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꽃을 피우는 두 가지 힘, 화(花)력 [미술/전시]

<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 다비드 자맹> 전시회를 다녀와서
글 입력 2023.03.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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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花)력

  

‘화력’이란 ‘불의 힘’ 또는 ‘무기의 위력’을 의미한다. 불은 강하다. 불에 닿는 모든 것은 타거나 녹는다. 사람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다비드 자맹이 말하고자 하는 ‘화력’에 우리는 데이지 않는다. 다비드 자맹이 이야기하는 ‘화력’은 꽃의 힘, 즉 다른 의미의 ‘화(花)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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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힘이라는 건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꽃의 힘이란 넓게 두 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꽃을 피우는 힘.

두 번째, 열매를 맺는 힘.

 

다비드 자맹이 그려낸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그가 말하는 ‘花력’을 지금부터 두 가지 힘으로 나누어 향유해 보자.


본격적인 화력의 힘을 내보이기 전 다비드 자맹과 해당 전시회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가 보고자 한다.


다비드 자맹은 1970년 11월 24일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님므에서 태어나 프로방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프로방스의 모습은 이 전시회의 첫 번째 섹션인 ‘프로방스의 작업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청소년기 때부터 북부지역에서 30년을 살았던 그는 2013년부터는 프로방스 근처의 위제스로 영구 이주하여, 프로방스의 태양 아래에서 안정을 되찾아 강렬한 색감과 역동적인 이미지를 구현해 내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그린 ‘내면 자화상’이 그의 인생의 전환점으로 내면의 감정이 묻어나는 몽환적인 초상화들은 많은 대중들에게 그의 대표적인 스타일로 각인되게 되었다.

 

이처럼 <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 다비드 자맹>에서는 그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기억부터 자화상을 그리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작품들이 총 6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담겨 있다.

 

첫 번째 여정, 프로방스의 작업실.

두 번째 여정, 자유로운 멋쟁이.

세 번째 여정, 너와 나의 소우주.

네 번째 여정, 경의를 바치며.

다섯 번째 여정, 한국의 별.

여섯 번째 여정, 내 마음속의 안식처.

 

그럼 지금부터 이 여섯 가지 여정들에 숨어있는 다비드 자맹의 두 가지 화력을 온몸으로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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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꽃을 피우는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필요한 게 정말 많다. 충분한 햇빛, 따뜻한 공기, 가득한 수분, 기름진 토양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보살핌”이 바로 그것이다.

 

다비드 자맹의 자유로운 멋쟁이를 다룬 작품들을 바라보면 어딘가 차갑고 냉정한 도시의 남자를 보는 기분이 든다. 소파에 앉아 시크한 표정으로 관람객들을 바라보는 남자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외로워 보였다. 파란색, 보라색, 그리고 빨간색. 다양한 색깔이 그 남자 위를 마구 돌아다니고는 있지만, 그 남자는 다채로운 색깔들을 철저히 무시할 만큼 냉정해 보인다.

 

작품들의 소제목이 “자유로운” 멋쟁이라는 점도 내가 그 남자들의 외로움을 발견하게 된 계기가 아닐까?

 

자유는 긍정적이지만 부정적이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고 그 책임에는 즐거움이 함께하기 때문인데, 이 남자들은 정확히 그 지점을 관통하고 있는 것 같았다.

 

외로움이라는 대가를 지불하고 자유로운 삶을 사는 다비드 자맹의 다양한 “멋쟁이”들은 지독한 ‘보살핌’이 필요해 보였다. 충분한 돈, 충분한 시간은 있지만 충분한 사람과의 관계, 바로 그것이 부족하다고 나에게 호소하는 듯했다. 그림 속에 있는 남자들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는 없어도 그의 옆에 붉은 꽃이나, 붉은 옷을 입고 있는 여자를 한 명 그려 넣어주고 싶었다.

 

지금의 다비드 자맹이라면 이제는 멋쟁이들의 옆에 예쁜이들을 그려 넣어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꽃을 피우기 위해서 보살핌이 없다면 충분한 물도, 햇빛도, 토양도 다 소용이 없다. 식물도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는데 인간이라고 다르겠는가. 인간도 활짝 피기 위해서는 서로를 보살필 줄 알아야 한다. 예쁘고 깊은 대화, 이 보살핌 만으로도 인간은 활짝 피다 못해 서로의 미소를 피우기 위한 “멋쟁이, 예쁜이”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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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열매를 맺는데도 힘이 필요하다.

  

충분한 보살핌 아래에서 꽃을 피우고 그 아름다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유지하며 꽃이 떨어질 날을 기다린다. 정성스러운 보살핌의 결실인 ‘꽃’이 지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처럼 시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꽃이 진다는 것은 또 다른 존재의 탄생을 의미하는 법. 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우렁찬 힘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꽃이 시들면 꽃의 의미가 사라진다고 판단해 꺾거나 버려버리는 큰 실수를 범하고 만다. 그렇기에 열매는 더욱 소중한 것이다.

 

아름다움의 끝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이것이 열매를 맺기 위해 가장 먼저 삭제해야 할 오해이다. 끝이 있는 아름다움은 꽃을 꺾는 사람의 개인적인 생각이지 꽃의 생각이 아니다.

 

당신은 그리고 우리는 꽃을 꺾기 전, 버리기 전 누구를 위한 행동인지 생각해 보았는가?

 

내 눈에 예쁘지 않다고, 나에게 더 이상 주는 즐거움과 이익이 없다고 꺾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혹시 꽃뿐만 아니라 꽃 같은 사람이 있다면 꺾으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볼까.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꺾으려고 한 적은 없었는가 생각해 보길 바란다.

 

내가 너무 한심하고, 이룬 것이 없고, 남에게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는 쓸모없는 인간으로 느껴진다면 인간은 스스로를 버리기 시작한다.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이 아니라면 과감히 버리는, 이것이 슬프지만 우리가 계속해서 꺾고 있는 우리 마음속의 “”의 모습인 것이다.

 

그러니 꺾지 말기를 바란다. 꽃은 그리고 우리는 아름답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 존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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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자맹의 자화상을 살펴보자. 마치 스스로 열매를 맺어 행복해 보이지 않는가. 그의 화풍과 스타일에 관한 깊은 고민과 사색을 거쳐, 그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낸 다비드 자맹.

 

그는 어쩌면 “화(花)력”을 통해 우리가 열매 맺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힘에 대한 답은 어쩌면 다비드 자맹의 모든 작품에서 이미 대답해 주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나는 그 대답에 대한 실마리를 이 글을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전달해 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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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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