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연극 맘모스 해동

글 입력 2016.02.17 22:2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연극 맘모스 해동


4절_370X520_맘모스해동_0114_최종저용량.jpg


지난 2014년 관객과 평단의 찬사 속 막을 내렸던 <맘모스 해동>이 2015 연극 창작산실 우수작품 재공연지원에 선정되어 2016년 2월에 드디어 막을 올렸다.  연극 <맘모스 해동>은  두 명의 베스트 여성 연극인들(이미경 작가와 문삼화 연출가)의 만남으로, 두 연극인이 주는 극적인 시너지를 더욱 끌어올려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기대를 받았던 작품이다.


DSC_2862.jpg
 

먹고 살기 위해 시어머님이 물려주신 보신탕 식당을 하고 있는 부인과 교수 임용을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해온 남편은 겉으로 보기에 안정된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집에 손님이 방문하면서 힘겹게 유지하던 생활의 진실이 드러난다. 손님은 부인의 보신탕 식당에 개를 대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였고, 남편은 천박해 보이는 손님에 대응하고 즐거워하는 부인의 모습이 상당히 낯설어한다. 심지어는 남편이 공부하는 동안 부인이 바람을 핀 것이 아닌가 의심마저 하게된다. 부인은 남편이 자신을 시장통의 사구려 여자로 변했다고 규정하는 것이 기가 막히고 원망스럽다. 그들이 대화는 진행될수록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만 고조시키다 결국 폭발하고 만다.


DSC_3226.jpg


연극 맘모스 해동은 박제되어버린 거짓 희망에 기대어 살 수 밖에 없는
현대인의 좌절감에 대해 처절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단순히 좌절감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의 대사를 통해 '박제된 꿈이라도 삶의 원동력이 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극 중 남편과 부인처럼 다가올 미래를 위해 현재를 무조건적으로 헌신하는 사람도 많다.
곧 나아질 거라는 헛된 희망이라도 있어야 고통스럽고 숨막히는 현실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DSC_3419.jpg


꿈이 있다면, 지금보다 나아질 희망이 있다면 삶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은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렇지만, 지금 막연히 꿈꾸는 꿈이 헛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못본 척 덮어두고 지내는 것은
개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눈앞에 닥친 고통스러운 현실일지라도 정면으로 마주보아야
자신의 인생에 대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교수 임용을 위해 오랜기간 준비한 극 중의 남편을 보면서, 재수생 시절에 잘 따랐던 선생님 한 분이 생각이 났다.
그 선생님은 학원 강사 이전에 사법고시를 8년간 준비했던 경험이 있는 분이였다.
10년이 조금 안되는 기간동안 늘 2차 시험에서 실패를 겪으시면서 괴로운 나날을 보내셨다고 한다.
조금만 더 하면 꿈을 이룰 것이라고 희망을 가지고 공부했지만 무조건 지지해주는 아내와 딸에게 불행을 
안겨주는 것 같아 결국 8년만에 큰 결심을 하신 것이다.

선생님의 어려운 결정을 가족들에게 선언했을 때 이야기는 아직도 기억이 많이 남는다.
선생님 부인께서는 정말로 그만두어도 괜찮겠냐고 물어본 후 안아주면서
그동안 시간들에 대해 미안해하지 말고 앞으로 기죽지말고 지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한다.
그동안 뒷바라지 하느라 힘드셨을텐데, 막연하게라도 꿈을 꾸고 계셨을텐데
따뜻한 말로 위로를 하셨다는 이야기는 극 중 남편과 아내와 극명하게 대비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나의 개인적인 경험때문에 이 연극이 보여주는
'맘모스처럼 박제되어버린 꿈과 희망일지라도
이것이 사람들을 여전히 살게 하는 힘'이라는 주제에 대해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앞서 언급했듯 이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이해하고
주인공들의 심리에 대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고 설득력있었다고 본다.
거울과 같은 소품이나 배경음악을 잘 활용하여 연출하였고,
주인공의 심리를 세밀하게 파고든 배우의 연기력덕분이였다고 생각한다. 
생각할 여지를 남겨주었고 오랜만에 깊이 있게 고민할 수 있도록 만든 연극이였다.  


[박진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5.20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