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영원히 안고 낙하할 수밖에 없지. 나는 너를 끌어안고 살아갈 준비가 되었다. 이건 편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의 다짐이기도 해.
너는 폐쇄적이고, 깊고 어두우며, 나에게서 떨어질 듯 떨어지지 않는다. 언제는 새카만 어둠 같기도 하고, 또 언제는 종잡을 수 없이 굴러가는 낙엽 같기도 한데. 이러나저러나 내게서 멀리 떨어질 생각은 하지 않는 듯싶다. 멀리 굴러나 갔으면 좋겠는데.
예전에, 그러니까 너의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을 때는 늘 반복되는 문제들이 나를 답답하게 했었다. 지나고 나니 그 모든 것들이 결국 너로부터 출발했다는 걸 알았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다지 바뀌는 건 없을 듯싶다.
그 지독한 고집도 너에게서 출발하는 것이었다니. 온건하게 살아가는 게 어려운 이유도 나는 이제야 알았다.
실은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나에 대한 너의 평가지. 그 누구의 평가도 아닌 오직 너의 평가였다. 그러니 내가 무서워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오직 너. 너만이 나를 이토록 두렵게 한다.
간혹 너와 비슷한 아이를 제 속에 끌어안고 사는 사람을 만나면 나는 그 발견으로부터 외로움을 달랬다. 그런 사람을 만나는 건 늘 우연에 기대야만 해서, 내게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마치 수백 개의 포춘쿠키를 까보는 느낌이기도 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런 사람을 만났지. 그 사람도 나처럼 너 같은 아이를 품고 살아가는 중이었다. 그 사람은 나와 달리 너를 자신의 동력으로 쓰고 있었어. 너를 통해 그 사람은 앞으로 쭉쭉 나아가며 세상과 땅따먹기를 하더라고. 나처럼 펼쳐지지 않는 날개로 낙하하는 새가 아닌 공중에서 끊임없이 위로, 옆으로 나아가는 줄기찬 새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본질적으로는 너를 품었다는 건 같았고 그걸 서로가 알았을 땐 더 이상 그 어떤 벽도 필요치 않았다. 나는 그에게서 나와 너를 보았으니까. 우리는 다르지만 같았다. 이건 네 덕분일까? 나는 기어이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서 너에게 고마워해야 할 것만 같다.
그러니 너 같은 애를 안고 사는 것도 나름의 이점이 있겠다. 아득히 우울하면서도 그 끝에 늘 희망 한 스푼을 담은 음악을 사랑하는 건 네가 나를 미워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음에 대한 반증이겠지.
나를 미워하지 말아 줘. 그렇다고 나를 온전히 믿지도 말며, 나를 환락 속에 갇히게 두지도 말아달라 부탁한다. 나는 너를 안고 감으로써 내게 주어질 그 어떤 불편함도 감수할 테니.