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차별과 구별 사이, 공존을 위해 5 – 성(性)소수자와의 공존을 위해 [문화전반]

글 입력 2016.09.09 20:1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160905 하이힐 포스터.jpg
 

 장진이 감독하고, 차승원이 주연으로 연기한 영화 ‘하이힐’이 2013년 발표되었다. 차승원은 영화에서 ‘육백만불의 사나이’라고 불리는 ‘윤지욱’ 형사를 연기했다. 강력 범죄자들과의 사투로 몸에 박은 철심과 수술비가 ‘육백만불’이라는 뜻으로 저런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그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었는데, 트랜스 젠더(transgender)라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 안의 ‘그녀’를 죽이기 위해 더 남자 답게 행동했다. 해병대에서 군생활을 하고, 형사 생활을 하며 흉악한 강력범죄자들을 맨손으로 상대했다. 하나 둘 상처가 늘어가는 근육질의 몸이 거울에 비쳤지만 그 몸안에서는 여성성이 살아있었다. ‘지욱’은 갈등 끝에 형사를 그만두고, 수술을 결심한다. ‘여자’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 위해 트랜스 젠더 선배인 ‘바다’(이용녀 분)를 교회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밑의 대사는 둘의 만남에서 이루어진 대화 일부이다.



바다 : 아니 우리 중에 교회 다니는 년들이 몇 년이나 될 것 같아?
창세기 찢어버리고 사는 인간들이 무슨 낯으로 여길 와?
하나님이 만든 건 남자 앤~드 여자야
여자가 된 남자가 아니구.
만들었으면 그대로 있어야지. 지들 맘대로 바꾸면 화내시잖아.
우리가 그래. 지옥 입구 두발 앞에서 살아
조물주가 만든 바다에 인간들이 흙을 퍼부어서 간척지를 만드는 거랑은 틀린거잖아.

지욱 : 잊으셨겠죠. 너무 많으니까.
다 돌보지 못하고 잊은 사람도 있겠죠
신의 등뒤에 있는 사람들. 선배님 같은.



 그런 것일까? ‘지욱’의 말처럼 성(性)소수자들은 신의 뒤편, 음지에 묻혀 살아야 하는 존재들인 것일까?
 성(性)소수자를 규정짓는 잣대는 크게 두 가지 정도인 것 같다.

1. 신체적인 성을 정신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2. 사랑하는 사람의 성이 기존의 ‘남-여’ 결합 관계에 부합하는가?

 이 두가지 잣대로 우리는 그 사람의 성정체성을 잘못된 것이라 규정짓고, 혐오의 시선을 던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성소수자로서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LGBT)가 꼽히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성정체성과 성지향성이 존재하며 실제로 몇몇 국가에서는 제 3의 성을 인정한 경우도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갈 길이 멀다. 아직 LGBT의 권리조차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올 해, 게이 커플 김조광수-김승환의 혼인소송이 각하됐다. 2013년 혼인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관공서에서는 동성 간의 혼인은 민법에서 일컫는 부부로서의 합의로 볼 수가 없기에 무효라고 결정했다. 김-김 커플이 2014년 5월 무효결정 불복신청을 낸 것에 대해 2016년 5월 25일 재판부는 ‘별도의 입법적 조치가 없는 현행 법 체계하에서 법률해석론 만으로 동성 간의 결합이 혼인으로 허용될 수는 없다’며 불복신청을 각하했다. 이와 더불어 ‘동성 혼인’문제가 다뤄지면서 여러 성(性)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논의가 사회를 달구고 있다.


퀴어축제 퍼레이드.jpg
 

 성(性)소수자의 인권보호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은 단연 대표적으로 기독교단체를 꼽을 수 있다. 2007년 법무부는 “헌법의 평등 이념에 따라 성별, 연령, 인종, 장애, 종교, 성적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사회적 약자, 소수자 인권보호를 통해 사회통합과 국가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취지로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추진했다. 당시에도 기독교 단체를 비롯한 종교단체, 시민단체들이 ‘성적 지향’이 포함된다는 것에 대해 강한 반발을 드러냈고,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하이힐’의 대사에도 나오듯 기독교단체는 성경을 근거로 그들을 잘못되었다고 규정하며 ‘누구나 사랑하시는 하나님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일말의 동정도 주지 않는다. 기독교의 입장에서 성(性)소수자들은 하나님이 규정한 성을 부정하고 쾌락만을 추구하는 병든 영혼들일 뿐이다. 그러나 6월 11일 ‘QUEER I AM‘이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된 퀴어문화축제에서 일부 기독교 단체는 하나님은 모두를 사랑하신다며 그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기독교 내에서도 합의되지 않은 성경해석을 근거로 성(性)소수자에 대한 반감 여론을 조장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성소수자 부모모임.jpg
 

 하이힐의 결말에서 ‘지욱’은 여전히 신체적으로는 남자인 ‘그녀’로 남는다.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도움을 받은 건달조직을 자신의 손으로 붕괴시키고, 그는 여전히 신체적으로는 남성, 정신적으로는 여성인 모순적인 존재로 남아있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모습은 전보다 남자 답지만, 음료수를 마실 때 들려 있는 새끼손가락은 그녀의 여성성을 상징한다. 금전적이면부터 사회적인 시선까지 그녀가 그녀이지 못하게 하는 많은 이유들이 안타까웠다. 위에서 언급한 퀴어문화축제에 동성애자 자녀를 가진 부모가 프리허그를 진행했다. 프리허그를 진행한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관계자는 얘기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존재하지만 엄연히 세상에 함께하는 존재들”, “이런 아이들과 그들의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계속 알려야 주변부터 변화가 일어날 것”. 성(性)소수자는 분명 존재한다. 그것은 분명 그들의 정체성이며, 그들을 이루는 일부분이다. 정신병으로 치부하며 억압하는 사회분위기가 그들을 음지에서 살게 만든다. 근거 없는 혐오감이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실만을 근거로 존재를 부정하는 잔인한 일이 계속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마루.jpg
 




[관련 Opinion]






[김마루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