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F] 제대로 파고들자, 악동문자 그래피티 - Ep.1

그래피티! 너는 누구고, 어디서 왔니?
글 입력 2017.10.19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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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베이, 스투시와 같이 이미지에 기반을 둔 스트릿 브랜드가 대중화되고 대중가수의 뮤직비디오와 같은 다양한 미디어에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수면 아래 퇴폐적인 문화로 인식되어 왔던 그래피티가 점차 대중성을 띄고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셰퍼드 페어리, 뱅크시 등 세계적인 작가의 개인전이 선풍적인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으며, 젊은 층의 취향 저격수로 알려진 디뮤지엄의 《YOUTH》展에 그래피티가 등장하기도 했다.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이에 대한 정보를 담은 컨텐츠 또한 우후죽순 생겨났는데, 그들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다 보니 잘못된 개념이나, 맥락을 벗어난 해석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널리 알려진 개요와 사례를 살펴보는 것이 아닌, 정확한 지점에서 짚어낸 구체적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다. (댓글이나 메일로 개인 의견이나 호기심을 마음껏 표출해도 좋다!) 일단 몇 편의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제는 친숙한 단어가 된 ‘그래피티’라는 낱말의 정의와 개념을 확인하고 넘어가 보도록 하자.


 
이것만은 알고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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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깅 / 사진 출처: VISLA Megazine)


 그래피티가 벽이나 공공물에 스프레이로 한 낙서라는 사전적 정의는 모두들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을 것이다. 더불어 간단한 용어에 대한 선행학습이 필요하다. 먼저 태깅(Tagging)은 그래피티 밀집지역이나 대학가 뿐 아닌 도심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간단한 낙서를 뜻한다. 스프레이가 아닌, 문자가 인쇄된 스티커를 활용하기도 한다. 주로 자신의 영어 닉네임이나 소속 크루 이름을 쓰나 작품 하단부의 서명과는 명백히 다른, '흔적을 남기는' 행위이다. SNS에서 키워드를 표기할 때 사용하는 해쉬태그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의 토대를 이루는 개념인 바밍(Bombing)은, 불법으로 공공시설이나 사유물에 그래피티를 남기는 행위를 지칭한다. 사실상 그래피티는 모두 바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공공예술이나 문화를 파괴하는 경향인 반달리즘적 행위인데, 속된 말로 ‘몰래 그리고 튀기’라고 할 수 있겠다. 상반되는 용어로 합법적 그래피티인 뮤럴(Mural)이 있다.
   

 
그래피티?


 그래피티란 ‘긁다, 새기다’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graffitio와 그리스어 sgraffitio에서 유래한 말로, 1960년대 후반 자신의 구역에 기록을 남기고자 하는 뉴욕 갱스터들의 태깅이 포문을 열었다. 그들은 “여기는 내 구역이야”를 표현하기 위해 보다 강렬하고 커다란 낙서로 영역을 구분했고, 놀이에 기반을 둔 이 문화는 힙합의 태동 정신과도 일맥상통했다. MC, B-boy, DJ와 함께 힙합의 4대 요소로 자리 잡은 그래피티는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내면을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 주었다. 많은 이들이 그래피티가 반사회적인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 탄생했다는 오해를 하곤 하는데, 이러한 저항적 요소 또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지 않는 즉흥적인 문화와 바밍의 반달리즘에서 비롯한 것이다. 저항하기 위해 생긴 문화라기보다는, 자유롭게 불법적 낙서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반사회적인 성격이 형성되었다는 말이다.



회화? 문자?


 작가들은 스스로를 소개할 때 Graffiti ‘Artist’가 아닌 Graffiti ‘Writer’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입문자는 대게 태깅을 위한 타이포 서체를 연마해 나가면서 첫 발을 내딛는다. 그래피티 자체가 문자에 기반을 둔 기록적 속성을 지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 기인해, 올 초 흥행했던 《위대한낙서 셰퍼드 페어리展 : 평화와 정의》 또한 글자를 다루는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진행되었다. 그래피티에 회화적 요소가 첨가되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나름의 공식 분류는 ‘글자’인 셈이다.


 
그래서, 어디서 볼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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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굴다리 스팟 / 사진 출처)


압구정 굴다리(압쿠리): 압구정동에서 한강시민공원으로 이어지는 지하보도로, 마니아들 사이에서 그래피티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폐쇄적인 지하 공간이다 보니, 여기서 작업하는 라이터는 필히 방독면을 지참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곳은 부산 온천천 똥다리와 함께 한국 그래피티의 시초가 된 공간이기도 하다. 주민과 지자체와의 긴 투쟁과 합의 끝에 암묵적인 합법 그래피티 스팟그래피티가 행해지는 장소 이 되어 아직까지 그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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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굴다리 / 사진 출처)


신촌 굴다리: 과거 연세대와 이화여대를 이어주던 다리로, 빼곡이 들어찬 그래피티의 풍성함을 느낄 수 있는 스팟이다. 사진과 같이 나름 질서정연한 배열을 이루며, 빠른 주기로 새로운 그래피티가 덧씌워진다. 최근 새로운 순례지로 떠오르고 있는 이 곳은 유명 드라마나 CF 촬영지로 활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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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놀이터 / 사진 출처)

 
홍대 놀이터: 그래피티 하면 홍대 아니겠는가. 소위 ‘홍놀’이라는 줄임말로 불리우며, 어린이가 아닌 어른의 자유로운 문화 공간이 되어 온 홍대 놀이터는 거리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20여 년 전 홍대 앞을 대표하는 다양한 클럽이 생기고, 힙합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이 몰려들면서 자연스럽게 스팟을 형성했다. 이태원과 더불어, 현란한 스티커 태깅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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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천 똥다리 / 사진 출처)
 

온천천 똥다리: 마지막으로, 한국 그래피티의 출발 지점이자 찬란한 성지였던 부산대 똥다리(온천천 일대)를 빼놓을 수 없다. 비록 과거형이지만, 2000년부터 10여 년간 국내 1세대 작가들이 자생적으로 조성한 온천천 그래피티 스팟은 관광 명소로 자리 잡을 만큼 명성이 자자했다. 사실 나는 온천천 부근에서 20년을 살았던 터라 개인적으로 이 곳에 대한 크나큰 애정을 가지고 있다. 또래 꼬맹이들과 하천가에 둘러 앉아 장난을 치면서, 후드를 깊게 눌러쓴 오빠들의 기괴한 낙서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곤 했다. 어떤 날은 매일 보던 낙서가 다른 것으로 바뀌어 있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누군가의 페인트칠이 낙서를 아예 뒤덮어 놓기도 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지만, 결론적으로 이곳 그래피티 스팟은 문화를 멋대로 파악한 구청의 하천 정비 사업에 의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이렇게 그래피티의 신상정보를 간략하게나마 살펴보았는데,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그래피티에 대해 어느 정도 선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쯤 고개를 갸우뚱 할 지도 모른다. “그래피티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대체 키스 해링과 바스키아 얘기는 왜 빼 놓는 거지? 그래피티 하면 떠오르는 대표 미술가잖아! 벽화 얘기는 또 왜 안하는 거야?” 미술과 그래피티는 명백한 교집합을 지니지만 포함 관계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애매한 선상에 놓인다. “이것이 과연 예술인가?”에 대한 갑론을박은 쉽게 끝나지 않을 듯 하다. 그들과 그래피티의 복잡한 연관지점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좀 더 길게, 심층적으로 풀어 나가 보도록 하자. 이어질 열띤 토론 현장에 함께해 주길 바란다.





글: 전문필진 신예린
참고 문헌: [경향신문] 김준기의 사회예술 비평 (20) - 서울의 그라피티
지금은 없어진 그곳 The place now dissapeared - 지알원 저
나무위키 - 그래피티


[신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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