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입가에 웃음 짓게 만드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이야기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12.2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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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이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 곧 각종 시상식들이 줄줄이 방송될 것이다. 시상식들은 트렌드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나의 글에서 트렌드와 상관없는 시상식을 진행해보려고 한다. 소개하고자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다사다난한 2016년을 조금은 반짝반짝하게 빛내줄 나의 '앨범'들을.





장기하와 얼굴들 4집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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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6. 16


01.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02. ㅋ (Title)
03. 괜찮아요
04. 그러게 왜 그랬어
05. 가장 아름다운 노래
06. 가나다
07. 빠지기는 빠지더라
08. 쌀밥
09. 살결
10. 오늘 같은 날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에 가장 큰 특징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가장 먼저 그의 ‘이야기’를 꼽겠다. 이 이야기라는 것은 장기하와 얼굴들이 그들의 음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되기도 하고, 장기하가 반주에 얹어 읊는 노래가 되기도 하겠다. 이것이 바로 그의 멜로디이지만, 그것을 멜로디라고 말하는데 주춤하게 되는 이유는 음의 고저가 매우 드물고 랩을 하는 것처럼 리듬에 더욱 집중한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4집 앨범이 산울림과 비틀즈를 오마주한 작업이었다고 이야기한다. 때문에 본래 장기 하와 얼굴들이 가지고 있던 이러한 ‘이야기하는’ 창법, 일렉 기타를 통한 울리는 리듬감 등이 더욱 두드러지는 앨범이었던 것 같다.

  장기하의 ‘이야기하는 창법’은 4번 트랙 ‘그러게 왜 그랬어’에서 가장 크게 두드러진다. 이 노래의 처음은 가사에 멜로디가 없다고 생각될 만큼 리듬을 배경으로 그저 말을 하는 느낌이다. 더욱이 이 노래는 연인과 싸운 남자가 자신을 찾아온 연인에게 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 때문에 말읕 툭툭 내뱉듯이 하고 한 문장 한 문장의 마무리를 짧게 해 더욱 끊어지는 느낌의 리듬이 강조된다. 하지만 ‘왜 그래’부터 시작되는 후렴 부분은 이런 앞 부분과 대조되게 순식간에 높은 음으로 올라가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렇듯 갑자기 강조된 멜로디에도 불구하고 ‘왜 그래’라는 가사와 지르는 것 같은 높은 멜로디의 조화로 인해 후렴 부분까지도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리듬과 멜로디는 각자의 영역을 지키면서도 서로 어우러져 겉으로는 툭툭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속으로는 답답한 마음을 내지르는 사람을 그려내는 듯 하다.

  2번 트랙 ‘ㅋ’과 3번 트랙 ‘괜찮아요’를 들으면 장기하와 얼굴들이 노래를 만들 때 한글가사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또 멜로디와 어떻게 어우러질것인가 연구한 면을 발견할 수 있다. 누가 자음 한 글자의 소리만으로 가사를 만들 생각을 하고 그 안에 ‘듣는 그 순간 연상되는 상황’을 담을 수 있을까. ‘너는 쿨쿨 자다가 아주 짧게 ㅋ 한 글자만 찍어서 보낸다’ 라는 가사를 보면, ‘마치 콩을 젓가락으로 옮길 때처럼’ 조심스럽게 보낸 문자에 대한 한 글자의 답장 ‘ㅋ’은 완벽한 거절이다. 이렇게 얼마든지 길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을 장기하와 얼굴들은 ‘ㅋ’ 한 글자에 담은 것이다. 또 이러한 한글가사들이 멜로디와 어우러지게 하기 위해 질문의 의미를 담고 있는 가사는 사람이 물음표가 있는 문장을 이야기할 때 말 끝을 올리는 것처럼 멜로디를 높여서 표현하기도 했다. (‘빵 터진 것보다야 나은가?’ 라는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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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가사로 다다다 쏟아내다가 둥-하고 울리게 끄는 리듬의 반복이 많다. 더욱이 ‘얼굴들’의 코러스라인은 ‘왕왕왕’하고 반복적으로 울리는 느낌이다. 이렇게 리듬과 멜로디가 하나의 덩어리로 계속 반복이 되고, 음악을 듣는 사람은 크게 집중하고 있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 리듬을 타게 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리듬을 타게 된다는 것은 가사나 이야기를 몰라도 그저 듣는 것에서부터 노래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음악적인 훌륭함의 기준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음악적인 훌륭함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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