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재지팩트가 전하는 파도의 흐름, Waves Like [공연예술]

글 입력 2017.06.0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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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지팩트가 전하는 파도의 흐름, Waves L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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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지팩트를 처음 알았던 건, 힙합에 막 눈을 뜨기 시작한 중학생 때였다. 당시 나는 친구들을 따라 절절한 발라드만 듣다가 쿵쿵 울리는, 욕지거리를 막 내뱉는 랩을 접하며 신선한 충격을 받은 상태였는데, “힙합이란 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없던 상태에서 접한 재지팩트의 잔잔한 음악은 나에게 ‘빠르고 시끄러운 말싸움’과 같았던 힙합이라는 장르에 대한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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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에 관심 있는 젊은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쭉 재생해 봤을 앨범 [Lifes Like]는 발매 당시의 우려와는 달리 오랫동안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010년 라이징 스타였던 빈지노와 시미 트와이스의 조합 또한 신선했다. (당시의 시각에서는) 퍽 대중적이지 않을 듯한 재즈와 힙합의 조합이, 매우 일상적인 이야기를 전한다는 사실 또한.


waves like.jpg
  

  프로듀서 시미의 입대와 래퍼 빈지노의 솔로활동 때문에 미루어져 왔던 그들의 신보 [Waves Like]가 드디어 발표되었다. 이미 큰 사랑을 받는 뮤지션이기에, 그들의 앨범을 홍보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랜만에 만난 재지팩트의 음악이 반갑기도 했으며, 여가시간 그들의 인터뷰를 30분간 정독하면서 머릿속에 속속 새로운 생각이 떠올라, 이것을 글로 남겨 간직하고 싶었다.
    


 1. Journey
 2. Cross The Street
 3. 하루종일
 4. Young Knight
 5. On My Wave
 6. Don Emoji$
 7. Up up and away



 [Waves Like]를 하나의 전시회에 비유해 보겠다. 한 작가의 개인전에 수채화, 아크릴, 유화 등 상이한 재료를 사용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듯, 제각기 다른 일곱 개의 노래가 하나의 앨범을 완성한다. 이전 앨범의 재즈 풍 그루브를 기대했던 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지만, 그들의 음악이 항상 제자리에 멈출 수는 없는 법. 타이틀 곡 < 하루종일 >이 여유로운 멜로디로 전개된다면, 이전 트랙 < Cross The Street >은 날카롭고 재빠른 래핑이 곡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유일하게 피쳐링진이 참여한 < On My Wave >의 경우, 김효은의 굵직하면서도 가벼운 음색이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그렇다고 이전의 성격을 아예 떨쳐버린 것도 아니다. [Lifes Like]가 휴양지의 선베드에 누워 감상하기 좋은 느낌이라면, [Waves Like]는 그곳에서 푹 쉬다가 쇼핑하러 도심으로 나왔을 때의 감성 정도. 신기하게도 첫 트랙의 제목 또한 여행을 뜻하는 < Journey >이다.
   
  여럿이 마구 뒤섞인 곡 구성은 앨범의 테마인 Wave, 즉 파도의 성격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파도는 잔잔하게 발을 적시기도, 집채만큼 크게 피서객을 덮치기도, 튜브 타기에 제격으로 원만하게 흐르기도 하며 크고 작은 곡선을 그린다. 이어폰을 튜브 삼아 몸을 기대고 트랙을 쭉 재생하며 파도의 흐름에 몸을 맡겨보자. 귀를 쫑긋 세워 가사에 집중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노래 자체의 음감이 화면의 기승전결을 그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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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멕시코에 갔다 와서 물놀이를 되게 좋아하게 됐는데요. 수영도 하고, 물에 되게 끌렸었는데, 그때 서퍼들 인터뷰라든가 그런 걸 찾아봤어요. 거기에 그 사람들이 왜 항상 바다 근처에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변이 있었는데, 자기네들이 타기 좋은 파도가 언제 올지 진짜 모르는 거기 때문에 항상 근처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많이 공감했어요. 물론, 저는 파도를 탈 줄도 모르고 수영도 겨우 하는 사람이지만요.



  빈지노는 자신이 작업할 때를 포함해, 예술에서 오는 영감과 효율의 타이밍이 파도와 같다고 말한다. 이상하게 친구와의 약속시간 직전에만 과제가 술술 풀리는, 이젤 앞에선 딴 짓만 하다가 교수님의 강연 앞에서는 열심히 낙서를 하는 내 모습이 생각나서였을까. 나 또한 수록 곡 < On My Wave >의 가사 “파도와 똑같어 영감은 날짜를 못 맞춰”를 보자마자, 픽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그렇겠지?
     
  재지팩트는 그들의 음악을 듣는 젊은이들이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말한다. 참으로 막연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앞뒤 없이 돌진하는 파도처럼 적극적으로 부딪혀야 하는 문제에 두려움 없이 몸을 내던지고, 이겨내야 하는 현실에서 꼭 벗어나기. 사실 말이 쉬운 문제이긴 하지만, 부조리한 것을 부조리하다 말하며, 쉴 때는 한없이 여유를 부리는 재지팩트의 가사와 음감 그 파도를 모두의 가슴 속에 새겨 나갔으면 한다.





이미지 출처 : Google Image, Hiphop LE
글 : 에디터 10기 신예린


[신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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