유의 연주기법을 통해서 알린다. 대개의 클래식 연주자들은 관객의 열렬한 호응을 받아도 (속으로는 기뻐하겠지만) 최대한 절제하여 연주를 이어나가는데, 가브릴로프면 신나면 신나는 대로 그 순간을 즐긴다. 그에게 있어 예술은 자신을 넘어가는 과정이자 동시에 즐기는 짜릿한 순간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성공적인 연주를 마치고 의자를 박차고 나와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관객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로부터 클래식의 가능성이 보이고, 어느순간 봄눈 녹듯 허물어진 클래식의 고고한 경계가 보인다. 안드레이 가브릴로프는 그 누구보다 예술가로서 자신이 해야 할 임무는 무엇인지,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보다 확고히 할 수 있는지 분명 아는 아주 영리한 연주가이자 지휘가다. 늦가을과 초가을의 경계에 서서 그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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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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