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시절, 좋아하던 밴드의 공연을 보기 위해 한 페스티벌을 찾았다. 물론 그 밴드의 공연을 보는 것도 좋지만, 페스티벌의 또 다른 묘미는 평소에 알지 못했던 음악을 우연히 발견하는 데 있지 않겠는가.
어반자카파 'Beautiful Day'
그렇게 우연히 어반자카파의 리허설을 보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인디 음악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지만, 리허설 중 흘러나온 ‘Beautiful Day’는 단숨에 귀를 사로잡았다. 결국 예정에도 없던 그들의 공연까지 관람하게 되었고, 그날의 우연한 만남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다.
지금은 인디 아티스트들도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며 음악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지만, 당시만 해도 인디 음악은 지금처럼 폭넓은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나 역시 인디 음악을 일부러 찾아 듣는 편은 아니었다.
어반자카파 '그날에 우리'
하지만 어반자카파의 음악을 하나씩 찾아 듣다 보니 의외로 익숙한 곡들이 많았다. ‘그날에 우리’, ‘커피를 마시고’처럼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노래들이었다. 인디 음악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들의 노래는 이미 내게도 낯설지 않은 음악이었다.
페스티벌에서 우연히 마주했던 아티스트는 어느새 꾸준히 찾아 듣는 아티스트가 되었다. ‘니가 싫어’, ‘위로’ 등 다른 대표곡들까지 찾아 들으며 어반자카파의 음악에 더욱 빠져들었다. 담담하면서도 깊은 감성을 전하는 보컬과 서로 어우러지는 섬세한 화음, 그리고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솔직하게 풀어내는 가사는 내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어반자카파 '널 사랑하지 않아'
그러던 중 2016년, ‘널 사랑하지 않아’가 발매되면서 어반자카파는 대중적인 인기를 크게 확장했다. 발매 직후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 8곳의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이들은 인디 음악 신을 넘어 대중음악 시장을 대표하는 보컬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내가 페스티벌에서 처음 발견했던 아티스트가 이제는 누구나 아는 이름이 되었다는 사실이 무척 반가웠다. 한편으로는 한때 우연히 발견한 음악처럼 느껴졌던 노래가 수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보며 묘한 감정도 들었다. 다만 나에게 어반자카파는 단순히 유명한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아니었다. 고등학생 시절 페스티벌에서 우연히 마주친 순간부터 꾸준히 음악을 찾아 듣고 좋아해 온, 나만의 기억이 담긴 아티스트였다.
‘널 사랑하지 않아’의 성공 이후에도 어반자카파의 음악은 꾸준히 사랑받았지만, 한때처럼 새로운 음악을 자주 만날 수 있었던 시기는 점차 지나갔다. 앨범 발매 간격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레 이들의 신곡을 기다리는 시간도 길어졌다. 물론 각자의 활동을 이어 가는 동안에도 어반자카파라는 이름은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어반자카파 'Stay'
시간이 흘러 2025년, 4년 만에 EP 앨범 ‘STAY’를 발표하며 다시 세 사람의 음악으로 돌아왔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신곡은 반가웠고, 이들의 음악을 처음 발견했던 시절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었다. 한때 페스티벌의 리허설에서 우연히 들었던 노래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다는 사실은 새삼 음악의 힘을 실감나게 한다.
돌이켜보면 페스티벌의 묘미는 단순히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예상하지 못했던 음악과의 만남이 새로운 취향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발견한 음악이 오랫동안 삶의 한 부분으로 남기도 한다. 어반자카파는 내게 그런 아티스트다.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마주한 ‘Beautiful Day’에서 시작된 인연은, 수많은 노래와 시간을 거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