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 같이 즐기자, 서울거리예술축제! [공연예술]

글 입력 2017.10.16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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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18번째를 맞이하는 ‘서울거리예술축제’가 10월 5일부터 8일까지 개최되었다. 2003년 ‘하이서울페스티벌’로 시작된 이 행사는 점점 그 규모가 커져 한국의 대표적인 거리예술축제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거리예술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번 ‘서울거리예술축제’를 개최한 서울문화재단은 일상의 공간을 공연장으로 만들고, 관객과 배우의 경계를 허물며 시민들의 참여를 이끄는 예술이라고 정의했다. 무심코 지나갔던 일상의 한 부분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거리 예술이다. 올해 공식초청작 (국내와 해외) 총 34작품, 자유참가작 (국내와 해외) 총 13작품이 거리에서 공연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과 축제의 꽃인 자원봉사자인 길동이들의 프로그램까지 진행되어 올해 서울 추석 거리는 한가위만큼 풍성했다.



추천할만한 거리연극작품



1. 비상
(컴퍼니 아도크 + 한국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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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거리예술축제 홈페이지


 청계천로에서 진행되었던 거리연극작품 ‘비상’은 프랑스에서 온 컴퍼니 아도크의 작품이지만 한국 사회와 정서에 맞추기 위해 한국 배우들도 섭외하여 함께 작품을 만들어 나갔다. 9명의 프랑스 배우와 9명의 한국인 배우가 함께 만들어가는 ‘비상’은 현시대의 청년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부딪히는 문제들을 다루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은 미래를 얘기한다.

 컴퍼니 아도크는 2015년 ‘하이서울페스티벌’에서 ‘아름다운 탈출-비상구’라는 작품을 올린 적이 있다. 그때는 요양원에 있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번에는 청년들이 실제로 고민하는 문제들을 다루었다. 동시에 각자의 얘기를 하는 장면이 많아 대사를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내레이션을 통해 들리는 전 세계 청년들이 겪는 상황들을 들으며 ‘비상’의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었다.


2. 도시의 흔적들
(G. 바스타키 + 시민예술공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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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기왓장들 그리고 여성용 핸드백. 일상의 오브제를 활용하여 도시의 모습을 재현한 이 공연은 유머러스했으며 생각할 거리도 주는 색다른 공연이었다. 총 5명이 등장하지만 대사는 전혀 없으며 여성용 핸드백을 모자로 쓰거나 기왓장을 마치 강아지처럼 끌고 다니는 등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상황들을 몇몇 가지의 오브제를 통해 보여주었다.

 ‘도시의 흔적들’이 더 특별했던 이유는 시민예술공작단과 함께 공연을 했기 때문이다. 시민예술공작단은 축제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이 사전워크샵을 신청하면 공연단과 함께 공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시민예술공작단이 등장하였는데 관객과 배우의 경계가 무너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난 후,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배우에게 이 공연은 대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인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배우는 ‘관객에게 그 의미를 맡기겠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도시의 흔적 중 하나인 부서진 기왓장을 관객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공연의 의미는 계속 생각해봐야겠지만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게 한 공연임은 확실하다.


3. 룩룩
(LDP 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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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거리예술축제 홈페이지


 한국 공식 초청 작품인 ‘룩룩’은 말 그대로 ‘보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무용수들은 얼굴을 가린 채 서울광장에서 공연했다. ‘보기와 보여지기’ 라는 주제로 ‘나’는 어떻게 보여지고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남기는 공연이었다.

 외모지상주의가 아직은 사회적으로 남아있는 우리나라에서 보기와 보여주기는 꽤 중요한 문제이다. 남의 시선을 항상 신경쓰고 있는 사람이 ‘룩룩’을 본다면 조금이라도 그 편견을 깰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공연이었다. 얼굴을 가린 채 공연하는 그들. 과연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았고 또 그들은 우리를 어떻게 보았을까. 많은 질문을 던질 수 있었던 거리공연이었다.


4. 잉여의 꿈
(갬블러 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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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대표 비보이단 갬블러 크루가 공연한 ‘잉여의 꿈’은 기존 비보이 공연과는 사뭇 달랐다. 마지막 날 도로 한 복판에서 고무판을 여러 장 깔아놓은 상태에서 갬블러 크루는 시민들에게 고민을 적어달라는 부탁을 했다. 아이들, 어른들 모두 나와 분필로 자신의 고민을 적기 시작했다. 고무판이 고민들로 꽉꽉 채워지자, 비보이 세 명이 등장하여 공연을 진행했다. 이들 모두는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고, 춤을 추며 시민들이 적은 고민들을 하나씩 없앴다. 춤의 화려함보다 춤에 담긴 이야기를 더 많이 볼 수 있어 다시 보고 싶었던 공연이었다.


 앞에 적은 네 작품 이외에도 많은 좋은 거리 작품들이 공연되었다. 거리예술은 어렵지 않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을 더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예술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바로 거리 예술이다. 관객과 배우들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들이 많아 더 풍부했던 축제였다.



길동이랑 놀자

 
 축제의 꽃은 바로 자원봉사자인 길동이였다. 재정적인 한계가 있는 문화산업 쪽에서는 자원봉사자가 항상 필요하다. 자원봉사자들은 비록 축제에 깊이 관여하지는 못하지만 축제를 만들어나가는 주역이기 때문에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서울거리예술축제’에서는 길동이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4개나 있었다.

 
1. 길동이네 여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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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예약을 받은 관객을 대상으로 축제 워킹투어 가이드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길동이가 주체적으로 길을 안내하며 공연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2. 길동이 유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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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거리예술축제 홈페이지 


 축제에서 노래소리가 들린다면? 그건 바로 길동이 유람단이 등장했다는 소식일 것이다. 길동이 유람단은 축제현장 곳곳에서 플래시몹 댄스와 놀이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길동이송에 맞춰 축제댄스를 추고 놀이프로그램을 통해 게릴라 홍보를 주도하는 역할을 맡았으며 축제 전체적인 신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3. 움직이는 그림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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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거리예술축제 홈페이지


 수레 한 가득 그림책을 싣고 축제 현장을 돌아다니며 시민들에게 그림책과 구연동화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4. 우리의 빛나는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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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거리예술축제 홈페이지


 시민참여형 설치미술을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청계광장에서 이루어졌다. ‘유쾌한 위로’가 주제인 만큼 자신의 조각을 만들어 서로가 서로에게 찬란한 위로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밖에도 여러 분야에서 많은 길동이들이 축제를 더욱 즐겁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국내 및 해외 공연 지원 팀, 청계광장, 무교로, 광화문, 시립미술관, 서울광장 등 축제 사이트운영팀, 홍보 팀 등 여러 길동이들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축제가 완성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돈을 받지 않고 일하는 것이라 열정이 없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길동이들은 그 누구보다 더 열심히 뒤에서 축제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올해 거리예술축제는 더욱 풍부한 작품과 프로그램들로 구성되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거리예술’은 여전히 생소한 장르이다. 이러한 축제장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사실상 아무 곳에서 아무 때나 ‘거리예술’을 하기가 어렵고 보기도 힘들다. 그러나 ‘거리예술’은 우리의 시대를 반영하고 우리의 생각을 재현하는 예술이다. 우리는 충분히 ‘거리예술’을 즐길 권리가 있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1년에 한 번 밖에 없는 축제이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내년 ‘서울거리예술축제’를 기다리고 있어야겠다.


[김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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