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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예술 작품이 슬픔을 느끼는 순간 [미술/전시]

마치 피그말리온의 갈라테이아처럼

by 김혜원 에디터
2026.10.3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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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릇 인간에게는 오욕칠정이 있다고들 한다. 다섯 가지 욕망(식욕, 수면욕, 재물욕, 명예욕, 색욕)과 일곱 가지 감정(희(기쁨), 노(분노), 애(슬픔), 락(즐거움), 애(사랑), 오(미움), 욕(욕망)).

       

      인간이 그렇게나 다채로운 영혼의 색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마음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지만, 가끔 대가(大家)의 위대한 손길이 스칠 때면 살아 움직이지 않는 무생물의 얼굴에도 강렬한 감정의 파동이 피어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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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 이반


       

      해당 작품은 러시아 제국 시절 화가 ‘일리야 레핀’의 1885년 작으로, 현재는 러시아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레핀은 제12대 황제인 알렉산드르 2세의 통치 아래 청년기 시절을 보냈지만, 1881년 어느 날 허무주의자 세력이 던진 폭탄에 황제가 암살되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만다.

       

      그 일을 시작으로 이어진 죽음, 살인, 복수, 처형 등 피로 물든 일련의 사건들은 당시의 레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결국 그는 사건 2년 뒤인 1883년부터 1885년까지 강렬한 감정이 담긴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 이반>을 제작, 발표한다.

       

      제목의 ‘이반 뇌제’는 1581년 당시의 차르 이반 4세를 의미하며, 그림은 그가 분노에 휩싸여 자신의 아들 이반을 무심코 살해해버린 비극적인 역사의 한 풍경을 나타낸다. 공허한 눈을 한 채 피범벅이 되어 쓰러진 남자와 그를 껴안은 채 겁먹은 노인, 그리고 그들 곁에 놓인 날카로우면서도 둔탁한 지팡이가 마치 퍼즐 조각처럼 끼워 맞춰지며 하나의 잔혹한 결론을 내놓는다.

       

      이 그림의 백미(白眉)는 단연 죽은 아들을 껴안은 이반 뇌제의 표정이다. 작품이 발표되었던 당시 황실의 전시 금지 처분을 받아 전시회에서 그림을 내려야 했을 정도로 논란을 일으켰던, 그야말로 보는 사람의 가슴을 턱 막히게 하는 감정 묘사. 피가 흘러내리는 아들의 상처 부위를 어떻게든 손으로 틀어 막아보는 아버지의 튀어나올 듯 부릅뜬 눈은 온통 충격과 공포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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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라오콘 군상(두상)


       

      바티칸 박물관에 보관 중인 고대 그리스 조각상 <라오콘 군상>. 트로이의 신관이었던 라오콘과 그의 두 아들의 최후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라오콘과 그의 아들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완전한 형태의 조각상은 바티칸에 있지만,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라오콘 상의 바로크 시대 복제작인 대리석 두상을 따로 전시하고 있다. 라오콘 군상 자체가 워낙 유명한 도상이자 상징인 만큼 오랜 기간에 걸쳐 수많은 복제작이 만들어졌는데, 작품 전체를 복제하기보다는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부분, 예를 들어 이 라오콘 군상의 경우에는 감정이 드러나 있는 두상만을 따로 제작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라오콘은 트로이 전쟁이 진행 중이던 때의 트로이 신관이었다. 당시 그는 트로이로 들어오는 목마 안에 그리스 군인들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를 경고했지만, 그 행동으로 인해 트로이의 멸망을 노리던 신들에게 분노를 사 오히려 벌을 받고 만다.

       

      조각상은 포세이돈이 보낸 두 마리의 거대한 바다뱀의 공격으로 고통스럽게 질식해 죽어가는 라오콘과 그의 두 아들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서양 미술사에서 파토스, 즉 고통이나 슬픔의 감정 표현을 대표하는 원형으로 통하는 작품답게 일그러진 표정과 뒤틀린 신체가 유독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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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타락천사


       

      새하얀 날개를 가진 천사들이 모여 자유로이 하늘을 날고 있는 배경 앞, 날개가 검게 물든 한 천사가 홀로 땅에 떨어진 채 분노와 비통 어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이 작품의 이름은 <타락천사(Fallen Angel)>. 현재 프랑스 파브르 미술관에서 소장 중인 알렉상드르 카바넬의 1847년 작이다. ‘타락천사’라는 이름은 기존에 천사였던 자가 모종의 이유로 타락한 뒤 하늘나라에서 추방당해 악마가 된 존재를 일컫는 종교적 언어이며, 해당 그림 속의 대상은 대표적인 타락천사인 루시퍼를 의미한다.

       

      악마가 된 천사라는 도상 자체는 프랑스 회화에서 자주 다루어지는 주제가 아니었지만, 당시 로마에서 머물고 있었던 카바넬은 의도적으로 해당 주제를 고르는 대담한 선택을 한다. 게다가 보통 천사가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모습 자체를 하나의 풍경처럼 객관적으로 담아내던 기존의 그림들과는 달리 그의 작품은 특이하게도 타락천사의 내면에 집중하게끔 관객을 이끈다.

       

      장애물 없이 자유롭게 밝은 하늘을 노니는 천사들과 가시덩굴로 휘감긴 어두운 지상에 떨어진 청년. 감정을 삭이려 양손을 꽉 맞잡은 채 한쪽 팔로는 얼굴을 가려보지만, 그 틈새로 엿보이는 붉게 충혈된 눈과 이글거리는 눈빛, 흐르는 눈물까지 감출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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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게르니카


       

      아름답게 조형된 그림과 조각들을 보다가 난해한 피카소의 그림을 마주하면 어쩔 수 없이 멈칫 시선을 멈추게 된다. 어지러운 선들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어디에 앞선 작품들과 같은 감정의 파동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이 그림의 모든 부분이 그렇다고 해야 하겠다.

       

      파블로 피카소가 1937년에 완성한 <게르니카>. 이 작품은 놀랍게도 약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제작된 작품이다. 피카소가 그토록 빠르게 이 그림을 그려낸 이유는 같은 해에 있었던 스페인 내전 당시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작은 마을 게르니카에 독일군이 퍼부은 폭격으로 수백 명의 민간인이 죽은 ‘게르니카 폭격’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는 어지러운 이 그림을 자세히 보면 모든 인물 하나하나가 고통과 공포의 구렁텅이에 빠져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폭탄의 번뜩임을 상징하듯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빛나는 전구 아래에는 죽은 아기를 안고 울부짖는 여자, 신체가 찢긴 채 절명한 병사, 창에 찔려 고통스러워하는 말, 무너진 건물과 그에 깔려 비명 지르는 사람이 있다.

       

      마치 감정을 배제하려는 듯 색이 모두 빠진 채 흑백으로만 그려진 그림이지만, 그럼에도 그림에서 흘러나오는 짙은 절망의 향은 감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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